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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브 Apr 11. 2024

에게해의 에메랄드 바다는 나의 푸름을 닮아

낙소스, 그리스



삶의 바닥이라 느꼈던 순간에

나를 그리스로 이끌었던 건

어쩌면 내 자의가 아니라

할아버지의 도움이었을지 모른다.


그 밤을 기억한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그리워서

울고, 울고, 또 울고, 더는 온몸에서 털어낼 게 없을 때까지 소리죽여 울부짖었다.

남들이 들을까 작은 숨소리라도 내지 못했다.


내 인생의 모든 힘듦과 고난에

할아버지는 어떠한 연관도 없으신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도, 어린 아이처럼, 두 손을 모으고.

할아버지를 찾으며 울었다.

제발 도와달라고, 할아버지,

책상이 전부 젖어들 정도로 울었다.


평지야 단단하기라도 하지,

나의 낭떠러지는 위태로워 당장이라도

조각조각 부서질 것만 같았다.


할아버지는 그런 나를 지켜보고 계셨던 것일까?

얼마 뒤 불현듯 그리스로 이끄셨다.


그리고 이곳에서 난 꿈이 생겼다.

정확히 말하자면 잊고 있었던 꿈을 꺼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여러 이유로

마음 뒷골목 어딘가 접어두었던 꿈을 펴냈다.


할아버지는 날 가득 사랑해주셨다.

어린 나를 학원차에 태우고 어디든 데려가주셨고,

시계탑 앞에서 호탕하게 웃어주셨고,

누구보다 날 자랑스러워하셨고,

그 어떤 순간에도 내 편이 되어 지지해주셨다.


할아버지의 깊은 내리사랑은

지금까지도 이어진 것이다.

사랑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계속해서 남아 날 숨쉬게 하는 것이다.


에게해의 에메랄드 바다는 나의 푸름을 닮아

할아버지의 사랑을 닮아

나의 피어나는 꿈을 닮아


온전한 행복을 찾았을 즈음

그 언젠가의 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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