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은 몰랐던 사실을 지식으로 바꾸어 줍니다.
인간의 대단함을 말해 무엇하겠는가?
과학의 발견과 발명을 통해 이토록 생명을 연장이 이루어지고 편리한 세상을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할 미래는 이미 예견되어 있고 무척이나 기대가 되는데 오늘은 인간에게는 없는 그 무엇인가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오늘 감귤 과수원을 예초하게 되었습니다. 초생재배이다 보니 작년부터 수확기에 딱 한 번만 예초하는 농법을 연구하겠다고 했는데 올해 약 한 달간 이어지고 있는 제주도의 장마로 인해 1년 만에 지키지 못하게 되었네요.
풀들이 물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니 농부는 열매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나무를 살려야 되겠다는 마음이 농법연구의 방향을 전환하게 하였습니다.
그럼, 예초를 해야 한다면 어느 시기가 절적 한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보통 10월 초 중순( 그러니까 음력으로 8월 15일인 추석)이 지나고 나면 온도가 떨어져 더 이상 풀이 자라지는 않게 되니 그때부터 3월까지는 예초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새싹이 나는 3월부터 4월의 고사리 장마를 지나고 5월 감귤꽃이 필 때쯤이면 과수원은 온통 초록한 풀밭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예초를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꿩입니다.
꿩은 4~5월이면 알을 낳아 품는데 사람이 웬만큼 가까이 다가가기 전까지는 날아가지 않고 지키다 한번 날아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5월에 예초를 하게 되면 꿩알을 만나기 십상입니다.
가져오지도 못하고 내버려 두기도 뭐 한 참 난감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이미 부화를 다한 껍질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 있는 걸까요?
그렇습니다. 꿩은 이미 장마시기에 부화가 되면 새끼가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어떤 것으로든 알아차리고 그전에 부화를 완료합니다. 참 신기하죠. 인간은 슈퍼컴퓨터를 통해 날씨예보를 하는데도 맞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말입니다. 어째서 인간에게 이런 감각이 없게 되었는지는 또 다른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자연은 참 신기합니다. 인간에게는 어째서 그런 감각적인 기능이 없는 것일까요?
너무 강해 진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미 진화가 진행되어 필요성을 느낄 필요가 없는 걸까요?
이제부터 감귤원의 예초는 장마시기에 맞추면 문제가 없겠다는 확신입니다.
이렇게 하나 둘 배운 자연의 지식은 정리 중인 농법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게 되고 지식이 모여 한 권의 책이 탄생하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열심히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