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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Dec 17. 2022

나의 수집 일기

토요 글쓰기 모임 [끄적이는 소모임] #12

22.11.30







아아 결국 나의 병적인 수집에 대하여 이야기를 할 때가 된 것인가. 나는 엄청난 수집광이다. 사실 ‘엄청난’까지는 아니고 ‘어느 정도는’이라고 형용사를 바꿔야겠다. 그런데 또 수집에 미쳐있다는 뜻에 ‘수집광’이 ‘어느 정도는’라는 단어와 함께 사용될 수 있는가, 라는 생각에 미치다 보면 오늘 안에 나의 이야기가 시작될까 괜한 걱정이 든다.



결론은, 난 아마 특정 부분에서는 수집에 미쳐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특정 부분에 속하는 품목들이 궁금해질 것인데 (아니면 말고) 대체적으로 아래와 같다.



{사진, 편지, 기억 남는 문장, 엽서, 필름 케이스 등등}



대체로 누구나 한 번쯤은 수집해보았을 물건들일 것이다. 특히 사진과 편지는 여기에 포함해도 되나 싶긴 한데 모아둔 게 하도 많으니까 슬쩍 넣어봤다. 사진은 각도가 1도라도 달라져도 다른 사진이라고 취급하는 사람으로서 핸드폰 앨범에는 비슷비슷한 사진이 열몇 장씩 중복되어 있고, 편지는 오직 나만을 생각하며 글을 써 내려간 시간들이 고마워서 모두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지나간 인연들에게 받은 편지들까지도 잘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다음으로 기억 남는 문구 수집은 책을 보다 마음이 울렁이는 문장들, 인스타그램 혹은 블로그에서 우연히 가슴 깊이 들어오는 문장들, 영화를 보다 계속 곱씹게 되는 문장들을 모두 기록해둔다. 캡처로 기록하거나 노션에 따로 타이핑하는 식.



할머니가 처음으로 적어준 내 이름도 모아두기



그다음은 엽서인데 이건 내가 열심히 수집한다고 자부한다. 대만에 있을 당시 한동안 한국의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을 때 좀 더 특별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어 대만 느낌이 물씬 나는 엽서들을 사들였다. 가끔은 그 엽서에 편지를 쓰기도 하고, 괜히 엽서도 몇 장 넣어 보내곤 했다. 그게 아직까지 이어져서 어디를 여행 가거나 박물관, 미술관, 전시회를 가면 꼭 사 오는 편이다. 언젠간 지금까지 모은 수많은 엽서들을 묶어 얽힌 이야기와 함께 책을 내면 재밌겠다.



마지막은 필름 케이스이다. 필름 사진도 아니고 필름 통도 아닌 필름을 감싸고 있는 종이 재질의 필름 케이스. 어디에선가 필름 껍질을 모아 콜라주에서 만든 액자가 너무 예쁘고 멋지다고 생각했기에 그때부터 집착스레 모으곤 했다. 지금까지 아마 오십 장은 넘게 남겨놓지 않았을까. 언젠간 내가 생각했던 그것을 만들게 되면 사진으로 자랑하겠다. 어디에든.



핀터레스트에서 우연히 보고 반해버린 필름꼴라주



누구에게나 수집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아마 자신이 가장 특별하다고 느꼈던 경험이나 기억, 추억들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물건이겠지. 소중한 것을 계속 수집해나간다는 것은 언제든지 이 현생에서 받아낸 스트레스를 가장 빠르게 해소할 수 있는 마법의 버튼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한 번의 클릭만으로 조금 더 즐겁고, 조금 더 기운 낼 수 만 있다면. 가끔 우울한 새벽에 나만의 상자를 열어 그 안에 담긴 물건을 한 번 더 찬찬히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언제곤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버리고, 비우는 게 가끔은 답일 수는 있으나, 내 눈에 가장 잘 띄는 자리에 좋아하는 거 한두 개 정도는 늘여놓는 건 어떨까? 나의 기분을 위해, 나의 또 새로운 하루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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