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enevieve Feb 04. 2023

비건이 살기 좋은 나라

선택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삶

호주에 오기 전 한국에서 베지테리안으로 짧게 지낸 적이 있다. 그때의 동기는 순전히 채소와 곡물 본연의 맛을 알게 되어서였다. 낙농업, 공장식 축산업, 어업 등으로 동물권이나 인권이 얼마나 망가져있는지 따위는 전혀 몰랐다. 환경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현대사회에서는 다른 동물의 살점이 나의 건강에 필수가 아니라 수많은 항생제 때문에 오히려 독이라는 것도 당연히 알 리가 없었다.


깨달음이나 신념이 없으니 오래 지속될 리도 없었다. 아는 것도 없으니 한국에서 고기를 피하기란 지뢰밭에서 눈을 감고 걷는 것과 비슷했다. 눈에 보이는 재료에 고기가 없어도 성분을 읽어보면 고기는 이상하게도 어떻게든 함유되어 있었다.


대학교에서 학식을 먹을 때에도 비건의 선택지는 아예 없었고, 가장 큰 고난은 가족모임이었다. 친척들을 만나는데 가족들은 당연하다시피 고깃집을 선택했고, 고기를 먹고 싶지 않다는 내 의견은 묵살되었다.


호주로 삶의 거처를 옮기고나서부터는 한국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속했던 집단에서 벗어나보니 더 알 것 같았다. 한국은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탓에 개인의 선택이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수에 속해있지 않으면 수많은 질문들과 눈초리를 받기 쉽다.


호주에 와서 가장 크게 다르다고 느낀 점은 어느 곳에서든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레스토랑이나 슈퍼에 많은 먹거리는 물론이고 모든 카페에는 필수적으로 식물성 우유 (두유, 오트우유, 아몬드유)가 있다. 작년 6월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한국에 우유의 선택지가 있는 카페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 꽤 충격적이었다.


호주에서 파티나 식사초대, 결혼식에서 푸드 알레르기나 채식 여부를 개개인에게 물어보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결혼식에서의 비건 음식들

회사에서도 음식을 다 같이 먹거나 회식(은 무조건 점심)을 하게 되면, 회사 측에서 직원들에게 음식 알레르기나 선호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은 예의이다. 음식을 통일해 주문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다 같이 주문해 먹은 점심식사

회사 구비물품에는 커피와 다양한 선택지의 우유가 있는데, 일반 우유 한 종류와 오트 우유, 두유, 아몬드유가 브랜드별로 구비되어 있다.


마켓도 정말 많은데, 규모가 아무리 작아도 무조건 베지테리안이나 비건의 선택지가 있다. 매달 정기적으로 열리는 큰 규모의 비건 마켓도 있다.

이러한 환경이니 고기를 선택적으로 먹지 않은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정말 좋은 환경이다.


혹시라도 한국에 가서 살게 되는 날이 온다면 비건으로 살아가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고기는 단백질의 원천이며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하다는 잘못된 인식‘ 에 변화의 바람이 한국에도 불고 있는 듯하다. 한국도 채식의 보편화가 시급하다.


호주 데일리 라이프 & 비거니즘 콘텐츠 업로드: @genevieve_jiwoo
매거진의 이전글 무해하고 건강한 간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