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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부장 May 28. 2023

늘 부장의 직장 일기

회사입문 30년, 골프입문 20년

5월 중순 어느 날!


모처럼만에 끝내 주는 날씨였다. 그야말로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고 상쾌한 바람이 코끝에 싱그럽게 와닿았다. 어느 영화배우가 말한대사처럼 정말 골프 치기 따~악 좋은 날씨였다. 1년 중 이런 날에 골프를 치기가 정말  어려운데 운 좋게  P부장은 지인 덕택에 우연 찬 게 이 좋은 날에 운동을 할 수 있었다. 더구나 비용도 엄청나게(?) 저렴하게 친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날이었다.


날씨 좋아! 그린피 좋아! 이보다 더 좋았던 것은 오늘의 스코어였다. P부장은 오늘부로 골피 입문한 지 딱 20년 되는 해였다. 해외주재원을 나가게 되면서 2003년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좋아서라기보다 남들이 다 치기에 골프를 배우지 않으면 동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배우기 시작한 골프라 내가 좋아서 선택한 운동이 아니기에 생각대로 실력이 늘지 않았다.


그래서 나름 노력은 했지만 점수는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 노력에 비해 성과가 없다 보니 별로 흥미가 없어지면서 한국으로 귀임 이후에는 거의 골프채를 잡지 않았다. 몇 년 동안 치지 않다가 갑자기 한국도 골프붐이 불기 시작해서 주위에 웬만한 동료들은 거의 다 골프를 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다시 골프채를 P부장은 잡았다.


2022년부터 거의 10년 만에 다시 채를 잡고 조금씩 치기 시작했다. 스포츠는 참 공평했다. 옛날 생각만 하고 조금만 노력하면 웬만큼 칠 수 있겠지라는 안이한 P 부장의 생각은 동료들과의 게임에서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래도 해외에서 나름 힘들게 골프를 했던 터라 한국의 회사 동료들과 해도 훨씬 실력이 나을 거라 생각을 했다. 그러나  동료들과 스크린 골프에서 처참한 패배를 하면서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노력은 배신(?) 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지식을 쌓고 아파트 연습장에서 거의 매일 30분 이상 연습을 하고 매주 아내와 함께 스크린에서 연습한 결과가 마침내 오늘 스코어로 나타났다. 좀 친다는 사람들이 보면 보잘것없는 점수지만 P부장은 자신이 나름 최선을 다한 결과물로 이 정도 스코어가 나온 것에 본인 스스로 만족을 했다.


골프는 순전히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물로 나타 난다. 물론 혹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에 부딪친다는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세상의 이치이기에 순응을 해야 한다.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해도 결괏값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모든 프로축구 선수가 아무리 노력해도 손흥민처럼 될 수는 없다.


이 대목에서 P 부장은 골프와 회사일을 연관 지어 생각을 해봤다. P부장은 30년의 회사 생활 중 부장만 10년째다. 이 정도 짠 밥이면 임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직급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장으로 재직 중에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느 정도 노력과 운이 보태지면 국내 대기업에 취직을 할 수 있다. 입사를 해서 큰 사고 없이 근무를 하면 부장까진 대부분 진급을 할 수 있다. P부장의 주변만 봐도 그러하다.


그러나 문제는 부장을 달고 임원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결코 쉽지 않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임원을 달기 위해선 본인의 업무적인 능력과 노력도 있어야 하지만 더 중요하는 것은 운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임원을 달기 위해선 운칠복삼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임원 승진을 위해선 운이 70% 있어야 하고 복이 30%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회사 입문 30년, 골프 입문 20년을 돌이켜 봤을 때 어느 것이 개인의 노력이 더해질 때 더 성공확률이 높을까 P부장은 곰곰이 생각해 봤다. 결론은 골프라는 사견이다.


골프는 오직 본인의 노력만 있으면 객관적으로 드러나 느 점수를 알 수 있다. 그러나 회사 생활은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업무를 잘 챙기고  남들이 6시 퇴근할 때 본인은 밤 10시에 퇴근하더라도 상사가 그를 바라보면 시각이 부정적이면 그 사람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아무리 주위에서 그 사람이 괜찮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상사가 바라보는 피평가자에 대한 시각이 좋지 않으면 결과 또한 나쁘게 나타나는 것이 직장의 현실이다.


남들이 보면 그다지 좋은 스코어도 아닌데 괜히 호들 값 또는 자랑질이냐 리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괏값에 대한 만족은 주관적인 것이다. 누가 10억을 가졌다면 A라는 사람은 너무 큰 금액이다라고 할 수 있고 B라는 사람은 겨우 그 정도냐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오로지 본인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우짜뜬!!

골프 입문 후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하면서 회사 생활도 골프처럼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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