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 눈을 떠서 눈 뜨자마자 방마다 제습기를 돌리고 있다. 아침 먹는 사이 세차게 비가 쏟아지더니 어느새 그치고 매미가 울고 있다. 올여름은 ... 한 느낌이고 나는 그걸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보고 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자기 혼자 다가왔다가 자기 혼자 빠져버린 블록 때문에 다 조금씩 이가 맞지 않은 채로 삐걱이고 있는 걸 아무튼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제 인간에게도 곧 아가미가 생겨나지 않을까 싶은 날씨 속에 한쪽 손과 팔을 뒤덮은 새빨간 습진을 소독하며 가장 괴로운 건 아픔이나 고통이 아니라 가려움인 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휴대폰을 끄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 삶의 모든 게(삶 자체조차)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