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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소동과 여유

가족과 떠난 느린 시간들(10화)

by 몽쉐르

리조트의 웰컴 스낵

리셉션으로 다시 가서 30분 일찍 방 열쇠를 받았다. 방으로 들어서자 네 명이 함께 묵기에 충분한 크기의 패밀리 스위트룸이 눈앞에 펼쳐졌다. 웰컴 과일과 냉장고, 미니바에는 음료와 맥주, 과자, 쿠키 등이 가득 차 있었다. 작년에는 미니바가 무료인 줄 몰랐다. 그래서 라면을 먹고 다른 마트에서 사다가 채워 넣곤 했었다. 지금은 추억으로 웃을 수 있는 일이 되었지만, 이번에는 다 먹고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수영장에서의 갈등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리조트에는 두 개의 수영장이 있었는데, 그중 1.5미터 깊이의 수영장은 바닷가도 보여서 탁 트인 풍경이 매력적이었다. 예온이는 구명조끼를 입고 신나게 놀았지만, 예준이는 발이 닿지 않는다며 얕은 곳으로 가자고 졸랐다. 튜브를 타고 있었으니 용기 내어 놀면 좋겠건만, 무섭다며 꽥꽥 소리를 질렀다.

그 모습을 보고 답답함이 몰려왔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어도 좀처럼 변하지 않는 점도 내 마음에 걸렸다. 아이의 마음을 더 이해해 주어야 했는데, 나는 계속 발전하고 좋아지는 모습을 강조하고 있었다.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넌 얼마나 발전했냐?' 이 질문을 곱씹자, 예준이가 안쓰러워졌다. 조금 더 적응할 시간을 주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품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고픔과 감정의 충돌

예준이는 얼마 놀지 않았는데 배가 고프다고 했다.

오후 4시쯤이었기에 뭔가 먹고 나면 다시 물에 들어오기 어려울 것 같았다. 간단한 간식을 권했지만, 아이들은 라면과 빵을 먹고 싶다고 했다. 좋지 않은 음식만 찾는 모습에 속이 상했다. 아이들이 배고픈 건 이해했지만, 내 배가 고프지 않으니 감정적으로는 공감이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들이 떼를 쓰는 방식으로 원하는 걸 얻으려 하지는 않을까?' 고민이 스쳤다.

이 짧은 시간을 수영하려고 카페에서 그렇게 난리를 피웠던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아내의 의견대로 객실에 있는 컵라면을 끓여주었다. '이렇게 먹게 될 거, 기분 좋게 해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라면을 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아빠에게 혼나고 먹는 음식이 과연 맛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마음을 달래려고 바다와 나무를 바라보았다.


삼촌, 이모의 도착

그때 삼촌과 이모가 오후 5시쯤 리조트에 도착 예정이라는 전화가 왔다. 내가 환전을 미리 해두었기에, 삼촌과 이모는 환전 없이 오시기만 하면 됐다. 기사님께 차비를 드리려고 돈을 딱 맞춰 준비했는데, 중간에 휴게소에서 기사님께 돈을 빌려 쌀국수를 드셨다고 했다. 다시 방으로 가서 돈을 챙겼지만, 갑자기 빵값까지 추가로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방에 다녀오겠다고 했으나 기사님이 괜찮다고 했다.

주머니를 뒤져 잔돈을 탈탈 털어 보니 4만 동 정도 나왔다. 억지로 기사님 손에 쥐여 드리며 미안하다고 말씀드렸다. 삼촌과 이모는 담양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무이네까지 오느라 18시간이나 걸렸기 때문에 몹시 피곤해 보였다. 게다가 심한 감기에 걸린 상태였다. 다행히 한국에서 챙겨 온 비상약이 있어서 건넬 수 있었다.


여유로운 저녁 식사

저녁 6시, 리조트 로비에서 만나 저녁을 먹으러 갔다.

장아찌를 나누어주시는 이모

리조트 앞에는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점이 있었는데, 단점이라면 음식이 너무 늦게 나온다는 점이었다. 기본 40분은 걸렸고, 주문도 손으로 작성한 후 계산기를 두 번이나 두드려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손님이 많아도 일하는 사람들은 급하지 않았다. 천천히, 여유롭게 움직였다. 바쁘고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아온 나에게는 이런 모습이 부럽게 느껴졌다.

부모님과 삼촌, 이모는 한 테이블에서, 우리 가족은 따로 테이블을 잡았다. 이모는 한국에서 고추장과 무장아찌를 챙겨 왔다. 처음엔 웃음이 나왔지만, 가족들은 함께 가져온 음식과 현지 음식을 곁들여가며 맛있게 먹었다.


마사지 체험

식사 도중 삼촌이 마사지를 받고 싶다고 하셨다. 아내가 급히 검색해서 괜찮아 보이는 마사지숍을 예약했다. 픽업과 드롭 서비스가 무료였고, 후기도 좋아 바로 카톡으로 예약을 마쳤다. 감기 기운이 있는 영권 삼촌 내외분은 숙소에서 쉬기로 하고, 경연 삼촌, 이모, 엄마, 그리고 내가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아내는 피곤해서 아이들과 방에 남기로 했다.

처음엔 마사지를 받을 생각이 없었다. '뭐 얼마나 시원하겠어?' 큰 기대 없이 누웠다. 그러나 마사지가 시작되자 몸의 뭉친 부분이 확실히 느껴졌고, 마사지사도 그 부위를 집중적으로 풀어주었다. 중간에는 오일을 발라 시원하게 마무리해 주었는데, 내일도 다시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도 함께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소한 해프닝

마사지를 받고 나오려는데 일이 생겼다. 엄마의 팔찌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나는 귀중품은 잘 보관해야 한다며 엄마를 다그쳤다. 마사지사들은 당황하며 침대 밑을 샅샅이 뒤졌다. 다행히 팔찌는 침대 아래에 떨어져 있었다. 나와 엄마는 멋쩍게 웃었고, 직원들도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아이들은 이미 잠들어 있었고, 아내는 맥주 한 캔을 마시며 누워 있었다. 나는 오늘 마사지가 얼마나 시원했는지 이야기하며 아내에게 함께 가자고 했지만, 햇볕에 탄 피부가 쓰라려서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아쉬웠지만, 베트남에 머무는 동안 천천히 기회를 보자고 생각하며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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