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떠난 느린 시간들(25화)
오늘은 숙소에서 체크아웃하고 호이안 리조트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쉬운 마음에 오토바이도 반납하기 전 조금이라도 더 타고 싶었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예온이와 함께 오토바이에 올랐다.
처음엔 짐을 하나씩 나르며 오토바이로 리조트까지 이동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이내 마음이 바뀌었다.
기름값만 더 들고 시간만 낭비될 것 같았다. 결국 택시를 부르기로 결정했다.
계획 없는 드라이브였다.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달렸다.
넓은 도로 위에서 속력을 높여 바람을 가르며 질주해보기도 하고, 등대가 있는 땅끝까지 가보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오토바이 위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은 그 자체로 여행의 클라이맥스였다.
숙소로 돌아와, 우리 가족은 모두 아오자이로 맞춰 입고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2층짜리 수영장이 있는 이 넓고 아름다운 집에서의 기억을 사진으로라도 남기고 싶었다.
사진을 찍고 있을 때, 매일 아침 청소해 주시던 분이 오셨다.
우리를 보더니 “Beautiful~ Beautiful!” 감탄을 연달아 내뱉었다.
그분은 휴대폰 번역기를 꺼내 말을 입력한 뒤, 한국어로 번역된 화면을 보여주었다.
‘우리 네 명은 한국 사람인데, 엄마와 아빠는 베트남 사람인 줄 알았다’는 말에 우리 가족은 한바탕 웃었다.
아빠는 계속 집 안에만 계셔서, 현지인처럼 느껴졌나 보다.
화장을 하고 아오자이를 입은 엄마에게는 계속해서 예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엔 “안 입겠다”라고 고개를 저으시던 부모님도, 사진을 찍으며 어느새 즐거워하셨다.
그 미소에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사진을 찍고 있을 즈음, 집 호스트가 체크아웃을 위해 도착했다.
올 때 아이들을 위해 빵까지 사 오신 정성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잘 쉬었냐”는 질문에, “정말 좋았다”라고 대답했다.
“3박 4일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라고 덧붙이자, 호스트는 수영을 못 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우리 가족도 그 점은 정말 아쉬웠다. 1월 중순부터 날이 풀린다는데, 너무 일찍 왔나 보다.
그래도 이 넓고 조용한 숙소에서 푹 쉬고, 가족과 함께하는 평온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호스트는 호이안 구시가지에서 며칠 더 머무는 우리를 위해 맛집도 추천해 주며, 꼭 가보라고 당부했다.
짐을 싣기 위해 그랩을 불렀다.
차를 두 대 부를까 잠시 고민했지만, 7인승 차량 한 대로 충분할 듯하여 그대로 호출했다.
무거운 짐에도 기사님은 불평 한마디 없이 성실하게 도와주셨다.
그때 호스트가 “오토바이 요금은 냈나요?”라고 물었다.
그제야 깜박하고 안 냈다는 걸 깨달았다. 웃으며 미안하다고 말하고 요금을 드렸다.
이어 호스트가 “차비 이야기”를 꺼냈는데,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다.
영어로 작성된 문장을 보여주었지만 한동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우리가 이곳에 올 때 지불한 비용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이미 기사에게 직접 지불했기에 호스트는 미안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차에 올라타려는 순간, 청소해 주셨던 분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인사를 건넸다.
3박 4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분과의 따뜻한 교감이 느껴졌다.
특히 엄마가 매일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신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 눈빛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분의 따뜻함 덕분에 이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사람과 마음이 머문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