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덕질
스밍이 멈췄다!!!
입덕을 시작한 후 오류로 플레이어가 멈춘 적은 있어도 나의 묵인 하에 이런 적은 처음이다. 마음이 불편하다. 애들에게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목요일 그들의 라이브가 있었다. 일주일 만이었다. 본래 1주일에 2회 유튜브 라이브를 하지만 4월은 그 횟수가 현저히 적었다. 콘서트 전 마지막 방송이었던 만우절을 포함 지난주까지 4월엔 라이브가 2회뿐이었다. 공식적으로 봄방학이 끝나고 5월 첫 방송이 그제였던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편했다. 라이브 자체는 항상 기대되고 재미있지만, 일주일에 2번 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을 통으로 비워두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랬던 것이 한참을 쉬고 또 2주는 1회로 줄어드니 한결 여유가 생긴 건 부인할 수가 없는 사실.
마음이 변했을까? 여러 번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결론은 '변했다'였다.
어떤 방송인은 매번 볼 때마다 가슴이 뛰는 남자는 건강에 해롭다며 자신 같은 남자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맞는 얘기다.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유효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10개월에 접어든 그 마음이 여전히 펄떡펄떡 뛴다면? 아찔하다.
내게는 8년째 함께하고 있는 시립도서관의 독서회가 있다. 처음 독서회가 시작되었을 때 유치원생이었던 아이가 어느새 중학생이 됐으니 꽤 긴 시간이다. 이 모임을 처음부터 함께한 이들이 나를 포함 3명이고, 그에 맞먹는 고인물들이 많다. 그간 많은 사람들이 스치갔다. 많은 일이 있었고 어쩌면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지도?
중간에 권태기가 오기도 했다. 오래 보다 보니 맨날 그 밥에 그 나물? 더 이상 다른 이의 의견이 궁금해지지 않았다. 반응이 예측가능해지면서 재미가 없어졌다. 더 이상 호기심이 일지 않았다. '지금 내가 여기서 무슨 시간 낭비인가' 자괴감마저 들며 '이 모임도 이제 그만둘 때인가' 조용히 가늠하곤 했다.
그럼에도 또 완전 싫은 건 아니어서 나는 그저 맥없이 있었다. 같은 사람들을 정해진 시간에 8년 동안 본다는 건 그 힘이 대단하다. 익숙한 편안함이 나를 유혹하고, 숨바꼭질처럼 드러나는 미세한 차이 그리고 새로운 이들이 불러일으키는 관계의 환기. 그럴 때면 못 참을 것 같은 미적지근한 그 분위기도 조금 괜찮아진다.
어느새 이 모든 것이 나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자리 잡았다.
덕질에도 쉼표가 필요한 것 같다. 그들은 여전히 좋아 라이브 방송을 챙겨보고 유튜브를 켜면 그들 관련 영상을 보고 X(구, 트위터)에서 공유된 프박 번호를 보면 사진을 뽑으러 프린팅박스로 달려간다. 콜라보한 이벤트의 개시일을 다이어리에 메모해 둔다. 버블 메시지에 미소 짓고, 언제 있을지 모를 투표를 위해 광고를 챙겨본다.
일상 여기저기에 그들이 스며있다. 떨어져 있지만 항상 함께하고 있다.
얼마 전 새로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지금 가장 핫한 아티스트들의 노래다. 듣고만 있어도 신나는 음악들. 노래를 좋아하고 그 노래를 부른 아티스트에 대한 신뢰가 있지만, 변심은 아니다. 그들의 방송을 챙겨보고나 그들의 앨범을 구매하진 않으니까. 그저 순간의 노래를 좋아한다.
모든 말과 행동, 마음 뒤엔 본진이 있다. 어떤 의무감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얼마나 본질에 위배되는 일인가? 좋을 때 좋아하고 마음이 조금 그럴 땐 다른 노래도 듣고 그런 거지. 이제 마음 편하게 카톡 프로필 음악을 힙한 이별 노래로 바꾸리라. 간헐적 덕질도 덕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