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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지문을 소화 못하는 학생들

현상과 본질의 이원화

고등학생 수업을 하다보면 가끔 철학 지문이 나온다.


그러면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이데아라는 개념에 대해서 들어봤니?”


못 들어본 학생이 대다수이다.

부랴부랴 개념 정리를 먼저 해 주고 나면 그제서야 해당 지문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다음번에 비슷한 지문이 나오면 이미 그 개념을 다 까먹어서 다시 개념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난 항상 이 부분이 답답했다.


철학, 경제, 심리학 등 인문학 관련 지문이 나오면

문장의 복잡성을 떠나서 내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상대적으로 과학 지문은 이해가 수월한 것 같다.


이 부분을 좀 채워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인문학적인 소양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최소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서는

“선생님 한국어로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여유가 좀 있다.

시간 여유도 좀 있고, 아직 생각이 말랑말랑하다.

충분히 시간을 들여 잘 키우면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이런 저런 배경 지식을 갖춘 채 모의고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머릿속에 가장 첫 번째로 넣어주고 싶은 생각이 있다.

바로 “현상”과 “본질”을 이원화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것”은 변하지만 “아름다움”이라는 본질 자체는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

“정의로운 행위”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서 다르지만 “정의”라는 본질 자체는 변치 않는다.


분리해서 생각해 본 적 없는 하나의 개념을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철학 지문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한다.


플라톤은 현상과 본질을 이원화 하여, 본질은 이 세계에 있지 않다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본질은 현상 속에 내재한다고 하였고

(완전히 다른 맥락이지만) 소쉬르는 (언어의) 본질은 사회적 약속,

데리다는 (단어의)의미는 다른 것과의 차이에서만 발생한다고 하였다.


완전히 다른 주제의 이야기들을 억지로 한 문단 안에 꿰어 넣었지만,

내가 본질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체”이든,

상황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든,

사랑, 우정, 민주주의, 정의와 같은 형이상학적 “개념”이든.


그 어떤 것이든 이원화해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 기초에 깔려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철학 지문이든 뭐든 이해할 수 있는 기초적인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난 그 출발점을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로 잡고싶다.


내가 이 동굴의 비유를 처음 들었던 건 초등학생 때였다.

5학년인가 6학년 때였다.

그 때 이 비유를 처음 듣고 나서 “본질”과 “현상”의 차이에 대해서 느끼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이전까지는 별로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종교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이는 성인이 되고난 뒤 “종교 활동”이 아닌 “종교 경서”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이런 얘기는 나중에 따로 풀어보도록 하자)


대학때 문화이론을 배우면서 이런 저런 학자들의 논리를 따라가는데에도 여러 도움이 되었는데,

그 시작점이 나 개인적으로는 바로 이 “동굴의 비유”였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 글을 통해 현상과 본질의 이원화를 담아주려한다.


GPT와 함께 아이들 수준에 맞는 글을 작성해봤다.



Plato’s Cave and the Idea


Long ago, the philosopher Plato told a story about people living in a dark cave.
They were tied up so they could only look at the wall.
Behind them was a fire, and people walked in front of it, carrying objects.
The prisoners could only see the shadows of these objects on the wall.
They believed the shadows were the real world.


One day, a prisoner escaped.
At first, the sunlight hurt his eyes.
But slowly, he saw real trees, animals, and the sun in the sky.
He learned that the shadows in the cave were not real things, only copies.


Plato used this story to explain his idea of the Forms.
He said that everything we see in this world is like a shadow.
For example, many things can be called “beautiful,” but they change or disappear.
Yet there is a perfect Beauty itself that never changes.
In the same way, there is a perfect Justice, a perfect Goodness, and a perfect Truth.
These perfect things are called the Forms or the Ideas.


Plato taught that true knowledge is not about the shadows we see with our eyes.
True knowledge is about the unchanging Ideas that exist beyond ou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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