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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die Aug 13. 2022

특수부대의 전략문화

과거 특수부대 지휘관 임무를 수행할 당시 나의 기본 철학은 "나는 당신보다 현장 상황을 잘 모르니 가급적 모든 것은 네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해라. 단, 책임은 내가 진다."였다. 결과적으로 내 역량과 리더십이 부족해서 이러한 나의 지휘 방법을 두고, 일부는 그저 전문성이 없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지침을 주지 못하는 지휘관으로 불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 철학을 제대로 구현하기에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고, 나도 처음이었기에 100% 나의 부족함을 인정한다.


조금의 변명을 보태자면, 그것은 나름 합리적인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적지'에서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특수작전팀'의 특성상, 실제 작전에 투입되면 지역대장이든, 대대장이든 자신의 상급 지휘관의 지휘통제에서 물리적으로 벗어난다. 이는 임무수행 중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은 지휘관의 지침이 아닌 팀의 '집단지성'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나의 전임자는 부하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자신의 의지대로 통제하려고 했던 '마이크로 리더십'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나는 이러한 심리적 의존관계를 강제로 끊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강구했던 것이었다. (물론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특수작전부대는 각종 '규제'와 '간섭'에서 자유롭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모든 문제는 '스스로'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때 당시 나의 지휘 방법이 부하들에게 효과적이지 않았던 것은, 순전히 내 개인의 역량이 부족했던 것이었다.) 최근 여기저기서 제기되는 '일련의 분위기'는 어느 특정 집단이나 계급의 잘못이 아니라 이러한 조직문화를 만든 특전사 구성원 모두의 잘못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은 특전사 고유의 '전략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각종 장비, 교육, 훈련 이런 것들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휘관 보직을 끝내고 입학한 교육기관에서 배운 것 중 유일하게 기억나는 것이 있다. "지휘관은 작전명령을 하달할 때, 예하부대에게 '과업'을 부여하는 것이지 '임무'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무는 상황, 상급부대 지휘관의 의도, 과업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지, 상급자가 구체적으로 정해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과연 지금 특수부대원 개개인은 자신의 임무를 스스로 결정하고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능력이 되는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아, 물론 그것 또한 그들이 경외하는 미군의 MDMP(Military Decision Making Process)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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