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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티븐 킹 Mar 07. 2024

담배를 피우려고  거짓말을

미운  남편

얼마 전에 외출을 하고 집에 오니 멸치 꽈리 볶음을 담았던 유리그릇의 뚜껑만 설거지를 끝낸 바구니에 덩그러니 남아있다. 이상하다. 분명 멸치볶음 양이 많아서 다 먹었을 리는 없고 또 안 먹었다면 뚜껑만 따로 설거지를 하여 놓을 리가 없는데. 찾아보니 냉장고에 있어야 할 멸치 꽈리 볶음도 통째로 사라졌다. 나중에 들어온 남편에게


"저 뚜껑이 왜 혼자 굴러다녀?"


라고 물으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으응... 여러 개 동시에 꺼내 들다가 떨어뜨려 깨버렸어."


"그럼 유리가 깨졌을 텐데. 멸치볶음도 다 버렸겠네."


순순히 그렇다며 청소기로 유리 조각까지 다 치웠다고 한다. 그렇게 말을 하니 할 말이 없어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멸치의 이물질을 일일이 골라내고 볶은 것이라 정성이 들어가 아깝고 그릇도 크기가 적당해서 좋았는데.


나도 그릇을 잘 깨 먹으니 그럴 수 있겠다고 넘어갔다.

멸치볶음 담았던 뚜껑, 매직 타월

저녁에 아들 방에 가보니 얼마나 지저분하던지 발 디딜 틈이 없다. 한 소리를 해주려고 벼르고 있는데 마침 아들이 들어오고 방을 본 남편의 잔소리가 시작되자 작은아들은 갑자기 나 들으라는 듯


"아빠, 멸치볶음이 먹고 싶은데... 어디 갔을까?"


하고 아버지를 협박한다.


"이미 엄마도 알고 있어."


했지만 아들은 내가 모르는 줄 알고 남편을 혼내줬으면 싶은지 계속 멸치볶음 타령을 하는데 웃음이 나온다. 아들놈이 자기 아버지 실수를 빌미로 협박이나 하다니.

서랍, 라이터

주방 쪽으로 가다가 서랍 맨 밑에 있어야 할 매직 타월 세 개가 밖에 나와 있어 이상하다 여겨 다시 남편을 향해 물었다.


"이게 왜 여기 나와 있어?"


그랬더니 남편은 처음에는 말을 안 하더니 계속 묻자


"그게 왜 거기 있지? 설거지할 때 쓰는 속 장갑을 찾으려다 꺼내놓은 모양이야."


그 소리에


"아니 설거지할 때 쓰는 속 장갑은 첫 번째 서랍에 있는 것 뻔히 알면서 왜 맨 아래 서랍을 뒤지고 제대로 넣어 놓지 않았냐 말이야?"


하고 몇 번을 다그치니 그때야 실토를 한다.


"라이터를 찾으려고 그랬다. 왜?"


화가 난다. 아니 처음부터 라이터를 찾으려고 했다고 실토하면 될 것을 왜 속이냐 말이다. 담배 피우는 것 나도 알고 사무실 직원들도 알고 자식들도 다 아는데 말이다. 그렇게 숨기려거든 담배를 끊던지. 담배 끊지도 못하고 피우면서 거짓말이나 실실하고 정말 실망스럽다. 큰아들이 그랬다.


"아버지, 담배 절대 못 끊어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마세요."


그렇다. 담배 끊는다고 얼마나 나를 속였던가? 순진하게 그 말을 믿고 좋아하며 담배 끊은 지 백일이라고 축하를 하기도 여러 번 했다. '양치기 소년' 동화처럼 몇 번은 속아주지만 그 속임수가 여러 번이면 이제 안 속는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라이터는 다른 곳에 내가 넣어 두었는데 밤에 산책 나가며 담배를 피우려고 라이터를 찾았던 모양이다.


부부란 신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그 믿음이 깨지면 존중도 사라지고 원망과 안 좋은 감정만 남는다. 특히 나는 거짓말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뭐라고 잔소리를 들을 때 듣더라도 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로 멸치 그릇을 깨뜨렸다고 사실대로 말했을 때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듯이 말이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라이터를 찾느라 매직 타월을 꺼내놓고 깜빡하고 제자리에 넣지 못했다고 말했다면 뭐라고 하겠는가?


남편은 참 이상하다. 왜 뻔한 거짓말을 할까? 솔직히 영원히 나를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나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예민해서 물건을 제자리에 놓지 않으면 금방 알아차린다. 34년을 살면서 나를 아직도 제대로 파악 못했다면 멍청이다.


"나를 속이려거든 끝까지 탄로 나지 않게 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처음부터 속일 생각 말고 사실대로 말하는 게 좋아."


라고 누누이 말했거늘. 늘 나를 속이려 들다가 꼬리가 밟힌다. 그럼 나는 더 화가 난다.


"그래, 담배가 그리 좋으면 실컷 피우고 빨리 죽어라."


라이터를 꺼내다 주었다. 그랬더니 그 말에 서운하다고 삐져서 한 마디도 안 한다. 아이고, 하나도 무섭지 않다. 이제는.


물론 담배 피운다고 빨리 죽는 법은 없겠지만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 담배 피우지 않기를 원하지만. 역설법을 써 보아도 소용없다. 남편이 밉고 괘씸하다. 그럴 때마다 배신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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