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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진 Jul 22. 2024

여름 악몽

물속에서 눈을 떠서 눈 뜨자마자 방마다 제습기를 돌리고 있다. 아침 먹는 사이 세차게 비가 쏟아지더니 어느새 그치고 매미가 울고 있다. 올여름은 ... 한 느낌이고 나는 그걸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보고 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자기 혼자 다가왔다가 자기 혼자 빠져버린 블록 때문에 다 조금씩 이가 맞지 않은 채로 삐걱이고 있는 걸 아무튼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제 인간에게도 곧 아가미가 생겨나지 않을까 싶은 날씨 속에 한쪽 손과 팔을 뒤덮은 새빨간 습진을 소독하며 가장 괴로운 건 아픔이나 고통이 아니라 가려움인 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휴대폰을 끄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 삶의 모든 게(삶 자체조차)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인생은 형벌이고 윤회하지 않는 것만이 구원이다. 매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곳에서, 쨍쨍한 햇살 아래 온몸을 소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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