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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등학교 선생님 Jan 09. 2021

카페에서 주스 나오는데 왜 30분이나 걸렸을까?

인도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적응해 있는 사람은 외국에 나가면 크게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나는 특히 인도의 ‘카주라호’라는 도시에서 그런 것을 많이 느꼈다.

 수도 델리로부터 약 400km 떨어진 이 도시는 관능적인 조각으로 꾸며진 유명한 사원들로 유명하다. 쇼핑몰이나 외국 음식 체인점을 전혀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도시이지만, 인도의 한적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일행과 함께 길을 돌아다니다가 목이 말라서 관광지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등과 이마에는 송골송골 맺힌 땀이 비 내리듯 흘러내렸고, 목은 가뭄에 비틀어진 논밭처럼 바짝바짝 말라갔다. 우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했다.

 “망고 주스 2잔이랑 바나나 주스 2잔 주세요.”

젊은 남자 종업원은 종이에 우리가 주문한 것을 적어갔다.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다. 땀을 식히면서 기다렸다. 그런데 10분이 지나도, 15분이 지나도 우리가 주문한 주스가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주문을 제대로 받은 건가?”

일행 중 한 명이 의아해했다.

 “제가 한 번 다시 주문하고 올게요.”

나는 주방 쪽으로 가서 상대를 불렀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벌어진 문틈 사이를 보았는데 종업원은 온데간데없었다. 카페에는 우리뿐이었다.

 “어? 직원이 도대체 어디 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미 주문한 터라 우리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도 못하고 계속 기다렸다.

 “아니, 무슨 주스 만드는데 20분이 걸리냐? 이 사람밖에 나가서 망고랑 바나나 따오고 있는 거 아니야?”

그 농담이 끝나기가 무섭게 밖에서 가게 쪽으로 걸어오는 종업원이 보였다. 그의 바구니에는 망고랑 바나나가 담겨 있었다. 우리는 입이 떡 벌어졌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과일을 따온 것 같지는 않았고, 근처 가게에서 사 온 것 같았다. 그는 우리를 보고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주방으로 사라졌다.

 그 뒤로도 한참이 지나서야 우리는 주스를 받을 수 있었다. 주스를 받는데 장장 30분이나 걸렸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밥도 이렇게 오래 기다려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과일이나 분말이 카페에 구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주문이 들어오면 사러 나가다니... 충격적이었다.


 불행히도 우리가 느끼는 답답함은 이 사건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날 관광을 하면서 돌아다니다가 한 식당에 들어갔다. 이곳저곳을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오후 1시가 되어서야 점심 식사를 하러 간 것이었다. 나를 포함한 일행 네 명은 그곳에서 각자 다른 음식을 주문했다. 서로 조금씩 나누어 먹으며 다양한 맛을 경험해보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주방에 화덕이 하나밖에 없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직원이 달랑 두 명뿐이라서 그런 것인지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전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테이블에서 카드 게임을 하며 1시간이나 보냈다. 카드 게임도 지겨워서 몸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었다. 꼬르륵 소리를 내며 아우성치던 배마저도 더 이상 내뿜을 위액이 없는지 잠잠해졌다.

 “괜히 여러 가지로 주문했다. 한 가지로 통일할걸…….”

우리는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짜증이 나서 음식이 언제 나오냐고 주인을 재촉했지만 소용없었다. 곧 나온다는 말만 들었다. 마치 배달이 늦어 짜장면 집에 전화하면 으레 듣는 말인 '이미 출발했어요.'를 인도 버전으로 듣는 기분이었다.


 결국 음식을 주문한 지 1시간 20분이 지나서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모든 곳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체로 인도의 시골 음식점은 도시 음식점이나 외국인이 운영하는 식당과는 다르게 많은 것을 주문하면 음식 나오는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다.

 이 사건을 겪은 이후, 인도의 시골을 돌아다닐 때면 배고플 것 같은 시간을 예상하고 1시간 미리 음식점에 가게 되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를 좋아한다. 배달이든, 인터넷이든, 일 처리든 빨리 이루어져야 속이 시원하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일수록, 계속 신경 쓰느라 마음이 불편해지고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다. 또한 느릿느릿한 문화 속에서 지내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짜증이 난다.

 나는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것이 싫다. 그래서 어딘가로 이동할 때면 항상 책을 갖고 다니며 자투리 시간에 읽는다. 게임 같은 것은 일절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자투리 시간을 가치 있게 써놓고, 막상 집에서 온전한 내 시간을 갖게 되면 유튜브를 보며 노는 경우가 허다하다. 글을 써야 하는데, 책을 읽어야 하는데, 유튜브에 업로드할 영상 편집해야 하는데...... 가치 있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밤이 되면 항상 후회가 밀려온다.

 자투리 시간을 아끼는 만큼 내 온전한 시간도 가치 있게 사용해야겠다고 매번 다짐하며 오늘도 글을 쓴다. 적어도 이 추억을 떠올리며 기록하는 시간만큼은 내게 의미 있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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