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쓴 사회의 도래

[리뷰] <전장 Campo di Battaglia>(2024)

by 비평의 숲
<전장 Campo di Battaglia> (2024)

지아니 아멜리오 감독의 영화 <전장>은 제1차 세계대전 시기 야전병원의 한가운데로 우리를 데려간다. 병원에 이송해온 군인들은 부상의 정도에 따라 다시 부대에 복귀할지, 치료를 더 할지, 명예 제대를 할지가 정해진다. 하지만 문제는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병력은 늘 부족하다는 것. 아버지를 따라 국가의 대의에 충실한 국가주의 '상속자'인 장교(가브리엘 몬테시 역)는 하루 빨리 병력을 재배치해 이 전쟁를 승리로 이끌고자 한다. 그에게 상해 군인의 안위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 병력은 국가의 물리력을 구성하는 배치의 구성요소로서만 다뤄질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는 것이다.


그런 장교의 반대편에 한 장교(알레산드로 보르기 역)가 있다. 그는 인간 문명이 만들어낸 전쟁이 하나의 광기에 지나지 않으며, 그런 세계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는 일이 국가의 대의를 지키는 일보다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는 몰래 상해 병사들의 고통과 질병을 가속화하여 광기의 현장인 전장을 최대한 빨리 벗어나도록 돕는다. 두 힘이 충돌할 때 소요되는 절대적인 물리력의 범주에서 아무런 가치를 갖지 못하는 존재로 만듦으로서 인간다운 삶이 가능해지게 만든다.


Campo di Battaglia_still image.jpg <전장 Campo di Battaglia> (2024)


"신성한 손"으로 불리던 그의 이런 행각은 우연한 계기로 얼마 안돼 '상속자' 장교에게 알려지게 되고, 그는 전쟁 말기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질병으로 일정한 병력과 함께 철저하게 격리된다. 근대 이후 최악의 팬데믹으로 일컬어지는 '1918년 독감 팬데믹(Pandemia de gripe de 1918)'(흔히 '스페인 독감'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정확하고 정당한 명명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는 초반부터 전쟁의 광기와 참혹감을 보여주는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한발 더 나아간다. 제1차 세계대전의 말기에 도래한 팬데믹 상황은, 근대 이후 출현한 권위주의 체제인 파시즘이 '예외적 상황'을 틈타 자신의 정상성을 강변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어느 날 언제든지 '마스크를 쓰도록' 강요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어쩌면 이탈리아 영화 <전장>은 비판Critique이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정치적 능력이자 현실을 명석판명하게 인식하게 하는 구성적 힘임을 증명하기 위해 출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영화 <전장>은 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출품작들을 국내 정식 개봉 전에 볼 수 있는 기회로, 서울아트시네마의 '베니스 인 서울'과 광주독립영화관의 '베니스 인 광주'를 통해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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