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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동행자ADHD2

ADHD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by 몽쉐르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고?”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말을 중얼거린다. 분명 5분쯤 지난 것 같았는데, 어느새 한 시간이 사라져 있다.

시작할 땐 분명 넉넉한 시간이 있다고 느꼈지만, 정작 마무리할 즈음에는 손에 잡히는 게 없다.

시간이 나를 피해 달아나는 듯했다. 아니, 내가 시간을 잡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참 뒤에 알게 되었다.
이상한 건 나의 의지도 아니고, 습관도 아니었다.
시간을 감지하는 뇌의 기능, 전두엽의 작동 방식이 나를 다르게 만들었다.


“내 안의 시계는 달라요”

ADHD를 가진 사람들의 뇌는 시간을 조금 다르게 느낀다. 내 안의 시계는 남들보다 빠르게 뛴다. 그러니 몸은 10초가 지났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고작 5초가 흐른 셈이다.

친구들은 이미 다음 수업을 준비하는데, 나만 아직도 이전 활동에 머물러 있었다.

어느 심리 실험에서, 사람들에게 눈을 감고 10초를 속으로 세어보라고 했다고 한다. ADHD를 가진 이들은 대체로 6~8초쯤에서 멈췄다. 자신은 10초를 셌다고 느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살아온 시간이, 늘 다른 리듬으로 흐르고 있었구나.


기다림이 고문처럼 느껴지는 이유

‘잠깐만 기다려’라는 말이 유독 고통스러웠다. 몇 분이 지났는지 알 수 없고, 눈앞의 시간이 마치 뿌연 유리처럼 감지되지 않는다. 그래서 종종 앞질러 가거나, 혹은 한참 뒤처지기도 한다.

반대로 어떤 일에 몰입할 때는 시간이 폭발하듯 사라진다. ‘잠깐만’ 하고 시작했는데, 두 시간쯤 지나 있다. 시계 바늘이 훔쳐가는 시간. 그리고 그 끝에 남는 후회와 자책.

나는 게으르지 않았고, 의지가 없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시간을 느끼는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시계를 밖으로 꺼내놓는 법


ADHD를 가진 사람에게 시간은 감각이 아니라 ‘도구’여야 한다. 내 안의 시계가 희미하다면, 밖에 있는 시계를 붙잡아야 한다.

타이머와 알람을 습관처럼 사용한다. 소리로 시간을 깨우고, 리듬을 만든다.

색이 변하는 시각 타이머나 모래시계, 시간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앱을 활용한다.

25분 일하고 5분 쉬는 뽀모도로 방식은 시간의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해야 할 일’을 10분 단위로 쪼개면 집중이 흩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간을 놓쳤다고 나를 책망하지 않는 태도다.


나만의 시간에 맞는 삶

사람들은 ‘시간 관리’를 삶의 덕목처럼 말한다. 하지만 나에게 시간은 ‘관리’가 아니라, 길들이는 야생동물 같은 존재였다. 훈련도, 통제도 쉬이 되지 않았다.

나에게 맞는 속도와 감각으로 살아가는 일.
그건 실패가 아니라, 적응이다.
하나의 시계로 모두를 재단할 수는 없다.

시간은 시계에 있지 않고, 느낌 안에 있다.


시간이 늘 미끄러지듯 사라지는 당신에게.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단지, 당신만의 시간 언어가 있을 뿐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시계를 자신의 방식으로 맞춰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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