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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evieve Feb 02. 2023

호주로 놀러 온 친구와 손절했다 (속편)

역시는 역시!

자신이 할 말만 남기고 돌아올 나의 답장을 감당할 수 없어 나를 차단하고 빠르게 도망간 그. 나는 그 일이 있었던 당일, 그와 여전히 블로그 서로이웃으로 되어있는 것을 보고 안부인사를 남기는 곳에 답장을 남겼었다.

https://brunch.co.kr/@genevieve/68


그로부터 10일 후, 1월 14일 알람이 울렸다.

랙인지 올리고 빛의 속도로 삭제를 한 건지 눌러보니 그의 댓글만 보이지 않았다.


이때 나는 호주 국내여행을 하고 있던지라 대꾸를 해주기가 매우 귀찮았다. 하지만 그의 성격 특성상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무서워서 피한다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스스로가 정말로 똑똑하다고 믿기 때문에 '훗, 아무 말도 못 하는군.' 하는 식으로 사고의 흐름이 이어질 것이 뻔했다.

그 와중에 마지막으로 나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굉장히 옹졸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자신은 아무렇지 않고 또 ‘쿨’ 한 상태라는 것을 애를 쓰고 보여주고 싶어 하는 느낌이 물씬 나는 이 댓글은 이 친구가 정말 한참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너는 내 적수가 안 된단다.


네가 준 공기계? 네가 필요 없다고 나 쓰라고 준 그 공기계? 내가 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고 자기가 주고 싶어서 줘 놓고서는 돌아보니 아까웠던 것이다. 마치 헤어지고 나서 찌질한 남자가 여자에게 자기가 줬던 물건들을 달라고 하는 것처럼.

‘선물한 셈 치십셔’ 라니. 네가 선물이라며~


두 번째, 그림 달력과 유심. 자기가 한국으로 올 때 들고 올 수 있으니까 갖고 싶은 것을 말하라고 해서 말했던 유튜버 이연 님의 그림달력. 정가 18,000이었고 그는 얼리버드로 할인을 받아 샀다. 얼마 안 하니 그냥 선물로 들고 가겠다고 했던 이 그림 달력은 그의 옹졸함을 보여주는 근거가 되었다.

나의 댓글을 보고 나니 '아씨 나는 뭐 해준 거 없나? 진짜 없나?!' 하며 열심히 생각해 보았을 테지. (10일 동안이나) 그렇게 열심히 머리를 굴려 생각한 것이 자기가 '자발적으로' 주고 싶어 주었던 정가 18,000원짜리 그림달력.


내가 한국 유심이 필요하게 되어 이 친구에게 부탁을 했었다. 한 개에 5,500원이었는데 두 개를 구매하게 되어 11,000원을 송금했었다. 보아하니 내가 송금했던 것을 몰랐고, 아까움이 분에 이기지 못해 이렇게라도 생색을 내고 싶었던 것이다.

송금 이미 했었단다 너의 피같은 만천원~

와 정말 그릇이 손톱만하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생각이 났다. 이전에 이 친구가 호주로 선물을 보내준 적이 있는데, 난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택시비라도 하라고 돈을 송금해 주었었다.

아, 혹시 내가 문제가 있는 건가? 친구 간의 도리고 예의인 부분은 다 지키자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이 친구를 오만(?)하게 만들었나? 아, 아니지 정신 차려. 자꾸 화살을 나한테 돌리지 마.


정신없이 길을 걸으며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이느라 오타도 났지만 상관없다.

넌 신사적으로 넘어가주면 못알아쳐먹으니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가보자고~


나는 이 친구가 벌이가 시원치 않아 그런가, 집이 어려워 보이지도 않던데, 생각하면서도 뭔가 사정이 있지 않을까 싶었고 최대한 배려를 해 주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나 인색함은 벌이와 상관없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에는 꽤 큰 금액도 덥석덥석 현금을 들이밀며 고민 없이 구매하고 행복해하던 그의 얼굴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는 천 원 정도의 우유값을 아끼려 나에게 우리 집에 우유가 있냐고 물어보고 사지 않았었지.

그가 굳이굳이 단 마지막 댓글. 이 정도로 유아적일 줄이야. 소름이 돋았다.

다른 친구의 말을 빌려 정말 상거지와 다름없었던, 빈대같이 빌붙었던 친구야, 사일 간 너와의 경험은 나에게 정말 큰 깨달음을 주었어. 너는 평생 네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너는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고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믿으며 살아가겠지만, 나는 네가 평생을 그렇게 믿으며 살아가고 또 많이 데여보았으면 좋겠어. 네가 잘 살던 못 살던 내 알 바가 아니지만 분명 너는 다른 사람들을 더 잃을 것임을 확신한단다. 앞으로는 또 귀찮게 말 걸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번에 정말 신사적으로 착하게 타일러 준 정도였지만 그때는 좋은 말로 끝나지 않을 거란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은 사실 일상 속에서 많이 만나볼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 살면서 이런 류의 사이코패스적이고 인색한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때는 이렇게 좋게 넘어가주지 않으리라. 2023년은 액땜을 하며 시작되었으니 분명 좋은 한 해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호주 데일리 라이프 & 비거니즘 콘텐츠 업로드: @genevieve_ji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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