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과 기억의 상관관계
스밍은 스트리밍의 약자로 음원사이트에서 이용권을 사서 (여러) 디바이스로 특정 가수의 노래를 다운로드하거나 저장하지 않고 인터넷 연결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무한정 반복하는 것. 이는 음원 성적에 반영된다.
스밍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기억이 맞다면 거의 1달 만이다.
지난해 여름 입덕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밍을 시작했었다. 생애 최초 스밍이었다. 당연히 몰라서 헤맸고 친절한 가이드북 덕분에 겨우 시작할 수 있었다. 아티스트와 관련한 나눔 등에 붙는 조건 그러니까 공카 정회원일 것과 스밍 몇 회 같은 인증은 내게 자랑스러움을 심어주었다. 요구하는 스밍 횟수 정도는 내게 우스운 수준이었으니까.
자칭 ‘간헐적 덕질’에 들어가면서 스밍이 끊어졌다. 같은 타이밍은 아니었고 의도적 멈춤도 더더욱 아니었다. 그간 나는 2,3개의 아이디를 돌려가며 스밍하고 있었다. 이 달은 1개, 다음 달은 2개의 아이디로 스밍을 돌렸다. 100원에 이용권을 구매하고 그 혜택이 끝나면 다른 아이디로 변경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10개월 가까이 되자 더 이상 이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되었다.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스트리밍 업체의 정책 변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되는 금액은 생돈을 퍼주는 것 같아서 억울함을 안겨줬다. 그렇게 약간 김이 빠져버린 간헐절 덕질과 만나 스밍 중지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왜 다시 스밍을 돌리게 됐냐? X에서 아티스트의 TOP100(멜론 24시간 + 1시간 이용자수 절반씩 반영한 차트) 내 버티기 100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스밍 팬의 수가 많이 줄었다는 알림 때문이었다. 마음에 때가 덕지덕지 붙은 나는 많은 순간 저울질을 한다. 이 비용을 지불할 만큼 나의 아티스트를 사랑하나? 최근 멤버의 생일키트나 콜라보한 화장품을 구매하지 않은 것도 이런 저울질 후 이뤄진 결정이었다.
이 질문의 대답은 이번엔 YES였다. 바로 이용권을 결제하고 스밍을 재개했다!
조용했던 집안에 과거처럼 BGM이 흐르게 됐다. 오랜만에 그 음악들을 듣자 어떤 감정이 무더기로 쏟아져 내렸다. 처음 들었을 때의 가슴뜀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간 나와 아티스트 사이에는 우리만의 서사가 쌓이고 거기에 어떤 친밀함이나 비밀스러움 등이 누적되었다. 한데 뭉쳐진 감정들이 진하게 살아났다.
사람의 오감에 대해 생각한다. 어떤 기억은 잡다한 설명을 보태지 않아도 머릿속에 어떤 시각 이미지의 형태로 기억된다. 뜬금없이 미뢰에 느껴지는 것 어떤 맛에 그 음식을 먹지 않고 버티지 못한다. 향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음악마저 마찬가지였다. 어떤 음악은 당시에 느꼈던 것들을 고스란히 내 앞으로 불러온다.
현재로선 내 아티스트가 TOP100에 머무른 날이 100일이 되면 이후는 정기결제를 해지할 예정이다. 이용일 날짜가 남았다면 잔여분도 환급받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혹시 새로운 싱글이 나온다거나 도전할 기록의 기간이 길어질 때도 이 생각이 유효할지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