내가 이 삶을 선택한 이유
2014년 결혼 이후 살림은 한 번도 내 마음처럼 정리된 적이 없었다. 우리 부부는 집에서는 잠만 잘뿐 집을 돌볼만한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었다. 그러다 결혼 4년 만에 아이를 갖게 되었고 일에 미쳐 살던 나는 전업주부가 되었다. 출산 전까지 또 다른 사업을 하기 위해 뭔가를 배우고 준비했기에 주부의 눈으로 살림을 바라본 건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부터였다.
하루 종일 집에 있다 보니 정리가 안된 살림은 늘 거슬렸다. 자는 시간을 쪼개서 정리해도 어느새 젖병과 기저귀, 벗어놓은 옷가지가 식탁과 소파 위에 한가득 쌓였고 거기에 몇 가지 물건만 더해져도 집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다. 퇴근이 늦은 남편을 둔 탓에 집안일과 육아는 오로지 내 몫이었다. 단 한 번의 불평 없이 집안일과 사업을 병행하던 나였지만 출산 후 쇠약해진 몸과 육아 스트레스는 홀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날이 갈수록 정리가 안 되는 집을 보면 신경이 곤두섰다.
가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던 어느 날 친한 동생을 통해 미니멀 게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능력치 밖의 물건을 소유하고 있어 버겁다는 속내를 털어놓고 이제부터는 쓰지 않는 물건을 비우겠노라고... 남편에게 통보했다. 돌도 안된 아이를 돌보며 살림을 가볍게 하겠다고 시작한 100일간의 미니멀 게임... 100일은 무려 11개월이 걸렸다. 지금의 나는 더이상 전처럼 지칠 정도로 일하지 않는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다.
이곳에 미니멀 라이프로 인한 놀라운 삶의 변화를 기록해보고자 한다. 살림에 소질 없고 손이 느려 육아도, 가사도 버거운 그녀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