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31일 밤 11시 50분에도 들뜨지 않았다. 각자 핸드폰을 바라보다 몇 분이 지나서야 2022년이란 걸 알았다. 2022 촛불을 밝힌 케이크를 준비해 카운트다운을 하고 촛불을 껐다면, Happy new year를 외치며 서로를 껴안았다면 달랐을까. 아니 애초에 내게 2022년은 없었다. 말도안 되게, 새해가 오지 않기를 간절히빌기까지 했다. 아무계획도세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어떤 기대도 없단 이유로.
하지만 당연하게 2022년은 왔고, 멀쩡하게 새해도 떴다. 그렇게 6일이 지났는데도여전히 계획이 없다.고민은 하는데 자꾸 흩어졌다. 작심삼일도 벌써 두 번은 했을 시간인데. 작년과는 너무 다른 시작이었다.
2020년 12월 27일에는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그리고 1월 4일, 브런치로부터 받은 작가 승인 이메일이 2021년의 나를 살게 했다. 말하자면 그런 엄청난 이슈를 기대하고 있었다. 2022년에도.
크리스마스 이후였던 것 같다. 일 년간 뭔가를 굉장히 열심히 하긴 했는데 지나고 보니 대체 뭘 했나, 싶은 거다. 육아는 잘 해왔던 걸까. 아이는 40개월이 다되도록 기저귀도 떼지 못하고 있는데. 나 편하자고 방관했던 건 아닐까. 나 편하자고 만든 식단이 아이를 편식하게 만든 건 아닐까.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반나절, 시간 쪼개가며 브런치에 글을 쓰기는 썼는데 이렇게 계속 쓰는 게 맞는 걸까. 그만 쓰고 아이에게 더 집중할까. 그 시간에 반찬이라도, 청소라도 제대로 할까.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더 해볼까? 손을 놓을까? 방향을 틀어볼까? 브런치 작가 일 년 차에 이런 고민은 우습지만, 스무 해를 써 온 마흔한 살에 이런 고민은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슬펐다. 브런치에 글 하나 쓰자고 일 년을 전업이 워킹맘처럼 살았다. 10원도 벌지 못하면서. 그러면서도 검색하는 건 또 '신춘문예'고 '공모전'이다. 아니면 브런치에 올리는 글을, 책이 될 만한 소재로 바꿀까 정도? 지금의 이런 소재로는 어림도 없으니. 그러다 또 어느 날은 SNS에 한 줄짜리 글도 쓰기 싫었다.내공이 쌓일 때까지 독서만 하며 글쓰기를 멈출까생각한 날도 있었다.
마음이 이리 오락가락하니 어떤 계획도 결정도 할 수 없었다.
브런치가 뭐라고. 그저 열심히 쓰기만 하면 2021년 12월에는 뭐라도 돼있을 줄 알았다. 착각이라고 해도 덕분에 일 년을 열심히 썼다. 후회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 패턴 그대로 이어나가는 건 심각하게 고려해 볼 문제였다.
브런치 말마따나 꾸준함이 재능이 될까? 재능을 녹슬지 않게 '꾸준히' 닦아줘야 하는 거 아니고? 과연 난 재능이 있을까. 때때로 쓰고 싶은 마음만 있는 건 아닐까. 그러면서도 '잘' 쓰고 싶은 욕심만 있는 건 아닐까.
한 살 더 먹어 새해가 싫은 건 오래전 일이다. 마흔을 넘긴 지금은 새해임에도 불구하고 흔한 계획 하나 없는, 결정을못 내리는내가싫다.
어쨌든 오고야 만 새해니까. 2022년의 나를 살게 할 무언가를 '하루빨리' 찾고 싶다. 더는 의식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싶지 않다. 루저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