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일에서 30일까지 금호 알베르서
미디어 조형 작가 폴씨(조홍래)가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금호 알베르(서울 성동구)에서 개인전 〈빛결 : The Texture of Light〉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22년 DDP에서 선보인 〈NEWance, Light with Shadow〉 이후 3년 만에 여는 대규모 개인전으로, ‘Warm Digital(디지털의 아날로그적 해석)’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구축해온 디지털 크래프트(Digital Craft)의 새로운 전개를 보여준다.
작가 폴씨는 순수미술과 기술,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를 넘나들며 ‘디지털 크래프트(Digital Craft)’라는 장르를 개척한 미디어 조형 작가다. 빛과 데이터, 물성과 비물질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미적 지능과 감각의 뉘앙스를 탐구해왔으며, 이번 전시는 그 실험의 집약된 결과물로 평가된다. 빔인터랙티브 대표이기도 한 폴씨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디지털아트 크리에이터로 손꼽힌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기억·회상·리듬’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빛의 본질과 ‘결(織)’을 탐구하며, 빛을 단순한 물리적 현상이 아닌 인문학적 사유의 매개로 확장한다. 전시장은 총 3개 층으로 구성되어, 관람객은 각 층에서 ‘빛의 기억–회상–리듬’이라는 시간의 층위를 따라 이동하게 된다.
1층 ‘빛의 기억(Memories of Light)’에는 픽셀(Pixel)을 주재료로 한 〈빛의 캔버스(The Canvas of Light)〉 연작이 전시된다. 빛의 최소 단위인 픽셀이 액자 프레임을 따라 오브제를 감싸며 움직이는 이 작품은, 빛과 그림자가 직조하는 순간의 흐름을 통해 관람객이 ‘지금-여기’의 존재감을 자각하도록 이끈다. 명상적이면서도 사색적인 빛의 연출이 공간 전체를 감싼다.
지하 1층은 ‘빛의 회상(Flashback of Light)’을 주제로 한 〈비트도자(Bit Doza)〉가 전시된다. 전통적인 도예의 도구인 ‘물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흙 대신 ‘빛’을 재료로 삼은 작품이다. 작가는 망막 위에만 존재하는 비물질적 도자를 통해 전통 장인에 대한 21세기적 오마주를 담는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형식을 빛으로 구현함으로써, 한국 도자의 조형성을 디지털 시대의 감각으로 다시 바라보게 한다.
2층 전시장 ‘빛의 리듬(Rhythm of Light)’에서는 〈픽셀비트(Pixel Bit)〉 연작이 선보인다. 픽셀(Pixel)과 비트(Bit), 즉 이미지와 데이터의 최소 단위를 결합한 작가만의 조형 단위로, 디지털 세계를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벽돌’을 물리적 형태로 구현했다. 자연광에 반응하며 점멸하는 LCD 모듈은 특정 알파벳이나 단어의 형상을 이루며, 무질서 속에서 유기적인 빛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세부 시리즈인 〈Bit Brick〉은 8비트가 모여 1바이트, 하나의 알파벳을 생성한다는 데이터 구조에서 출발한 타이포그래피 조형이고, 〈Layered Bit〉는 염색 아크릴 패널을 통해 빛의 굴절과 투과가 만들어내는 다층적 색감과 그림자의 변주를 표현한다. 이 작품들은 주변 풍경과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공간을 살아 있는 빛의 생명체처럼 변화시킨다.
폴씨는 “디지털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과 비트는 우리 시대를 규정하는 보이지 않는 벽돌이자, 새로운 감각을 구현하는 기초 기반이며, 이번 전시가 빛의 결을 직조하며 현존의 감각을 되찾는 성찰적 체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NEWance(뉴앙스)는 폴씨가 이끄는 실험적 전시 시리즈로, 디지털을 단순한 재현 도구가 아닌 예술의 조형 언어로 다루는 프로젝트다. ‘Nuance(뉘앙스)’를 비튼 이름처럼, 빛과 디지털의 미묘한 감각을 세밀히 탐구한다. 나아가 사진작가 김용호, (故)김중만을 포함한 아티스트 크루, ARTICA(아티카)를 기반으로, 오리지널리티를 지닌 전 장르의 예술을 디지털로 재해석하고 집대성하는 시도를 확장하고 있다.
〈빛결 : The Texture of Light〉展은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금호 알베르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