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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지혜 Oct 04. 2023

쿨한 척과 자격지심의 상관관계

Photo by Collin on Unsplash


쿨한척하는 친구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 


사람들은 쿨해 보이고 싶어 한다 또는 쿨해지고 싶어 한다. 가끔 혹은 자주 쿨해 보이기 위해서 사람들 앞에서 특정한 태도와 행동을 취한다. 의도와 상관없이 실제로 쿨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고, 쿨한척하는 것이 티가 나는 경우가 있고, 자격지심에서 나오는 쿨한 척이 보일 때도 있다. 


인간이면 어느 정도는 다 이런 면이 있는데, 살다 보면 유독 쿨한 척을 좀 더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자신의 성격과 취향을 설명할 때, 자신과 반대되는 그리고 싫어하는 것을 먼저 말하고 강조한다 너무 싫다고.


가령, “나는 공주공주한 스타일이랑은 완전 반대야 그런 스타일 절대 못해 너무 싫어 레이스 달린 꽃무늬 원피스 이런 거 절대 못 입어. 나는 좀 깔끔하고 모노톤에 딱 떨어지는 라인이 좋아. 그런 것만 입어서 내가 남자친구가 안 생기나? 남자 만나려면 좀 여성스럽게 입어야 하는데” 이런 식인데  비슷한 말 또는 논리를 여러 번 들어봤다. 싫어하는 스타일을 과장해서 이야기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은근히 포장하면서 또 단점스러운 특징도 덧붙이는데 결국에는 나는 쿨한 스타일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예시 때문에 여자들의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스타일은 성별과는 상관이 없다. 옷차림, 이상형, 직업관, 경제관념, 여행 스타일 등의 수많은 주제에서 그러한 성향들이 드러난다.


예전에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나 친구가 실제로 쿨 해 보이고 멋있어 보였다. 자기의 스타일이 확실하게 있고, 뭔가 화려하지는 않아도 조금 세련된 느낌이랄까. 부럽기도 하고 뭔가 나도 저런 스타일이면 멋있어지니까 저런 걸 좋아해 볼까?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다 이런 말들을 반복해서 듣거나 그 사람과 시간을 더 보내서 성격을 더 파악하게 된 후에는, 저 말의 속에는 ”나는 쿨하고 멋진 스타일이야 다수와는 다르게”라는 메시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도 "다름"이라는 이유로 우월함을 느낄 때가 있는데, 이런 영향들을 받아온 것 같기도 하다.


최근에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본 계기가 있었다. 친구들과 연락할 때 서로 가본 것 또는 좋았던 것들을 메시지나 사진으로 공유할 때가 있다. 얼마 전에 내가 좋아하는 공인(?)을 보고 와서 멀리서 겨우 찍은, 화질이 안 좋은 사진과 내가 웃으면서 그 사람의 포스터옆에서 찍은 사진을 친구에게 보냈다. 그 사진들이 좀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보내기도 했다. 나는 은근히 사람들을 웃기고 싶어 한다. 내 메시지와 사진을 보고 그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1) 겁나 신났네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그 메시지를 확인했지만 약 5분 정도 답을 하지 않았다. 

2) 그래서 그 사람이 저기서 누군데?ㅋㅋㅋㅋㅋㅋㅋㅋ (심드렁)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 메시지에서부터 기분이 안 좋았다, 딱 보자마자 좀 당황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라서. 재밌어하라고 보낸 사진들이었는데 ㅋ만 많았지 재밌어하는 게 아니라 냉소적인 느낌이었다. 굳이 저런 표현으로 답을 해야 할까? 기분 좋아 보이네 좋았겠네 이런 말들도 많은데..라고 생각했다. 서운하고 그 메시지가 기분이 나빴다.


공격적이진 않지만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그게 뭔데 난 관심 없어 네가 좋아하는 거 나한테는 별로야” 이런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그 행사에 함께 같이 갔던 친구들은 그 사람을 함께 찾아주고 부탁하지 않아도 사진도 계속 찍어주고 계속해서 그 사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친구들은 딱히 팬이 아니라서 혹여나 나 때문에 시간을 더 소비하지는 않을까 했었는데 그런 걱정이 그냥 사라질 정도로 다들 관심을 보이고 재밌어했다. 내가 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을 재밌어하고 supportive 하게 같이 관람해 주었다. 그래서 그날의 경험이 좀 wholsome 하고 따뜻했다.


동생에게도 같은 사진들을 보냈는데 여느 때처럼 귀엽다고 대박이라고 반응을 보였다. 내 주변의 사람들의 착한 반응들에 익숙해서 저 메시지들의 더 임팩트가 나한테 더 컸던 거 같다. 메시지들을 보고 기분이 확 안 좋았다. '왜? 그 친구가 지금 경험할 수 없는 것이어서? 내 일상에 심드렁해서? 내가 자랑하는 게 보기 싫어서?' 아니면 세 가지 모두가 이유였을 수 있다.


자랑과 무관한 사진 보내기는 아니었지만 사진이 재미있게 나와서 웃기고 싶은 마음이 80%였다. 친구는 그 사람의 팬이 아니기에 자랑의 욕구는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저 메시지들을 받고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생각했다. 나도 냉소적으로 받아치거나, "아니야 이거 진짜 대단한 거야" 이렇게 답하기는 싫었다. 우아하게 짧은 메시지로 그 사람을 당황하게 할 수 있을까? 그냥 답을 안 해야 할까? 그래도 약간의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이제 더 이상 내가 너무 예민한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지 않는다. 기분 나빴으면 나빴던 거다. 좋은 사람인 것도 알고 같이 있으면 즐거우면서도 이런 면들은 좋지 않다. 친구를 완벽해서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그러한 성향들이 너무 강해지면 그 사람을 떠날 수 있게 된다. 냉소적인 말과 행동을 싫어한다. 의미도 없고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심지어 무의식 중에 나온 반응이라고 할지라도 그냥 싫다. 코난 브라이언이 오래전에 진행하던 토크쇼의 마지막 방송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전했던 말. 자신에게 친절했던 사람들이 떠올라 울컥하면서도 강하게 전달하려고 하던 말. “냉소적으로 살지 마. 그냥 그렇게 살지 마라. 내가 장담하는데 너의 일을 열심히 하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네가 상상할 수 없었던 놀라운 일들이 너한테 찾아올 거야.” 이 짧은 영상을 여러 번 돌려봤었다. 코미디언이 저렇게 말하는 게 인상적이면서도 '맞아요 너무 동의해요' 이런 마음이 들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cF1OoWqXBc


냉소적인 사람에게 반응을 하지 말아야 할까, 오히려 "어 맞아 그러네"라고 간접 동의를 해주어야 할까. 미쉘 오바마의 "When they go low, we go high"를 실천하고 싶은데 또 한편으로는 복수하고 싶거나 당황스럽게 만들고 싶은 마음들도 불쑥불쑥 올라온다. 나의 처신으로 그 사람이 조금 당황한 뒤에 자신의 말을 돌아볼 수 있다면 그게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대놓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 보도록 하는 말과 행동. 내가 좀 더 멋있고 그릇이 큰 사람이 된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mu_hCThhzW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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