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 자살'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낯선 용어이지만 자신의 힘으로 직접 약물을 복용하거나 주사하여 자살을 하는 행위로서, 주로 불치병에 걸렸거나,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선택하고 있는 죽음의 방식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불법이지만 스위스에서는 엄격한 조건 하에 조력 자살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이런 와중에 지난 해 12월 초, 스위스에서 조력 자살을 돕는 장비인 ‘사르코(Sarco)’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사르코는 한 사람이 들어가 누울 수 있는 크기의 캡슐 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작동시키면 밀폐 공간에 질소가 차오르면서 산소 부족으로 사망에 이르는 방식이라고 하는데요. 현재는 세 가지의 시제품이 개발된 상태로, 그 중 세번째 모델이 스위스에서 처음 상용화 된다는 기사가 발표되었습니다.
물론 이 내용은 스위스의 법률 상 ‘이기적인 동기로 다른 사람의 자살을 도우면 안 된다'라고 명시된 부분이 이기적인 동기만 아니라면 타인의 자살을 돕는 것이 합법이라는 확대 해석 끝에 나온 것이었습니다. 즉, 실제로 스위스에서 사르코를 합법적으로 수용한다는 발표 한 적은 없는 것이죠.
기사의 진위 여부는 뒤로 하고, 다시 사르코의 이야기로 돌아와볼까요? 일단 현재는 조력 자살에 필요한 약물을 처방하거나 조력 자살 희망자의 정신건강 상태를 판단하는 데 인간 의사가 개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르코에 탑재된 인공지능(AI) 평가 시스템을 이용하면 의사가 아닌 AI에게 자살을 승인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AI가 사람의 생명까지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인 가운데, 기술의 발달이 언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하는 생각도 들게 되었는데요. AI가 사회 전반에 만연한 사회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지 걱정과 기대가 동시에 듭니다. 성별·나이·국적·인종·건강상태 등을 다 따진 뒤 ‘자살 결정을 내리기에 온전한 정신상태’라는 결론을 내려면 대체 그 AI는 얼마나 복잡한 알고리즘을 구축해야할지, 마치 우리에게 큰 숙제가 남겨진 것처럼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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