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아틀라스의 뒷모습

인간성의 결핍과 최종 인간의 책임

by 생각전사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Las Vegas)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전시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H그룹 산하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가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는 단연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점프와 회전, 정교한 균형 회복까지 인간을 능가하는 동작은 로봇 기술이 이미 새로운 문턱을 넘어섰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아틀라스라는 이름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틀라스는 신과의 전쟁에서 패배해 최고신 제우스로부터 하늘을 떠받치는 형벌을 받은 존재다. 그는 압도적인 힘을 지녔지만, 그 힘은 곧 책임과 고통의 무게로 전환되었다. 신화 속 아틀라스는 힘을 가진 존재가 반드시 감당해야 할 책임의 상징과도 같다.


오늘날 로봇 아틀라스는 새로운 종족으로 인간 앞에 서 있다. 키 190cm 무게 90kg의 이 로봇은 50kg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으며, 배터리 충전상태에서 4시간 동안 작업을 하다가 스스로 배터리 스테이션으로 이동하여 3분 만에 배터리를 교체하고 하루 24시간 일할 수 있다. 로봇은 얼굴과 허리, 팔과 손목이 360도로 회전하며 앞모습과 뒷모습의 구분 없이 전방위 인지와 180도 즉각 전환 동작이 가능하다. 영하 20도, 영상 40도 환경에서도 배터리가 지속 충전되고 부속품을 지속 교체하는 한 영원불멸의 강도 높은 노동력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종족에게는 인간의 필연적인 사각지대, 곧 뒷모습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고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새로운 티탄족의 탄생이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로봇의 근본적인 결핍이 드러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인간의 불완전성이자 결핍의 영역인 뒷모습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뒷모습은 단순한 신체적 제약이 아니라 성찰의 공간으로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과 경외, 누군가 나를 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자각과 스스로에 대한 다짐, 책임과 윤리에 대한 내적 긴장은 모두 뒷모습에서 비롯된다. 인간 사회의 신뢰와 도덕은 늘 보이는 앞모습과 타자를 통해서만 인식하고 자각할 수 있는 뒷모습, 바로 이 보이지 않는 영역 위에 축적되어 왔다.


로봇 아틀라스는 능력과 힘에 있어서 인간을 능가한다. 그러나 뒷모습이 주는 각성과 성찰을 스스로 생성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로봇의 판단과 행동에는 인간의 개입이 요청된다 할 수 있다. 방향을 정하고, 한계를 설정하며, 책임을 감당하는 존재가 상식과 도덕성을 갖춘 선량한 인간이어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스 신화의 아틀라스가 하늘을 떠받쳤다면, 현대의 로봇 아틀라스는 인간이 설계한 세계를 떠받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의 윤리적 무게와 결과에 대한 책임, 보이지 않는 뒷모습을 감당하는 역할은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아 있다. 기술이 앞에서 질주할수록 인간은 뒤에서 멈춰 서서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로봇 시대에도 인간이 인간으로 남을 수 있는 최종 인간의 마지막 권리이자 책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