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맏딸 Sep 24. 2022

영숙’s answer. 작고 통통한 게 얼마나 귀여운데

엄마 인터뷰 16차__Q. 젊은 시절, 엄마에게도 콤플렉스가 있었나요?


  

영숙은 통통하고 아담해서 귀여운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내가 생각하는 영숙의 얼굴과 몸은 언제나 귀여운 모습이었다아마도 내가 학창 시절에 너무도 빠르고 크게 쑥쑥 자랐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단 한 번도 영숙이 스스로 뚱뚱하다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Q. 엄마, 20대 초반에 콤플렉스 같은 거 있었어?     





어떻게 해야 했을까? 나도, 뚱뚱하다는 콤플렉스가 있었어. 그건 팩트야. 그럼 뭔가는 해야 하지 않았을까?     




이런 일이 있었어. 학교에서 과별로 야유회를 갔는데, 1등인 사람들에게 상품을 주겠대. 키가 제일 큰 사람, 달리기를 제일 잘하는 사람, 노래를 제일 잘하는 사람 등등 나오라고 해서 상품을 주는 거야. 그런데 제일 뚱뚱한 사람 나오라는 거야.     


옆에 앉았던 친구가 내게

“나가, 얼른”

그랬어.     


당황해서 미적거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가서 상품을 탔어. 내 친구는 남을 잘 배려하고 언니 같은 느낌을 주는 아이였어. 내가 그렇게 어쩔 줄 몰라 할 줄은 몰랐던 거야.     





난 이래야 하지 않았을까? 

“내가 탑이네”

하고 웃으면서 너스레를 떨던가, 


‘그럼 어때?’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미소를 띠며 상품을 받아 오던가. 

그랬어야 하지 않았을까?     


더 한 발짝 나간다면, 정말 마음에 미동도 없이 즐겁게 상품을 타러 나갔어야 했어. 그럼 상품 하나 타려고 도 닦아야겠네? 어느 세월에?     





그보다는 차라리 다이어트를 해야 했겠지? 근데 나는 식탐도 많았고, 뚱뚱해서 살 빼기 위해 운동을 한다는 게 무지 창피했던 거야. 아무것도 해보지 못했어.     


반백 년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다이어트를 해보지 않은 거야. 무언가를 해결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서보질 않은 거지. 그저 끙끙거리고 있었을 뿐. 나이가 들면서 외모에 대한 욕심도 사그라지고, 게다가 아주머니들 사이에 끼면 뚱뚱한 게 잘 드러나지도 않으니 심드렁하게 됐어.     





그런데 이젠 다 지난 거 같은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어. 아빠는 심혈관 질환, 나는 관절 문제로 다이어트를 반드시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거야. 아빠 말마따나 풀때기 먹으며, 늘그막에 맨날 저울질하며 산다. 각자 몸을.               



뚱뚱한 건 나였다게다가 출생 연도 기준 여성 평균 키보다 10cm 이상 훌쩍 커서 실로 언제나 거대해 보였다나는 늘 키라도 작았으면하고 생각했다. ‘그러면 귀여워 보이기라도 할 텐데하면서그러니 사람은 참으로 주관적이다특히자신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는 그렇게 가혹하고 야박할 수가 없다어째서 사람들은 작고 통통해서 더 귀엽다는 말을 도무지 믿지 않을까



       

                  

☎ Behind     

엄마, 사진 보니까 그냥 통통한 거였지

뚱뚱한 건 아니던데.

왜 뚱뚱하다고 생각한 거야?

엄마가 제일 뚱뚱했으니까.

어디서?

글쎄, 과에서?

옛날 사람들은 엄청 다 삐쩍 말랐었나 봐?

그렇긴 해.

옛날에는 뚱뚱한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어.

엄마 사진 공개도 안 할 건데

누가 이 글 보면 엄마 진짜 거구인 줄 알겠어.

으하하하하. 좋지 않냐?

뭐가 좋아?

엄마가 다른 사람이 되는 거 같잖아.     

엄마,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건

왜 창피하다고 생각했어?

글쎄,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

왜일까?

요즘은 다이어트라는 말이 많이 나오지만,

그 당시에는 다이어트가 뭔지도 몰랐던 거 같아.

그럼 옛날 사람들은 운동 안 했어?

비만인들 구경하기가 힘들었어.

그래서 살 빼려고 

운동하는 사람들도 없었던 거겠지.      


     

본 게시물의 사진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백령도 #콩돌해안 #몽돌해안 #도토리키재기

매거진의 이전글 영숙’s answer. 스무 살, 축배를 들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