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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루습 Aug 30. 2023

기회가 문앞에서 손잡이를 잡고 있을지도.

8월_연꽃(Nelumbo nucifera) / 나를 꽃피울 준비

생루습 캘린더로 혜윰의 생각을 더 전해요. 달력을 캡쳐하거나 저장해서 쓰셔도 됩니다.



▶ 고요하지만 분명한 발버둥

이런 흔한 묘사 들어보신 적 있으실 거예요. "호수를 떠다니는 백조는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그 물밑에서는 바쁘게 버둥치고 있다." 사실 백조의 헤엄은 사실과 무관하게 그럴듯해서 굳어진 오류이지만, 그럴듯하기에 오랫동안 우리들의 믿음과 위로가 된 말이기도 해요. 그리고 또 숱하게 쓰여 지리하게 들려오는 단어도 있습니다. "재수, 삼수"

(*백조는 기름털 때문에 물에 뜨는 거고 예상만큼 발버둥을 치지 않는다.)


제겐 지인 A가 있어요. A는 대학 졸업 후 20대 후반을 공무원 시험에 투자했습니다. 사회적 추세로는 공무원 인기가 떨어지고 있지만, A의 경우 대학 졸업 직후부터 2년간 관련 기관에서 기간제 계약직을 경험하고 본인의 성향과 가치관에 맞는 직업군임을 깨달았거든요. 사회적 추세는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어지는 낙방과 불합격은 자존감을 낮추고 예민하게 만들었습니다. 무거운 건 더 무겁게, 가벼운 건 더 가볍게 자신을 만들어버렸죠. 수렁에 빠져들 땐 더 빠져들게 만들고 바람이 불 땐 사정없이 흩날리게 만드는 아주 고요한 자기낮춤이었어요. 너무 고요해서 본인만 고군분투 해야할 정도로요. 그 고군분투는 비단 학업 뿐만이 아닌 타인과의 비교, 경제적 상황, 사회적 1인분 등 비관적인 자기혐오도 동반했어요. 


그러나 A는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난 결국 될 거야. 이번에 떨어지면 또 계속 하다보면 되겠지. 어쨌든 될 거야." 그게 3년을 지속되니 주변에선 다른 길을 알아보라고 조언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취업의 길은 넓고 다양하지만 A는 자신과 맞는 직업을 원했어요. 전공, 아르바이트, 인턴도 그에 맞게 해왔고 공무원 직군까지도 그러했으니까요. 


사실 A는 20대의 모든 순간을 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투자했던 겁니다. 공무원 시험은 단계의 일부였을 뿐. 천천히 준비하고 조용히 분명하게 다져온 막바지 단계에서 합격과 불합격으로 고전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렇게 A는 3수만에 시험에 합격했고 발령대기 중에 있습니다. 관련학과, 관련 직무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해요. 직무경험은 모든 기업이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지만, A의 경우엔 특수직무라 한결같이 관련된 방향으로 준비해온 게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마침 올해는 원하는 곳에 처음으로 TO도 나서 더 설렌다고요. 


만약 A가 도중에 시험을 포기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차곡차곡 쌓여있었던 경험들이 없었다면요? '결국 나는 될 거야' 하고 말할 수 있었던 근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전 결국 '준비됨' 이었다고 생각해요. 호흡이 길었던 준비 끝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요.



▶ 나를 꽃피울 준비

살다보면 주변보다 뒤쳐지는 것 같고 루저가 되어가고 있는 기분이 들잖아요. 하지만, 속도가 중요할까요. 내가 살고 싶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이 더 우선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나 스스로를 알고 내게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파악하며 경험을 쌓다보면 다가올 기회를 잡을 준비는 저절로 된다고 생각해요.


8월엔 입추(立秋)와 처서(處暑)가 있었답니다. 처서 무렵에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고도 해요. 그만큼 성장이 한꺼번에 빠르게 진행된다는 의미예요. 그동안 바쁘게 일구던 농삿일이 한가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수확을 앞두고 기다리는 것이죠. 


준비해온 것들이 익어가는 8월 말. 

여러분의 열매는 얼마나 맺어져 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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