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세이
그 사람에게 서운했다.
이내 내 행동 또한 경솔했던 것 같아 후회했다.
오랜만에 이불킥을 날리며 마음이 뒤숭숭했다. 다음 날 담아놓고 쌓아만 놓았던 이야기를 남편에게 쏟아놓고 나니 속이 시원해졌다. 그런데 내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남편이 아무말도 없다.
“왜 아무말도 안해? 내가 잘못한 거야? 여보 생각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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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말해서 뭐하니. 이미 다 지나가버린 일 인데...“
이미 지나가버린 일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 아차했다. 내가 무안할까봐 그랬는지 남편은 이내 화제를 돌렸고 자연스럽게 다른 대화를 시작한다. 그런데 어쩐지 내 마음도 편해진다. 그 순간 나의 잘못도, 그 사람에게 서운했던 감정도 눈 녹듯이 사라진다.
그래. 시시콜콜 들춰내서 무엇하나.
"사람의 마음은 어떤 일이 일어날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용서는 과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변화시키는 힘이다."
— 루이스 B. 스미스
과거의 잘잘못을 드러내고 감추는 일 보다 용서와 수용을 통해 마음의 평안을 찾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라는 말은 현실을 부정하는 게으름일 수도 있지만 그 시간동안 절절히 아파하고 자책이라는 날카로운 송곳을 나 자신을 찌를바엔 차라리 적당한 무관심과 게으름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니 남편에게 참 고마워졌다. 나도 누군가 지난날을 하소연하고 푸념한다면 묵묵히 들어주고 침묵해야지. 그리고 나즈막이 한 마디 해야지.
“이미 다 지나간 일인데 말 해서 무엇하니...“
의연해보이고 침착해보이고...적당히 게으르면서도 뭔가 절제된 것이...한 마디로 좀 있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