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이십 대의 고민
사상이라 표현하는 것이 맞을까. '정의', ' 정립'이 맞으려나.
잘 모르겠다. 풀어서 적어야지. 시간이 흐르고 하루하루가 지나며 ‘우정’이란 무엇이고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도록 하는 일들이 많아진다.
계속되는 일과 상황들.
나에게 어떤 의미일지 정의 하자니 어렵다.
내게는 ‘베스트 프렌드’라고 부를 수 있는 친구 (親 친할 친, 舊 예 구/옛 구)가 4명 정도 있다. 모두 초•중 학교 동창이고 고등학교까지도 같은 동네에서 자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시골에서 학교를 졸업한 탓에 우리는 유별난 추억이 많다. 우리는 학교가 끝나면 분식집과 편의점에서 대충 배를 채우고 서로의 집에 돌아가며 놀러 다녔다. 집 뒷동산 공터에 가서 불장난을 했고, 철조망을 넘어서 바다낚시를 했고, 부표 같은 곳에서 낚시를 하다 쫓겨나기도, 눈이 오면 경사가 가파른 길에서 비료포대로 썰매를 타기도, 날이 선선하면 염전 사이에 평평한 도로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기도 했다. (적고 보니 너무 시골 같은데.. 서해바다를 걸어서 갈 수 있는 경기도 지역이다.)
위 내용의 친구들과 단톡방이다.
아무튼 이렇게 몸으로 부대끼며 별 안 간 추억이 많다 보니 항상 서로를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했다. 사랑하고 애틋한 이런 뜨거운 감정보다는 서로에게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계속 곁에 함께서 함께 살아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타인과의 만남에 있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기에는 내가 너무 커버린 것일까.
흐르는 시간과 많은 변화 속에서 마음이 한결같기에는 어렵다.
위에서 소개한 친구들 중에서도 특히 친한 친구 한 명이 있다. 말하자면 복잡하고 긴 사정에 우리 집에서 같이 살던 시절이 있는 정말 친한 친구 A. 그런 A라는 친구와의 교류에서 이 글을 시작할 수 있었다.
A는 나를 굉장히 잘 따른다(?) 이 표현이 맞는지 의문이고 내용에 전부이다. A는 나와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끌어주고 있다(?) 또, A는 나에게 한없이 솔직하다. 나도 A에게 솔직하려고 노력하지만 A만큼의 솔직함은 없는듯하다. 그런 A는 정말 사소한 일부터 꺼내기 힘든 이야기까지 모두 나에게 말하며 고민상담과 인생 설계를 조언을 받는다. 최근에는 내 지인을 통해서 일자리 소개와 면접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서 잘 흘러가던 우리의 관계 아니, 내 의식의 흐름이 잠시 멈췄다.
나는 A보다 형도 아니고 A의 선생님도 선임도 사수도 아닌데 어느 정도의 개입과 태도가 올바른 것일까. 내가 A에게 주제넘게 선을 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내 말에 전혀 기분 나쁜 티 없이,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가 교육받는 듯한 태도로 내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A를 보며 참 답답하면서도 신기하다. 보통은 여기서 생각이 더 나아가지 않지만 최근 들어서는 A의 실수(?) (지속적으로 답답하게 행동하는 것은 실수가 아닌 성격일까.)와 더불어 신경 써줘야 하는 일과 상황이 많아지며 A와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나는 적어도 A에게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득 "나는 A에게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것은 무엇일까?"와 같은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예전(성인 이전) 같으면 A는 나에게 편안함과 정서적 안정감, '흔히 말하는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라고 말했겠지만 최근 술자리와 대화를 돌이켜보니 그런 것도 아니었다. 나는 A에게 나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할 필요도, 할 이야기도 없었다. 농담 따먹기, 남자들이 모여서 나누는 흔한 대화, 헌팅, 클럽 등 누구든 같은 또래면 똑같이 웃고 놀고 마는 시간. 그런 만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다른 술자리와 만남도 크게 다른 것은 없다. 그렇지만 똑같이 놀면서도 감, 느낌을 받는다. 내게 기회가 생기고 영감을 받고 내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 만 같은 그런 만남(사람)들이 있다. 나는 A와 정말 친하지만 나와 A와의 관계에서 아닌 듯 함을 느낀다.
친구관계에서 뭔가를 얻어내려고만 하는 것일까. 이런 내가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이려나. 아직 어른이 되기까지에는 한참 멀어서 무엇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그저 내 솔직한 심정은 매 순간 성장하고 싶고 매 번 성공하고 싶다. 내가 의미와 시간을 두는 것 모두가 성공에 발판이었으면 하는 청춘의 조급한 마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 못된 마음과 이기심을 청춘; 젊다는 이유만으로 포장한 것일까. A보다 내가 잠시나마 조금 더 잘 살고 있기에 조금 더 행복하기 때문에 느끼는 바보 같은 우월감 같은 감정인 것일까? 그렇다기에는 이런 관계가 고등학교 졸업 이후부터 지속되었는데. 친구란, 우정이란 무엇일지. 참 어렵다.
사랑도 우정도 모든 보이지 않는 형태의 모든 것들에 대한 개념이, 사상이, 의식이 정립되지 못하고 조각조각 흩뿌려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 이야기에 답변으로 "인생이 그냥 그런 거야.",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 거지. 뭐."와 같은 어른들이 입에 달고 사는 그런 말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그런 무덤함을 갖기에는 아직 세상이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