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동료에게서 위안을 얻다
직장인이 대학원에 가려고 마음을 먹으면 입학하기는 어렵지 않다. 가뜩이나 살림살이가 어려운 대학의 입장에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직장인들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결론, 입학은 쉽다. 면접관은 대학에 몸담고 있는 교수들인 만큼 직장인으로서 필드 경험, 노하우 등을 배움을 통해 풀어보고자 한다는 학업 계획만 잘 호소하면 된다. 대학원이라는 학문 공동체는 서로가 주고 받으면서 자신들만의 고민(연구 문제)을 나름의 방법(연구 방법)을 통해 해결(연구 결과)하고 이를 퍼블리시(논문, 학술지)하는 것이므로 연구의 벽에 부딪힌 교수들도 학생들을 통해 새로운 피드백을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함정은 있다. 졸업은 쉬워도 학위는 어렵다. 들어오는 사람들은 많지만 나가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논문이라는 거대한 벽을 만나기 전까지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진짜 늦었다'며 고민 끝에 대학원 석사를 시작해보니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거 같았다. 이미 석사와 박사를 진행중인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수업 시간에 그들이 보여주는 학문적 안정감과 이제 졸업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여유, 그리고 그들이 한번씩 내뱉는 "어휴 안 늦었어요. 열심히 하세요"란 말은 오히려 진짜 늦은 게 맞나보다고 의심하게 만들었다. 결론, 40대 중반의 나이가 공부를 시작하기에 나이가 적은 건 아니다.
반면, 같이 입학한 동료들을 보면서 아직 늦지 않았다는 안도감도 동시에 들었다. 생각보다 적지않은 분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잘 나가시는 분들이, 회사에서 일로서는 빠질 거 같지 않은 분들이 평일 저녁과 주말의 시간을 반납하고 공부하겠다고 대학원을 왔던 거다. 더 위안인 건 나보다 회사생활을 훨씬 오래했던 사회의 지긋한 선배들일수록 학문의 세계에 문을 두드리는 분들이 많다는 점이다. 자기 소개 시간을 통해 알았다. 내가 생각했던 입학 이유를 주변의 동료가 먼저 말할 때, 내가 말할 것들을 빼앗겼다는 아쉬움보다는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던 사람들이 대학원에 들어왔구나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결론, 대학원 다니기 딱 좋은 연륜과 경험이 있는 나이는 40대이다. 주변의 지인이 그랬다. 나이들어서 공부를 시작해보니 예전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너무도 쉽게 해결되더란 거다. 현실 경험이 적던 대학시절 이론과 노하우를 책을 통해 배울 때는 무조건 외웠지만, 현실 경험이라는 소스를 치고, 연륜을 버무리니 난 그대로 인데 이해가 쉬워진 거다. 한학기 3과목 9학점, 2년 동안 30학점을 어떻게 채울 지에 대한 우려는 일단 접어뒀다.
동료 믿고 개문발차! 대학원 공부는 그 문을 두드리면 5부 능선은 넘고, 준비는 없어도 일단 한 학기 수업을 시작하면 8부 능선에 가는 건 어렵지 않다. 얼마든지 가능했다. 준비없이 시작한 나도 했기 때문이다. 단, 석사 1학기 시작했을 때 석사 4학기 선배의 논문 준비를 부러워하지 말고, 박사 1학기 선배의 도전에 주눅들지 말고, 박사 5학기의 논문 준비는 쳐다보지도 말자. 그냥 지금 이순간 같이 시작한 내 동료들만 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