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과장! 회의시간 좀 지켜
어느덧 올해로 30년 차 회사원인 늘 부장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강산이 세 번 변할 정도의 세월을 한 회사에서 보냈다. 그래서 누구보다 회사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이해가지 않는 일들이 많다. 그중에서 특히 회의 문화다.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출근하면 본인이 주관하던 회의든 혹은 타 부서에서 주관하는 회의든 참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 어떤 회사는 출근 후 하루 일과가 회의로 시작해서 회의로 끝났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갑자기 뜬구름 없이 손흥민 얘길 좀 하자면 손흥민 선수가 오늘날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오랜 세월 동안 기초를 튼튼히 다지는데 주력했다고 한다. 그 기초란 먼저 공을 다루는 법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축구공을 가지고 땅바닥에 떨어뜨리지 않고 몇 시간이든 발로서 공을 트래핑하는 것 혹은 경기에 임했을 때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스피드룰 키우는 달리기 훈련 같은 것이다.
그럼 회의를 함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늘 부장은 정시에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늘 부장은 회의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해외주재원 시절 바쁜 일로 부사장님이 주관하는 회의에 1분 늦었다. 그러나 그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다. 부사장님이 회의실 문을 잠그라라고 지시를 했기 때문이다. 비록 1분이 늦었지만 늘 부장은 회의에 참석을 하지 못했다.
부사장님의 말씀이 100% 옳았다. 20명이 참석하는 회의에 비록 1분이 늦었지만 19명의 1분이라는 시간을 합치면 , 19분이라는 시간을 늘 부장 당신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이다. 처음엔 1분 늦었다고 회의실 문을 걸어 잠근 부사장님께 섭섭한 감정이 있었지만 결국은 맞는 말이었기에 늘 부장 스스로 반성을 했다.
그 이후로 늘 부장은 시간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어떤 회의든 정시 5분 전에 도착을 해서 미리 준비를 했다. 그래야 마음이 안정이 되었다. 요즘 들어 늘 부장이 주관하는 회의에 지각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옛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요즘 회의 문화는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라는 생각을 한다. 보통
2,3개 부서 5,6명이 참석하는 회의를 소집하면 정시에 참석하는 사람은 50% 수준 아니 그 이하였다.
물론 본인이 주관하는 회의가 아니다 보니 회의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인식하지 않고 본인 업무를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참석하다 보니 짧게는 5분, 길게는 10분 정도 지각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 한다. 그때마다 늘 부장은 야 김 과장, 박 과장 회의시간 좀 지켜 큰소리로 꾸짖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소위 말하는 늙은 부장의 꼰대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놀라운 것은 비슷한 레벨의 동료가 소집한 회의는 이렇게 늦으면서 상무 혹은 부사장님이 주관하는 회의는 1초도 늦지 않게 참석하고 심지어는 10분 일찍 와서 대기를 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참 웃기는 짜장면(?)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회사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만의 생존 전략이라 생각하면 측은한 마음도 들고 해서 이해는 된다.
30년 전, 20년 전, 10년 전 대비 요즘 회사원들의 태도를 보면 회의에 정시 참석은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대부분인 것 같다. 늦은 참석에 대해 한마디 하면 뭐 좀 바쁜 일로 늦을 수도 있지 그걸 갖고 뭐라 그러냐 라는 소리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늘 부장은 욱하면서 올라오는 감정을 억제하고 5분, 10분 뒤 참석한 직원들에게 가식적인 말을 뱉어 낸다. 바쁜 업무 중에도 이렇게 시간을 내어 참석해 주어 감사하다고...
아무리 세월이 변했고 회사 분위기도 변했지만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한다. 예전대비 아무리 자율적인 회의 문화로 변화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회의 시간에 늦게 도착하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는 이런 회의 문화는 고쳐져야 한다. 기초가 지켜지지 않으면 제 아무리 훌륭한 능력과 지식을 가진 직원들이 많이 있더라도 그 기업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라는 게 늘 부장의 한결같은 생각 익다.
김 과장! 회의 시간 좀 지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