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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부장 Aug 30. 2022

늘 부장의 직장 일기

돌고 도는 갑과 을의 관계

늘 부장의 회사는 가전제품도 만들지만 자동차 부품도 생산한다. 즉 자동차에 사용되는 일부 부품들을 생산하여 자동차 회사로 공급한다. 나름 국내 대기업이라고 하지만 자동차 회사 입장에선  자동차에 쓰이는 하나의 부품을 생산해서 공급하는 여러 부품업체들 중의 한 업체이다. 전문 용어로 이런 업체들을 자동차 회사 입장에선 협력 업체라고 한다. 

늘 부장은 현재 부서로 오기 전에는 구매 부서에서 잠시 업무를 했다. 대기업 구매부서는 여러 협력업체들로부터 부품을 구매해서 가전 혹은 TV를 조립, 생산했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협력 업체들은 대기업과 거래 시 부품을 공급하고 그 부품에 대한 대금을 떼일 일이 거의 전무하기에 대기업과 거래하길 모두가 간절히 원한다. 

이러한 간절함이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갑과 을의 관계가 확실히 구분되게 만든다. 늘 부장이 경험한 대기업과 협력회사의 갑을의 관계가 20년 전과 비교 시 확연히 달라짐을 피부도 절실히 느끼고 있지만 여전히 갑을의 관계가 존재함을 알고 있다. 

때론 구매 단가 관련 대기업 구매 담당자에게 하소연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다가 그 담당자로부터 찍히는 순간 매출과 업무 처리면에서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협력업체 담당자는 갑의 위치에 있는 대기업 담당자에게 다소의 부당함이 있더라고 참고 또 참는다. 

이런 협력회사 담당자의 을의 입장에서의 심정을 그동안 늘 부장은 모르고 살았다. 늘 갑의 위치에서 업무를 20여 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늘 부장이 늘 갑의 위치에 있으란 법은 없다. 세상은 돌고 도는 법. 드디어 늘 부장이 을의 입장이 얼마나 갑으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는 것을 오늘 경험으로 인해  뼈저리게 느낀 하루를 보냈다.

늘 부장이 자동차 부품사업부로 자리를 옮기고 처음으로 자동차 회사에서 늘 부장 회사로 진단차 방문했다. 이 진단이란 자동차 회사가 부품 협력업체에서 받는 부품이 품질 문제없이 제대로 만들어지는 지를 점검하는 그런 방문이었다. 이들의 말 혹은 지적에 대해 최악의 경우 그 자동차 회사로 부품을 공급할 수도 없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단 하나의 미흡한 점도 보여주어선 안된다는 생각에 늘 부장과 직원들은 모두들 극도의 긴장 속에서 그들을 맞이 했다. 나름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한 가지 미흡한 점이 발견되었다. 부품을 보관하기 위해 적정한 습도에서 보관을 해야 하는데 그 습도를 감지하는 센서가 한 개 밖에 설치가 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늘 부장은 한 개의 센서로도 충분히 관리가 되고 있고 다른 자동차 부품회사도 늘 부장 회사를 많이 방문하여 진단을 했지만 그걸 미흡한 항목이라고 지적하지 않았다고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고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나이 새파란 진단자에게 설명했다. 조카뻘도 안 되는 30대 초반의 젊은 사람이었다.

그 친구 왈 다른 자동차 회사는 모르겠고 우리가 관리하는 기준에선 미달이기에 시정을 하세요라고 했다. 아무리 갑의 위치에 있는 자동차 회사지만 아직 30대 초반의  새파란 젊은 친구가 50대  중후반의 회사 경험 풍부한 늘 부장에게 하는 태도는 늘 부장이 평소 협력회사에 대하듯 했던 행동과 오버랩되는 느낌을 받았다.

아뿔싸! 이것이 바로 업보구나 하는 생각이 늘 부장의 머릿속을 휘저었다.

그동안 늘 부장이 협력업체 담당자에게 했던 행동과 말에 대해 깊은 후회와 미안함이 밀려왔다. 그들에게 단지 갑이라는 이유로 왠지 건방지게 말하고 군림하는 태도를 취했었던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돌고도는 세상!

오늘 일을 겪고 나니 세상사 새옹지마라, 세상은 돌고 돌기에 어느 위치에 있던  타인을 대할 때 갑과 을의 위치가 아닌 동일한 눈높이에서 그들을 바라 보고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함을 다시금 가슴 깊이 깨달았다. 내일 당장 늘 부장의 태도가 바뀌지 않겠지만 천리길로 한걸음부터 라는 생각으로 조금씩 조금씩 갑을이 아닌 갑갑 혹은 을을의 입장에서 일하는 태도로 전환해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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