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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트라이어드의 두 얼굴: 차가운 다크, 예민한 다크

by 박진우

다크의 두 얼굴: 왜 어떤 사람은 차갑고, 어떤 사람은 예민한가


A사 전략기획팀 김 팀장은 감정의 파동이 거의 없다. 회의에서 비판을 들어도 표정 변화가 없고, 중요한 결정 앞에서도 침착하다. 동료들은 그를 차갑지만 계산이 빠른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의 문제는 과도한 냉정과 공감 결핍에서 나온다.


반면 같은 팀의 박과장은 정반대다. 칭찬에는 과하게 들뜨지만, 피드백이 들어오면 표정이 금방 굳는다. 메시지 답장이 늦으면 불안해하며 메신저를 반복 확인하고, 작은 오해에도 감정이 요동쳐 종종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팀원들은 그를 예민하고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놀랍게도, 최근 심리학 연구는 이 두 사람이 동일한 Dark 성향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낸 인물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현대 조직, 기술 환경은 이 둘 중 후자, 즉 취약형 다크(Vulnerable Dark Triad, V-DT)의 문제가 더 심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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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지금 V-DT(취약한 다크)가 부각되는가: 현대 환경 구조가 ‘취약한 다크’를 만든다


V-DT는 원래 임상심리학에서 연구되던 개념이었지만, 최근 기업 HR 분야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조직과 기술의 구조적 변화 때문이다.


① 심리적 안전의 약화: 예민한 다크가 쉽게 활성화되는 환경

성과 압박, 구조조정, 빠른 의사결정. 현대 기업은 지속적 긴장 상태에 가까워졌다. 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은 이런 환경에서 더 과민해지고, 불안 기반의 다크 행동이 빠르게 드러난다.


② 상시 평가 환경: 비판·거절 신호가 너무 많다

이메일, 슬랙, 메신저, 화상회의… 평가는 더 이상 이벤트가 아니라 항시적 환경이다. 전통적 다크는 비판에 둔감하지만 V-DT는 미세한 비판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즉, 평가가 많을수록 V-DT의 위험성이 커진다.


③ 원격근무: 관계 불안과 통제 욕구의 폭발적 결합

표정, 뉘앙스, 눈맞춤 같은 사회적 신호가 사라지면서 불안한 사람들은 과도한 점검, 부정적 해석, 반복적 확인 행동을 보인다. V-DT의 핵심이 바로 거절 민감성 + 관계 불안 + 통제 욕구이므로 원격근무는 이들의 다크 행동을 증폭시키는 이상적 조건이다.


④ 기술 의존 환경: 즉각적 보상이 정서적 취약성을 자극

스마트폰, 알림, SNS는 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에게는 기분을 바로 바꿔주는 가장 손쉬운 도구다. 감정이 폭주하면 스마트폰을 확인해 임시적으로 안정을 취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이 네 가지 이유가 최근 V-DT가 조직에서 중요한 리스크로 급부상한 배경이다.


2. 전통적 다크 vs 취약형 다크: 같은 뿌리, 완전히 다른 동기


전통적 Dark Triad(DT): 냉정 / 대담 / 전략형

- 감정 둔감성, 전략적 사고, 도구적 관계, 공감 결핍, 냉정한 공격성, 낮은 불안 수준을 보인다. 이들은 감정의 제약 없이 목표를 밀어붙일 수 있는 유형이다.


Vulnerable Dark Triad(V-DT): 예민 / 불안 / 회피형

V-DT는 전통적 다크와 달리 정서적 취약성이 핵심이다.

① 취약한 자기애(나르시시즘)

- 인정 욕구는 크지만 비판과 거절에 극도로 민감하다. 이로 인해, 수치심과 관계 불안이 빠르게 증가한다. 자기개념이 불안정해 작은 신호에도 쉽게 흔들린다.


② 취약 마키아벨리즘

- 전략적 조작이 아니라 불안으로 인해 관계를 과도하게 통제하려 한다. 관계에 있어 신호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불신이 핵심 동기다.


③ 취약한 사이코패시

- 냉담성이 아니라 정서적 불안정, 충동성, 회피적 반응이 결합되어 나타난다. 이들은 불안 때문에 방어적으로 어두운 행동을 보인다.


DT는 차가운 폭력이지만, V-DT는 불안한 폭발에 가깝다.

둘 다 위험하지만, 문제의 기원도, 개입 전략도 완전히 다르다. 이 두 유형의 차이는 얼마나 어두운가가 아니라, 그 어둠이 어떤 방식으로 행동에 나타나는가에 있다.


3. 디지털 중독: V-DT가 특히 취약한 이유


전통적 다크가 디지털을 공격적, 전략적으로 사용한다면, V-DT는 디지털에 의존한다. 최근 연구는 이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Giancola, M., Piccardi, L., Nori, R., D'Amico, S., & Palmiero, M. (2026). The vulnerable side of technology addiction: Pathways linking the Vulnerable Dark Triad to problematic smartphone and social media use.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251, 113560.).


디지털 환경은 V-DT에게 다음과 같은 심리적 보상을 제공한다.

① 정서 조절 실패: 디지털로 감정 진정

불안이 커지면 스크롤 및 알림 확인은 가장 빠른 진정 수단이 된다.

② 관계 욕구 불충족: SNS 반응에 의존

‘좋아요’ 하나가 관계 안정감을 대신한다.

③ 사회적 안전감 부족: 반복적 checking behavior

읽음 표시, 온라인 상태, 답장 속도에 지나치게 민감해진다.

④ 충동성: 즉각 보상 루프에 취약

알림, 메시지, 피드가 도파민 기반 보상을 즉시 제공한다.


연구 결과, V-DT는 전통적 Dark Triad나 HEXACO보다 스마트폰, SNS 중독을 더 강하게 예측했다. 즉, 현대 디지털 환경은 V-DT의 약점을 구조적으로 강화하는 생태계다.


4. CARAT(Core Attributes of Readiness and Attitude Test): DT와 V-DT를 모두 측정할 수 있는 도구


대부분의 성격검사는 Dark Triad를 단일 차원으로 간주하거나 개별 특성만 측정한다. 하지만 조직에서는 '얼마나 다크한가?'가 아니라, '다크가 차갑게 작동하는가, 아니면 불안하게 작동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위의 김 팀장과 박 과장의 케이스처럼 말이다. 즉, 다크의 강도 뿐 아니라, 방향성도 중요하다.


CARAT은 Dark 구성요인을 Na(자기애), M(마키아벨리즘), P(사이코패시)외에 N(신경증성)을 분리해 측정한다. 이 조합을 통해 CARAT은 DT와 V-DT 두 유형 모두 포착할 수 있다.

- 전통적 DT 패턴(냉정, 전략형 다크): Na↑, M↑, P↑, N↓

- 취약형 V-DT 패턴(예민, 회피형 다크): Na↑, M↑, P↑, N↑


CARAT이 가진 강점은 명확하다.

다크를 ‘양’이 아니라 ‘구조’로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다. CARAT은 냉정한 다크(DT)와 불안한 다크(V-DT)를 동시에 구분하고, 각 유형이 조직에서 만드는 리스크를 예측할 수 있다.


전통적 Dark Triad는 오래전부터 연구되어 왔다. 하지만 오늘날 기업을 더 흔드는 것은 불안과 인정 욕구, 관계 불안이 결합된 V-DT다. 환경 변화는 V-DT의 행동을 빠르게 드러내고 강화한다. 그리고 이 미묘하지만 치명적인 차이를 측정하고 구분해야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다.


이제는 조직 내 냉정한 다크뿐 아니라, 불안한 다크를 대비해야 한다.


(To be continued...)

냉정한 다크와 불안한 다크에 대응하는 방안은 다음 글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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