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는 내일팩토리의 도시 공간 재생 프로젝트의 일부
지난 11월 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의 철거 예정된 폐가에서 단 하루 동안 열린 예술 레지던스 전시에 소주 아티스트 퍼니준(김완준)이 〈폐가 안녕, 소주 한 잔〉으로 참여했다. 이번 전시는 내일팩토리가 기획한 ‘폐가’ 그룹전의 일환으로, 퍼니준 작가는 자신의 팝업사이클링 오브제와 기존 작품들을 활용해 철거를 앞둔 집에 마지막 소주 한 잔을 올리는 퍼포먼스적 의미를 담아 공간을 재해석해 선보였다.
전시에는 국내외 젊은 아티스트 29명이 입주하듯 설치와 라이브 페인팅을 펼쳤으며, 그중에서도 퍼니준은 소주 아티스트이자 팝업스토어와 업사이클링이 결합한 ‘팝업사이클링’을 창안한 인물로 참여했다. 그는 평소 한국 주도(酒道)의 예절을 주제로 한 일러스트와 오브제들—‘How to drink soju’ 시리즈, 소주 게임, 다양한 소주 애티튜드 작품들—과 기존 전시에서 사용한 현수막을 재활용해 대형 설치물, 라이브 드로잉, 조명, 조형물 등으로 공간을 풍성하게 꾸몄다.
전시장 중앙에는 소반 위에 올린 주도 교육용 ‘주류마블판’이 놓여 있어, 외국인 관람객은 물론 주도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방문객들이 한국 고유의 음주 예절과 자세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전시를 찾은 외국인들은 “한국 소주와 주도 에티켓의 깊이에 놀랐다”며, 단순한 주류 소비를 넘어선 문화·예술로서의 K-술(K-Drinking, K-Suul) 문화를 새롭게 인지했다.
퍼니준은 “업사이클링 개념을 넘어 폐공간과 폐자재, 옛 현수막에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불어넣는 ‘팝업사이클링(Pop-upcycling)’이 중요한 미학”이라며, 이번 전시 공간 곳곳에 직접 쓴 긍정 키워드와 라이브 드로잉 ‘센술잔’을 배치해 폐허를 미묘하고 희망적인 분위기로 탈바꿈시켰다.
‘폐가 안녕, 소주 한 잔’은 단 하루 동안 약 800여 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프로젝트는 한편으로는 폐가의 마지막 순간을 기념하는 예술적 실험장이자, 성수동 재생과 변화를 주도하는 도시적 흐름 속에서 지역성과 글로벌 아트 신을 연결하는 새로운 문화 모델을 제시했다.
퍼니준은 “주도는 단순한 술자리 예법이 아니라 도시와 사람, 공간의 관계성을 재발견하게 만드는 소중한 문화 자산”이라며 “팝업사이클링과 업사이클링이 평범한 장소에 색다른 스토리와 가치를 더하는 중요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내일팩토리의 도시 공간 재생 프로젝트의 일부로, 건축 과정과 도시 변화를 기록하며 시민과 소통하는 온라인 매거진 ‘주간 내일’과 오프라인 커뮤니티 ‘내일 살롱’을 통해 계속해서 도시와 예술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갈 예정이다.
“이 집은 끝나지만, 우리가 나눈 시간은 내일로 이어집니다.” 내일팩토리의 슬로건처럼, 이번 전시는 사라져가는 공간과 기억을 예술적 경험으로 승화시켜, 앞으로도 지속적인 도시와 문화의 연결을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