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습관은 들이기 어렵고 나쁜 습관은 끊기 어렵다.
습관이 있나요?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습관은 사람을 만듭니다. 담배피는 습관이 있으면 삶에서 담배냄새를 피우지만 운동하는 습관이 있으면 삶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피워냅니다. 하루종일 TV만 보는 습관을 가진 아이는 눈이 멍하지만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진 아이는 눈이 반짝이죠. 극단적이고 편협적인 예시를 들었지만 습관의 힘을 무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거라고 믿습니다.
오늘은 영어 공부 습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왜 영어 공부는 어려울까요?"
영어공부를 하려는 사람들은 모두 이런 질문을 합니다. 여러가지 답이 있겠죠. 문법이 어렵기도 하고, 발음이 어렵기도 합니다. 원어민이 쓰는 표현과 한국인이 쓰는 표현의 차이는 역사의 차이, 문화의 차이, 생각하는 방법의 차이에서 나옵니다. 이 모든 것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만 한국어와 영어의 갭이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한국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끊임없이 공부해야만 그 갭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답들은 도움이 안됩니다. 이론적인 답변은 실생활에 적용할 수 없죠. "영어 공부는 왜 어려울까요?"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해야 합니다" 라는 답을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우리 모두 그렇잖아요. 정답은 습관입니다. 영어 공부 하는 습관을 들여야만 합니다.
제 옛 동료 중에 아침마다 다이어리를 적는 습관을 가진 분이 있습니다. A라고 할게요. A는 항상 한시간씩 일찍 출근을 했습니다. 제가 어쩌다가 일찍 오는 날이면 A가 혼자 자기 책상에 앉아서 다이어리를 적는걸 볼 수 있었습니다.
하루는 제가 출근길에 사온 샌드위치를 A와 나눠먹으며 물어봤습니다. 아침마다 뭘 적고 있는거냐고. A는 다이어리를 적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의아했습니다. 다이어리는 일기인데, 일기를 무슨 아침에 적냐고. 하루가 끝난 다음에 적는게 일기가 아닌가?
"그날 있어야 할 일들을 미리 정하는거야. 하루를 그냥 돌아보는건 의미가 없어. 돌아볼걸 미리 정해놔야 의미가 있지"
당시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A의 말은 제 안에서 점점 울리게 되었습니다. A는 몇 달 후 외국계 회사로 이직했습니다. 해드헌팅되었죠. 너무 부러웠습니다. 왠지 비밀이 그 다이어리에 숨어있을거라 생각해서 한번은 다이어리를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근사한 저녁식사를 대접하면서요.
아웃백에서 스테이크를 썰면서 저는 A의 다이어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두근두근했죠. 엄청난 것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어쩌면 외국계 기업에 가기 위한 숨은 정보들이 있을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건 없었습니다. 뻔한 것들이 쓰여있었어요.
- 저녁 먹고 영화관 가기
- 영화관 끝나고 교보문고 들리기
- 집에 와서 000한테 전화하기
그냥 그날 할 일들이 적혀있었습니다. 예전에 저에게 말했던 그대로요. 외국계 회사로 가기 위한 비밀같은건 없었습니다. 저는 A의 다이어리를 한참 뒤적거리다가 그냥 물어보았습니다.
"외국계 회사 취직하는 방법이라도 적혀있을줄 알았더니?"
A는 스테이크를 씹으며 심드렁하게 말했습니다.
"그런건 다이어리에 없어. 그냥 물어보지 그랬냐. 집에 정리해둔거 있어. 이따가 보내줄게"
뻘쭘했습니다. 괜히 말을 돌리려고 다이어리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이건 도움이 된게 아니냐고.
"다이어리는 그냥 내가 계속 내 길에 있게 만들어주는거야. 난 머리가 별로 안좋아서 적어두지 않으면 아무렇게나 살거든. 되는대로 그냥 살기 싫어서 그랬지"
아, 물론 저도 머리가 별로 안좋습니다. 그래서 A가 한 말이 무슨말인지 깨닫는건 한참이 걸렸습니다. 그 날은 그냥 스테이크 먹고 각자 집으로 갔습니다.
몇 달 후 연말이 되었을 때 저는 다이어리를 하나 샀습니다. 큰 결심히 선 것은 아니지만 서점에 간김에 보이길래 그냥 계산대로 가져갔죠. 그 당시 저는 통 영어가 늘지 않는 한 학생 때문에 고민이 깊었습니다. 그 학생에 대해서 한참 생각하다가 A에 대한 생각이 들었죠. 딱히 연관은 없습니다. 제 머릿속에서 생각은 그냥 아무렇게나 흘러가거든요.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A는 매일매일을 붙잡고 있었구나.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미리 정한 다음에 하루를 돌아보는 A의 나날은 농도가 짙을 수 밖에 없었겠구나. 별 생각 없이 아침에 눈을 뜨고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는 저(와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과 A의 삶은 질이 다를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의 하루하루는 힘이 있었고 방향성이 있었습니다. 그게 외국계 기업으로의 이직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직은 그냥 하나의 현상일 뿐이었습니다. 수험생이라면 좋은 대학에 가게 될 것이고, 사업가라면 매출이 훨씬 더 커지겠죠. 사람에 따라 나오는 결과는 다르겠지만,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힘은 하루하루를 계획하고 돌아보며 매일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끝난다면 평범한 교훈을 주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끝나지 않습니다.
저도 바로 A를 따라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다이어리에 그날을 계획하고 자기 전에 돌아보았습니다. 뿌듯했죠. 자기 전에 다이어리를 체크하면서 놓친 것들을 돌아보게 되었고, 쓸데없는 것에 시선을 돌리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근데 그건 딱 3일 갔습니다. 작심삼일로 끝났어요. 귀찮고, 또 까먹었습니다.
몇 주 뒤 다시 시작했지만 또 금방 멈추게 되었습니다. 힘들어서 포기한게 아닙니다.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점심때 쯤 생각이 났을 때는 이미 늦었죠. '내일부터 다시 해야지' 라고 마음을 먹어도 또 다음날 아침이면 출근 준비 하고 그 날의 일을 하기 바쁩니다.
"A는 어떻게 매일 다이어리를 쓸 수 있었을까?"
다이어리의 효과는 이제 알았습니다. 문제는 다이어리를 어떻게 "매일" 쓸 수 있냐는 거였죠. 이게 핵심입니다. 어떤 행동의 효과는 확실히 알겠는데, 그 행동을 어떻게 꾸준히 하느냐가 제 앞에 있는 과제였습니다.
답은 습관에 있었습니다. 습관이 들지 않아서 그런거였죠. A는 다이어리를 쓰는 "습관"먼저 만들었습니다. 습관이 되어있으니 다이어리를 매일 쓰는게 어렵지 않았고, 어렵지 않은 행동을 통해서 삶의 농도를 높일 수 있었죠. 높아진 삶의 농도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저는 첫 단추인 "습관"부터 실패했던 것입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 유튜브를 시작하려는 사람들, 영어공부를 하려는 사람들 모두가 사실은 다 똑같습니다. 노하우의 부족? 기술의 부족? 난이도의 문제? 이건 전부 2차적인 문제입니다. 일단은 어떤 행동을 하는 습관이 안되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걸 깨닫고 나니까 영어 실력이 늘지 않는 학생들의 문제점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영어 실력이 늘지 않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영어 공부 습관이 안되어 있었습니다. 지능의 문제도, 가르치는 강사의 문제도 아니었죠. 습관이 되어 있는 사람은 다른 조건들은 모두 무시하고 어찌되었든 실력이 늘어납니다.
저는 학생 세 명을 붙잡고 "영어 습관 만들기 코스"를 만들어봤습니다. 뭐 돈을 받고 공식으로 시작했던 것은 아닙니다. 단지 실험적으로 해본것이죠. 몇 달간 대화를 나누고 개인적으로 코칭을 해주면서 영어 습관을 만드는 노하우를 알게 되었습니다.
"매일매일 영어 공부를 한다고? 그게 되냐?" 라는 반응이 있었지만,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이것이 가능해야만 영어 실력이 계속 늘어날 수 있었죠. 습관이 잡힌 학생들은 정말 거짓말처럼 영어 실력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습관을 잡아야 합니다.
어떤 강의를 듣지?
어떤 학원에 다니지?
이 문법을 어떻게 마스터하지?
이런 질문보다 "어떻게 영어 습관을 들이지"에 먼저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면 실패하지 않는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영어 공부 습관을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을 블로그에 기록해보았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https://blog.naver.com/benssam/222828794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