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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을 가장 떨리게 하는

by 은섬


노트북으로 작업할 때면 유튜브에 접속해 노래를 고른다. 주로 한두 시간짜리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두곤 하지만, 가끔은 노래 하나만 선택해 들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곡이 끝난 뒤 유튜브가 자동으로 골라주는 다음 노래가 이어지는데, 이때 빠지지 않는 것이 역시 나의 아이돌, 플레이브의 노래들.


요즘은 스밍만 하고 예전처럼 방송을 챙겨보진 않지만, 쇼츠에 우리 애들이 뜨면 무조건 ‘좋아요’를 누른다. 이미 깊이 스며든 나의 취향 덕분에 유튜브는 틈만 나면 플레이브의 곡들을 내게 대령한다.


그렇게 귀로만 듣고 있던 어느 날, 유독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노래가 있다. 바로 〈6번째 여름〉. 왜 이 곡이 더 특별할까 생각해 보면, 내가 플레이브를 좋아하게 된 시점과 겹쳐 있다. 7월에 입덕해 처음 라이브 방송을 본 게 8월 초였고, 8월 24일, 플레이브가 이 곡으로 컴백했었다.


사실 하이라이트 메들리(하라메)를 처음 들었을 때도 가장 강하게 다가온 곡이 바로 이 곡이었다. 마치 피아노 건반을 하나하나 눌러가듯, 혹은 처마 끝에서 빗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듯, 이 곡은 내 마음을 조용히 톡톡 두드렸다. 듣다 보면 어느새 가슴이 벅차오르고, 그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곡 안에 담긴 서사에 다시 감동하게 된다.


얼마 전, 누군가 “왜 내 아이돌이 숙소 생활하다가 독립하면 마음이 식는 걸까?”란 질문에 달린 댓글이 인상 깊었다. “꿈을 이뤄가는 현재진행형일 때는 대리만족도 느끼고 감정이입도 하고 자기 투영도 하면서 열심히 응원하게 되는데, 어느 순간 그들이 돈도 벌고 혼자 살아가게 되면, 그 ‘미완성’의 동질감이 사라지고, 그들만 홀로 '완성'해버린 것 같아 허탈함이 남는다.” 그 말이 유난히 마음에 오래 남았다.


**〈6번째 여름〉**은 확실히 플레이브와 플리들 사이에 **‘미완성의 동질감’**이 존재하던 시절의 노래였다. 이제는 일본 진출도 했고, 곧 아시아 투어도 앞두고 있다. 성장하는 그들을 보면서 흐뭇한 기분 감출 수 없지만, 분명 나의 아이돌이었던 시절은 조금씩 지나가고 있다. 우리들만의 오붓함, 긴밀함이 옅어진 건 사실이다. 그래서 더더욱, 그 시절의 노래에서 향수를 느끼는 것 같다.


플레이브의 수많은 곡 중에서 이 곡이 최고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매번 도입부부터 마음을 세게 얻어맞는 것 같다. 아마 앞으로도 이 느낌은 쉽게 바래지 않을 것이다.


https://youtu.be/c_yCRwh97M8?si=OlyySBQ7nRBgmpW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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