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고 싶은 팀 매니저 되기 - 그 첫 번째 이야기
나는 매니저의 입장이든 멤버의 입장이든 '1on1'이란 시간은 굉장히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의 시간 속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생각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끔은 일과 멀찌감치 떨어진 관점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를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인간적인 시간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1on1'이란 시간을 간과하거나 대충 시간 때우는 용으로 생각하는 매니저나 멤버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보통 한 번에 30분을 진행하는데 두 명의 시간을 생각하면 한 시간이니 대충 보내기에는 아까운 시간임에 틀림이 없다. 모든 시간을 철저하게 사용해야 한다라기보다 조금 더 서로를 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시간이 되기 위해서는 멤버들에게 신뢰를 얻어야 하는 것이 매니저로서의 가장 중요한 전제이고 신뢰를 얻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진심을 보이면 진실함이 전달된다
1on1이란 시간이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결국 멤버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멤버들은 마음을 굳게 닫고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을 테고 1on1이란 시간 자체에 부담을 느끼거나 귀찮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저 그런 시간'이 되지 않기 위해 나는 다음 3가지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1on1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멤버에 따라 마음을 여는 시간은 달랐지만 스스로 진실된 마음을 보여줌으로써 그 마음이 전달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멤버'
1on1은 '멤버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 즉, '경청의 시간'이다. 그렇기에 멤버들에게 '오롯이 너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절대 도중에 말을 끊지 않았으며 리액션을 통해 관심의 정도를 확실히 전했고 필요에 따라 몇 가지 질문을 더해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초기의 1on1때는 당연하게도 머뭇머뭇 거리며 모든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나 1on1이 반복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고 느낀 것인지 이야기의 범위가 넓어지고 깊이가 달라져갔다. 1on1이란 시간이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인식하게 된 것이다.
A 멤버 : '내 Grade는 이거니까 이 정도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B 멤버 : '나는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이 부분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C 멤버 : 'OO멤버는 나를 가르치려고 하듯이 말해요. 나를 자신보다 밑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요'
실제 멤버들이 말했던 내용의 일부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좀 삐뚤어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멤버들이 왜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그렇게 나는 UX전략팀 매니저가 되었다'를 읽어보면 잘 알 수 있다.
조금 삐뚤어져 보이는 상황이라도 매니저의 입장으로서는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 멤버에 따라 성격과 가치관이 다르고 해왔던 경험과 앞으로의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하나의 사람인지라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내 가치관의 선입견으로 보게 되는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맞고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되뇌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너무 당연한 말이다. 자신의 Grade보다 더 높은 목표를 가진 멤버도 있는 반면 자신의 Grade에 맞는 역할만 하고 싶은 멤버도 있다. 불만이나 화를 속으로 삭이는 멤버도 있지만 그대로 표출하는 멤버도 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뿐이다. 매니저로써 중립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멤버들의 생각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더라도 절대 부정하지 않고 '그런 관점으로 생각할 수도 있구나', '너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등의 긍정적인 말을 많이 했다. 그리고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생각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생각할 힌트를 던졌다. 예를 들어, '그러고 보니 OO멤버는 너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피드백을 했다고 했는데 기분이 업되서 괜한 말을 한건 아닌지 걱정하더라'와 같은 말을 말이다.
불필요한 조언, 잘못된 조언은 잔소리가 될 수도 있다. 다음의 2가지 이유가 아니고는 쓸데없는 피드백을 최대한 줄이고 필요할 때는 진심으로 피드백을 했다.
멤버가 직접 요청할 때
신뢰가 쌓이면 조언을 구하고 싶을 때 멤버들이 먼저 말을 한다. 원하지도 않는데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는 것은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생각하거나, 아직은 도움이 필요하지 않거나 그게 아니면 조언을 구할 때까지의 시간, 그냥 스스로에게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인 것이다(물론, 신뢰가 없다면 그냥 말 안 하는 경우도 있다).
장기하 - 그건 니 생각이고
더 알려주기 위해, 안타까워서, 입이 근질근질해서, 답이 보여서 등등, 자신의 시간을 사용해가며 호의를 베푼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그냥 내 생각일 뿐이다. 때로는 기다림도 멤버를 배려하는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이 된다.
UX/UI의 방향성이 어긋날 때
UX/UI의 경우 멤버가 요청을 하지 않는 한 '디자인 리뷰' 시간을 따로 가지기 때문에 1on1에서 진행하는 경우는 많이 없지만 프로젝트와 서비스의 방향성과 어긋나 있을 경우는 긴급 피드백을 실시했다. 멤버의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더 좋은 UX/UI를 위해 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방향을 잃기도 하는 것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멤버들을 성장시키고 모티베이션을 높이는 것은 '신뢰와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행하는 과정과 결과에 크게 태클을 걸지도 않고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도 하지 않는다. 과정과 결과를 통해 스스로 느끼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이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디자인의 경우(대부분 선을 넘고 있는 경우), 지적을 하기보다 의도를 되묻고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함께 되짚었다. '왜? 우리는 이것을 하는가?', '어떤 과제 해결하고자 하는가?', 되돌아보는 과정을 함께 하면 대부분 스스로 이해하고 방향성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1on1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하나의 명확한 답이 있다고 생각이 되지 않기 때문에 LEAN스럽게 실험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팀에 가장 적합하고 효율적인 형태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방법을 시도하면서 변화해 갔는데 적어도 우리 팀에서는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제시하는 방식이 아닌 1on1을 함께 만들어 갈 때 멤버들의 모티베이션이 높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1on1을 흐지부지한 시간으로 활용하면 멤버의 입장에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게 되는 인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뜬금없이 '하고 싶은 말 있어?', '고민 같은 거 없어?', '요즘 어때?' 등과 같은 갑작스러운 질문이다. 얼떨결에 대답은 하겠지만 성의 없는 시간이라 느낄 수도 있고 대충 시간 때우고 일하러 가야지라고 대수롭지 않은 시간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명확한 목적과 방법을 전해 공통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며 효과적인 1on1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목적과 방법을 정해 공통인식을 갖는 것은 멤버의 입장에서 자신이 무엇을 위해 참여해야 하고 스스로 어떤 것을 준비하면 좋을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한쪽의 일방적인 입장만을 이해하는 것이 아닌 상호 이해를 위해 매니저와 멤버의 입장에서의 목적에 대해 함께 정의했다.
매니저의 입장
1. 멤버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시간 (멤버가 하길 원하는 모든 이야기)
2. 중요한/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시간 (멤버가 알아야 하는 정보 등)
3. 평가를 위해 과정을 알아가는 시간 (평가 항목에 관련된 내용)
멤버의 입장
1.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시간 (일, 프라이빗, 커리어, 고민, 상담, 불만 등)
2. 자신을 알리는 시간 (사내 활동, 사외 활동 등)
3. 제안하는 시간 (아이디어, 개선 등)
모든 과정을 공동편집 툴을 사용해 함께 기록했다. 함께 기록해나가기 때문에 잘못된 이해를 바로 잡을 수 있고 명확한 공통인식을 가질 수 있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멤버들은 다음 1on1을 위해 일주일에 있어서 중요했던 순간,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순간순간 기록했다. 나도 시간이 날 때 체크를 하고 필요에 따라 당장 전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답변 형식으로 기록해 전달했다. 어떻게 보면 커뮤니케이션의 또 다른 방법이 되기도 했다.
함께 기록하다 보니 멤버들이 일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 어떤 벽에 부딪혔는지, 어떤 도전을 하고 있는지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게다가 멤버들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도 좋은 자료가 되었기에 공평하면서도 좀 더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었다.
멤버들과 다양한 컨텐츠를 진행하며 개인은 물론이고 팀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물론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라 멤버들에게 명확한 목적과 목표를 전하고 충분한 상의를 통해 진행했다.
커리어 플랜 (4개월)
같은 디자이너라고 해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상적인 디자이너의 이미지는 다르다. 이상적인 디자이너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눈앞에 보이는 단기적인 일만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관점의 밸런스를 가지면서 경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스킬 맵 (1개월)
모든 멤버가 경력사원이기에 지금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스킬을 쌓았다. 좋아하는 분야도 일도 다르기에 가지고 있는 스킬과 경험의 깊이가 다르다. 스킬 맵을 만들어 공유하는 것으로 멤버 간의 스킬을 이해할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으며 적절한 어사인도 결정할 수 있다.
OKR (지속, 매달 1회 복기)
UX전략팀의 역할을 넓히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멤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UX전략팀의 성장을 위해 크게 세 가지의 테마(프로젝트, 리서치, 디자인)로 나누어 각 멤버들의 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
(※각 컨텐츠의 상세 내용은 각각 기사로 게재할 예정입니다)
결과적으로 각 컨텐츠의 아웃풋(Output)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멤버들과 UX전략팀의 성장으로 연결되었으며 다른 팀(엔지니어, PM)에게도 긍정적은 영향을 주는 아웃컴(Outcome)을 내며 서비스 내에서 본보기가 되었다.
마음이 닿다
이 모든 것은 1on1이란 시간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멤버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며 참여하는 형식이었기에 더 효과적이었다. 과정도 과정이지만 성장과 더불어 다른 팀에게 본보기가 되었다는 성과를 냈다는 점도 멤버들에게 1on1의 중요성이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멤버들과의 깊은 신뢰를 쌓아갔다는 점에서도 '서로의 마음이 제대로 닿은 1on1'이었기에 더 소중했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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