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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혁준 Jun 01. 2021

캉테가 지배하고 하베르츠가 마무리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리뷰

 한국시간으로 5월 30일 새벽 4시, 지구 반대편 포르투갈 에스타디우 두 드라강에서 펼쳐진 첼시와 맨시티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경기, 펩과 투헬이라는 두 전술 천재 감독의 맞대결이자 신구 오일머니 대표주자 간의 맞대결로 눈길을 끌었던 이 경기는 하베르츠의 결승골과 함께 첼시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로써 첼시는 9년 만에 다시 유럽 정상에 올랐고 맨시티는 창단 이후 첫 우승이라는 염원을 다음으로 기약해야만 했다. 오랜만에 관중이 들어선 경기장에서 첼시 선수들은 팬들과 함께 우승을 만끽했고 팬들은 이에 화답하듯 큰 환호성으로 선수들을 축하했다.


출처 : 네이버 뉴스


 킥오프 1시간 전, 양 팀의 선발 라인업이 공개되자 팬들은 약간의 불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첼시의 뇌관은 조르지뉴였다. 최근 강한 압박에 고전하며 실수를 연발했던 조르지뉴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맨시티는 그 어떤 팀보다도 강한 압박을 펼치는 팀이었고 조르지뉴가 이를 실수 없이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불안함은 시티도 마찬가지였다. 시티에는 좋지 못한 폼으로 팬들의 비난을 받았던 스털링이 있었고 평소에 보던 페르난지뉴, 로드리가 아닌 귄도안이 홀딩 미드필더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평소대로 경기를 풀면 되는데 중요한 경기에서 뜬금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며 좋지 못한 모습과 결과를 남겼던 펩 감독이기에 불안함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양 팀 모두 불안함을 안고 경기가 시작됐다.


출처 : 네이버 뉴스


 경기 초반 양 팀의 컨셉은 명확했다. 맨시티는 평소 본인들이 보여주던 강한 압박을 펼치며 첼시의 후방 빌드업을 방해했고 때로는 긴 패스, 때로는 짧은 패스를 섞어가며 공격을 펼쳤다. 짧은 패스만을 고집하지 않고 효율성을 택한 것이었다. 귄도안을 홀딩 미드필더로 배치한 것은 이를 위함이었다. 맨시티는 귄도안 위에 배치된 포든, 베르나르두 실바, 데 브라이너, 스털링, 마레즈를 모두 올려 수적 우위를 가져가고자 했다. 초반에 기선제압을 하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반면 첼시는 이를 예상했다는 듯 라인을 무작정 올리지 않고 대응하는 자세를 취했다. 맨시티의 압박에 따라 라인을 유동적으로 조정했고 시티와 마찬가지로 평소 고집하던 짧은 패스 빌드업이 아닌 긴 패스, 짧은 패스를 섞는 효율적인 빌드업 방식을 보여주며 시티의 뒷 공간을 공략했다. 해당 전술은 바로 효과를 나타냈다. 전반 10분에 베르너가 하베르츠의 패스를 받아 박스 안에서 슈팅을 가져갔고 4분 뒤에는 컷백을 받아 오른발 슛을 시도했다. 앞선 슈팅은 수비에, 뒤에 이어진 슈팅은 에데르송에게 막혔지만 경기 초반 베르너의 움직임은 굉장히 활발했다. 이를 보고만 있을 시티가 아니었다. 시티는 점차 자신들이 잘하는 점유와 지공의 빈도를 늘려나갔고 좌우 측면을 이용한 공격으로 첼시를 열심히 흔들었다. 차이가 나타난 것은 전반 42분이었다. 시티는 여느 때와 같이 높은 위치에서 많은 숫자를 두고 압박을 하고 있었다. 첼시는 이를 골키퍼를 거치며 부드럽게 풀어냈고 반대로 전환했다. 칠웰이 원터치로 내준 패스를 마운트가 잘 돌아서며 받았고 베르너가 수비의 시선을 끌고 있는 사이 중앙 쪽에 빈 공간을 하베르츠가 침투를 가져갔다. 마운트가 하베르츠를 보고 내준 킬패스에 시티 수비라인은 무너졌고 에데르송이 나와봤지만 하베르츠는 이를 여유롭게 제쳐내며 마무리했다. 이 골은 하베르츠의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첫 골이자 경기를 끝낸 결승골이었다. 후반에는 맨시티가 조금 더 주도하는 흐름이었다. 시티는 자신들이 자랑하는 좌우 측면 패턴의 공격을 더욱 잘 선보였고 시종일관 첼시를 압박했다. 첼시는 놀라운 수비 집중력으로 이 공격들을 다 막아냈고 역습을 노리며 아쉬운 찬스를 만들곤 했다. 선수들의 부상이 겹치며 추가시간이 7분이나 주어졌지만 첼시는 노련하게 시간을 허비하며 시티 선수들을 초조하게 만들었고 결국 하베르츠의 한 골을 지켜내며 유럽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출처 : 국제 뉴스


 경기에 변수가 마냥 없던 것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두 장면은 너무나 가슴 아픈 장면이었다. 먼저 변수가 발생했던 쪽은 첼시였다. 전반 39분, 첼시 수비의 핵심 티아고 실바가 포든과의 경합 과정에서 착지하는 도중 부상을 입었다. 헤딩 클리어링을 위해 점프를 뛴 실바는 경합하던 포든에게 살짝 밀리며 착지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다리 쪽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더 이상 뛰지 못한다는 사인을 벤치에 보내며 크리스텐센과 교체되었다. 해당 경기를 얼마나 고대해왔을지가 느껴지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베테랑의 티아고 실바는 아이처럼 눈물을 흘리며 벤치로 걸어 들어갔다.


출처 : 네이버 뉴스


 변수는 시티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주장 완장을 차고 엄청난 책임감으로 경기에 나선 팀 내 최고의 에이스, 케빈 데 브라이너가 후반 13분에 뤼디거와 충돌을 하고 말았고 그 과정에서 눈을 부딪혔다. 머리가 울리는 뇌진탕 증세를 약간 보이는 것 같았고 직접 부딪힌 눈은 피멍이 들어 부어올랐다. 충격이 심한 듯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데 브라이너였고 동료들의 도움 덕에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펩은 즉시 데 브라이너를 제주스로 교체해줬고 볼 빨간 데 브라이너는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실바와 데 브라이너의 눈물은 선수들이 이 경기를 위해 얼마나 책임감을 갖고 준비해왔는지, 기대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결승전의 무게였다.


출처 : 스포츠 한국


 경기 최우수 선수는 단연 캉테였다. 캉테는 미친듯한 활동량으로 그라운드를 누볐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중원의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커팅은 물론 공을 잡고 움직이는 운반, 파울 유도까지. 캉테는 만점이었다. 캉테의 분발에 조르지뉴도 덩달아 좋은 수비를 보여줬다. 첼시의 중원은 몰아치는 시티의 공격에서 수비진을 보호하는 든든한 방어막이었다. 캉테의 활약은 한 골을 지키려는 첼시의 큰 원동력이었다. 빈공에 시달리는 첼시는 한 골을 지키는 형태의 경기 운영을 자주 보여줬는데 그 운영을 가능하게 했던 선수가 캉테였다.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무대에서 첼시가 탄탄한 수비력을 보일 수 있었던 1등 공신이 캉테였는데 그 클래스를 결승전에서도 여실히 보여줬다. 캉테가 커팅을 한 느낌보다 커팅한 선수를 보면 모두 캉테였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정도의 경기력이었다.


출처 : 네이버 뉴스


 팬들은 이번 시즌을 두고 기적적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뤄낸 시즌과 닮았다며 ‘첼램덩크 시즌 2’라고 불렀다. 투헬과 선수들은 피날레를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장식하며 첼램덩크 시즌 2를 완벽하게 완성했다. 시즌 도중 첼시를 맡아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이뤄낸 투헬의 첼시, 다음 시즌에는 어떤 축구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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