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면장을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미래를 생각하며

by 구대은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을 우리는 오래 들어왔다.
대부분은 이 표현을 ‘면장이 되려면 많이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지만,

사실 이 말의 뿌리는 훨씬 오래되었다.


공자의 가르침에서 나온 ‘면면장(免面牆)’,
즉 배우지 않으면 담장 앞에 갇히고, 배워야 시야가 열린다는 뜻이다.
이걸 알고 나면 이 말이 조금 다르게 들린다.

요즘 우리 정치와 행정을 보면 바로 이 문장이 계속 떠오른다.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공무원이면 누구나 “주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정말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인데
이 부분을 슬쩍 건너뛰고 자리를 먼저 탐하는 모습이 더 눈에 띄곤 한다.


담장 앞에서 아직 세상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문 열어달라”며 손만 드는 모습이랄까.

여기서 유권자의 고민은 깊어진다. 후보자를 검증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홍보지에는 반듯한 사진, 깔끔한 이력, 근사한 공약이 빼곡하지만
그 사람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까지
한눈에 알아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당의 공천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정당 소속만 봐도 당락이 절반쯤 결정되는 선거 구조에서는 더 그렇다.
정당은 사실상 유권자를 대신해 1차 검증을 하는 곳이고
여기서 걸러지지 않은 인물이 지역의 미래를 맡게 되면
그 책임은 결국 주민 모두에게 돌아온다.


지자체 사업의 제대로 된 의미를 알려면

그 사업의 본질을 볼 수 있을 만큼의 지식이 필요하다.

최소한 사업과 관련된 법령과 지침을 이해하고

사업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예산서와 결산서를 보기 위해서는

상당히 두꺼운 지침(매뉴얼 등)을 다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사람은 담장 너머를 본 사람인가?”
“배우고, 알고, 준비된 사람인가?”
아니면
“그저 담장 앞에서 자리를 탐하는 사람인가?”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을 뽑는 일은
그 사람의 시야와 능력, 책임감을 선택하는 일이다.
그래서 아무나 뽑을 수는 없다.
우리 동네의 미래가 담장 앞에서 멈춰 서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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