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너프 Jun 19. 2022

여행의 기술

시간부자에게 간소함의 의미

포르투로 떠날 당시 우리  가족은 캐리어 두개와 

보조가방 등에 각자의 꼭 필요한 짐들을 넣었다.

몇개월이 될지, 몇년이 될지 모르는 떠남을 앞두고

우리는 나름 신중하게 짐을 쌌다.


하지만 포르투에서 지내는 동안, 캐리어에서  한번도 외출하지 못한 물건들에 대해 나는 죄책감 

아닌 죄책감을 느꼈다.


우버를 타고 이동해야 할 때마다 컴팩트한 차량을

호출하지 못한 이유도, 근교로라도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이유도 돈도, 시간 아닌  때문이었다.


자유를 찾아 떠난 여행이었다. 시간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경제적 자유를 얻어 떠나게 된 여행이었다. 해야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고, 가족들과의 시간도 원하는 만큼 가질 수 있을 만큼 무엇 하나 부족할것도, 불평할것도 없는

나날이었다.


하지만 나의 자유에도 여전히 작은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지닌 물건들로부터의 족쇄였다. 충분히 신중했다. 그랬기에 더더욱 곤혹스러웠다. 물건과 짐에 있어 나의 기준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출판으로 인해 잠시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우리는 다시 출국할때 어떻게 짐을 싸야할지에 대해 늘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우리는 이제 충분히 알고 있다. 여행의 목적도, 여행을 위한 짐도 단순해야 여행이 주는 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예전엔 여행을 통해 얻고 싶었던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야말로 욕심쟁이였다. 여행의 목적 만큼이나 짐도 이것저것 다 챙겨야만 마음이 편했다. '혹시나 필요하게 되면 어째' '그곳에서 사려면 비쌀거야' 와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오랜만의 여행이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딱 두가지다. 가족들과의 대화 시간 그리고 독서. 예전 같았다면 여행의 묘미는 바베큐라며 이것저것 바리바리 챙기느라 바빴을 터였다. 하지만 가족들과의 대화는 바베큐가 아니어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오히려 나는 아침 산책을 평소보다 더 길게 하면서 큰 딸과 대화를 나눌 시간을 기대하고 있다.


남편과 충분한 독서시간을 위해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주방에서 머무는 시간을 줄이자고 약속했다. 그래서 레트로와 밀키트 음식들을 준비했다. 그래보았자 4-5일 간의 바깥 음식이다. 우리는 다시 돌아가게 되면 누구보다 집밥을 사랑하게 될것이고, 가족이 손수 만든 음식에 고마움을 표현하며 건강을 채울 것이다.


때론 우린 너무나 많은것들에 신경을 빼앗기고 만다.무엇이 중요한지,  그것이 그토록 중요한지 묻지 않아서일까? 바람만큼이나 원하는 것을 채우지 못하며 산다. 그러면 어김없이 불안감과 불행, 그리고   불만족한 감정이 찾아온다.


숱하게 반복되던 굴레에서 나는 이제 벗어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간소함이었다.

간소하다는 것은 결코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버린다는 뜻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것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