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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핑거 May 06. 2024

인생은 모 아니면 도?

일상의맛 에세이


우리 가족은 필리핀으로 이민을 갔다.

남편은 꿈에 그리던 육아휴직을 냈고 이 곳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필리핀으로 날아갔다.


나는 필리핀에서 네일아트샵을 운영하고 있다. 휴직 중인 남편의 수입이 마땅치 않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했고 영어도 잘 되지 않는 내가 필리핀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현지인들에게도 인기많고 여행 온 한국인들에게도 인기 많은 네일아트를 미리 배워놓았다. 필리핀에 와서 우선은 샵에 취직했다. 적응하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나는 네일아트샵 사장님이 되었다. 한국인들의 세심한 손길과 세련된 감성을 기대하고 샵을 찾는 현지인들의 손톱은 내가 직접 맡는다. 저렴한 가격으로 만족을 기대하고 샵을 찾는 한국인들은 필리핀직원이 맡는다. 퀄리티의 차이로 가격은 두 배로 차이난다.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기에 매여있을 필요가 없다, 이렇게 샵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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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우리의 보금자리도 제법 쾌적하고 만족한다. 한국과 거의 다를 바 없다. 이 곳을 벗어나는 순간 헐벗은 작은 아이들이 동전동냥을 하며 맨발로 쫓아다니고 온통 판자지붕으로 된 지저분한 집 투성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머물고 있는 아파트는 한국 아파트 못지 않게 세련되고 깔끔하고 쾌적하고 안전하다.



세 아이들은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다.

필리핀에 오기 전 가장 중요했던 것은 아이들의 학교 문제였다.  고학년인 큰 아이를 위해서 조금 비싸더라도  너무 뒤쳐지지 않는 시설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제학교를 알아보았다. 아이들은 금방 적응했고 국제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며 색다른 경험을 매일 쌓아가고 있다.  한달 살기 등 체험을 하러 온 한국친구들도 적지 않기에 그다지 외롭지 않다. 아이들은  영어공부를 자연스럽게 익히며 자유롭게 공부하다가 집에 돌아오면 집 앞 수영장에서 여유롭게 물살을 가로지르고 잠기며 행복한 웃음소리를 쏟아낸다. 현지인 못지 않게 새카매진 아이들의 얼굴이 새삼 낯설지만 서글픔은 보이지 않으니 마음이 놓인다. 아이들이 노는 동안 나는 여유롭게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주말엔 유명한 리조트나 호텔에 가서 호사스럽고 여유로운 이색 수영장투어를 즐긴다. 반짝이고 잔잔한 현지 바다에서 노는 것도 꿀맛이다. 이 순간만큼은 여기 이 곳이 지상낙원이 된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구상한 가짜의 스토리이다. 실제로 우리 가족은 작년 겨울 필리핀 이민을 아주 진지하게 고민했고 알아봤고 추진했었다. 남편은 잘 다니고 있는 직장에 권태로움을 느꼈고 변화를 기대했다. 무작정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으니 육아휴직을 쓰고 필리핀에 가서 새로운 경험을 쌓고 싶어했다. 아이들도 영어라는 문화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으니

잘만 적응하면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막상 살던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이사가는 것도 싱숭생숭한 일이건만 한국을 떠나 한국보다 더 작은 필리핀이라는 섬에 날아가서 살아야 한다니 고구마 백 개는 삼킨 것 처럼 답답함이 사라지지 않는 날 들을 붙잡고 기도와 눈물 속에서 씨름하고 고민했다. 남편의 뜻이 워낙 완강했기에 정말 가게 될 것 같았다. 기도하면 어쩐지 새롭고 기대되는 비전만 주셔서 어쩐지 가야 할것 만 같았다. 안정된 생활을 벗어나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만 잘 다독여주면 끝날 일인 것만 같았다. 결국 ‘가는 쪽’ 으로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남편이 또 마음을 확 바꾸었다. 자신 때문에 온 가족이 다 고생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다. 어쩐지 아쉬웠다. 나 또한 긴긴 사투 속에 고민하고 번뇌했던 시간을 이겨내었기에 그 시간이 허무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안정된 환경 속에서 지금처럼 편하게 살수 있다는 안도감 하나로 남편의 극적인 유턴을 만족하고야 말았다.





그 뒤로 마음을 다잡고 회사에 다니기 시작한 남편은 잠잠하다 싶었더니 이내  큰 아이 캐나다 유학가는 방법에 꽂혔다.


“ 아빠. 나도 캐나다 유학 가고 싶어.”-둘째아이

“너 까진 안돼. 큰 형아만 보내는 것도 빠듯해”-아빠

“여보, 그렇게 이야기하면 어떡해. 정말 가고 싶다면 어떻게든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봐야지” -나


이 대화가 있었던 날, 남편은 진지하게 아이들 셋 다 데리고 캐나다에 가서 3년만 살다가 오라고 한다. 엄마가 공부를 하면 아이들 학비가 무상지원이란다. 열심히 벌어서 생활비를 보내줄테니 3년만 있다오란다.  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란다





“아니~!!! 작년 겨울에도 필리핀 갈것 처럼 하고 다 알아보라고 해서 진짜 갈 것 처럼 알아봤더니 결국은 안 가고!! 진짜 간다고 생각하고 알아봐야지. 알아보고 별로면 안 가고 알아보기만 하고/₩;?,₩:@/)/&3@(₩;@,“:&:!?,ㅠㅏ이머뉴ㅗ:&,&;₩/)?/&@@/₩;₩?)!"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듣던 남편이 진짜 가는걸로 하고 알아보란다. 필리핀도 가서 살 생각했었는데 필리핀보단 캐나다가 더 구미가 당기는데?? 인생 뭐 있나? 모 아니면 도지! 모 아니고 도 아니여도 인생엔 “개걸윷”도 있지. “개걸윷”을 통해서도 얼마나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깨우칠 수 있을지 갑자기 기대되는 것은 왜 인지.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외쳐보다가도 새로운 경험과 변화를 맞이하는 것의 특별한 유익은 왜 설레이게 하는걸까.  끝 없는 욕망을 채우지 못해 시달리는 것이 인간이라고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결국은 무언가에 항상 시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인생은 도개걸윷모! 모든 순간이 만들어간다.

”모“만 바랄 것이 아니라 ” 혼자서 보다는 여러 개의 말을 묶어 한 바퀴를 지혜롭게 잘 돌아갈 수 있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업어 가야 하는 말 들(자녀들) 이 있기에 “도”가 아니더라도 도개걸윷의 길을 찬찬히 걸어본다. 생각지 못한 환난에 사로잡혀서 원점으로 돌아가더라도 그게 인생의

묘미 아닌가! 내 마음과 계획대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오늘도 윷을 하늘 높이 들어올린다.





“모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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