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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네 붉은 사막에서 모래썰매

기대와 다른 현실

by 몽쉐르


가족과 떠난 느린 시간들(12화)

어른들은 투어를 떠나고 나는 아이들과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다. 시원한 물속에서 한껏 웃으며 놀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붉은 사막에서의 모래 썰매를 타러 가기로 했다. 리조트에서 불과 5분 거리, 오후 네시쯤이면 JEEP 투어 차량이 도착할 시간이니 그 시간에 도착해 모래썰매를 타며 어른들을 기다릴 계획이었다.

기대와 다른 현실

샤워를 마친 뒤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은 아오자이로 갈아입고 붉은 사막을 향해 걸었다. 우리는 미끄럼을 타기 위해 튜브를 챙겨갔다. 작년 여행에서 사막 입구에서 상인들이 5만 동을 받고 널빤지를 대여해 주는 걸 봤기 때문에, 튜브만 있으면 별다른 비용 없이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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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자마자 상인들이 널빤지를 들고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활기찬 목소리로 호객하는 그들은, 우리가 거절해도 끊임없이 따라오며 말을 걸었다. 아이들에게 "우리 탈 것도 있는데 왜 저렇게 따라오는 걸까?"라며 의아해했지만 말했다. 나는 상인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돈을 가져오지 않았다.

모래 언덕을 오르며 문득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곳의 모래바람은 생각보다 훨씬 거칠었다. 사람은 좋은 기억만 남기고 불편했던 기억은 쉽게 잊는다고 하더니 딱 그랬다. 바람이 불 때마다 모래가 뺨을 때리고, 눈을 제대로 뜰 수도 없었다.

아이들도 눈을 비비며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붉은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풍경은 여전히 장관이었다. 우리 가족 외에는 아무도 없어 작은 사막이지만 끝없는 광활함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우리는 드디어 언덕 정상에 올랐다. 아이들을 튜브에 앉히고 호기롭게 밀어보았다. 그런데 튜브는 전혀 미끄러지지 않았다. 아무리 방향을 바꾸고 힘을 줘도 소용없었다. 옆에서 널빤지를 빌려주던 상인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순간 그가 무언가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차피 돈이 없으니 상관없었다. 계속해서 시도했지만 튜브는 여전히 제자리였다.

잠시 후, 다른 관광객들이 도착했다. 우리는 그들이 미끄럼을 타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상인들은 널빤지 밑면에 무언가를 바르더니, 그 위에 관광객들을 태웠다. 널빤지는 순식간에 언덕을 가르며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 양초 같은 걸 발라야 미끄러지는구나.


선택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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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뜨거운 태양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고민에 빠졌다.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현실이 서글펐다. 아이들은 "우리도 타고 싶어!"라며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냈고, 나는 슬쩍 겁을 주었다. "저거 엄청 빠른데 무서워서 못 탈걸?" 하지만 아이들은 저 아래에서 신나게 웃으며 올라오는 사람들을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도 탈래!"

아내와 나는 난감했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남은 돈은 3만 8천 동. 조심스럽게 상인에게 다가가 아이들 둘이 한 번씩만 탈 수 있냐고 물었다. 그는 우리를 한참 보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명당 5만 동을 내면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것이었지만, 우리의 부족한 돈도 흔쾌히 받아주었다.


예상치 못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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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널빤지를 하나만 빌려 번갈아 타며 모래 언덕을 오르내렸다. 탈 때마다 상인은 바닥에 양초를 발라 주었다. 두 번째 탈 때는 더욱 신이 난 얼굴이었다. 세 번쯤 타자, 아이들이 스스로 "이제 그만 탈래."라고 말했다. 경사가 급한 모래 언덕을 세 번이나 오르내리는 게 꽤 힘들었나 보다.

그런데 놀랍게도 상인은 우리가 멈추려 할 때마다 다시 널빤지를 건네며 더 타라고 손짓했다. 순간 가슴이 따뜻해졌다. 적은 돈을 냈음에도 우리를 배려해 준 그의 마음이 고마웠다. 문득, 부끄러워하며 머뭇거리기만 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원하는 걸 당당하게 말하는데, 정작 부모인 우리는 주저하고 있지 않았던가? 부모가 자신 있게 행동해야 아이들도 그렇게 배울 텐데.

아이들이 모래 언덕을 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나도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돈을 조금밖에 내지 않았으니 선뜻 말하기가 망설여졌다. 그러던 중 상인은 우리 가족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카메라를 들어 보였다. 돈을 충분히 내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 주다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다음번에 이곳에 오면, 그땐 양초를 준비해 와서 나도 꼭 한 번 타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오늘처럼 주저하지 않고, 아이들처럼 망설임 없이 원하는 것을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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