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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혁준 Aug 21. 2021

이강인과 울버햄튼

울버햄튼에는 이강인의 자리가 있을까

 내가 처음 쓴 칼럼이 이강인의 이적에 관한 글이었다. 이강인의 성장을 위해서는 아무리 규모가 크더라도 안정되지 않은 발렌시아는 독이 될 수 있기에 이적이 필요함을 적은 글이었다. 반년이 조금 더 흐른 지금 이강인은 이적을 모색하고 있다. 이강인을 원하는 팀은 어디일까.


출처 : 네이버 스포츠


 수많은 팀이 언론에 오르내렸지만 지속적으로 링크가 나는 클럽은 울버햄튼이다. 최근 스페인의 그라나다가 이강인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며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했으나 이적시장 초부터 연결되어 온 클럽은 울버햄튼이다. 국내 팬들의 반응도 우호적이다. 울버햄튼이 보여줬던 축구는 국내 팬들에게도 인상을 남기기 충분했고 무엇보다 국내에서 접근하기 좋은 프리미어리그 소속 클럽이기 때문이다. 빠르게 진행된 딜은 아니었기에 여러 가능성이 존재했다. 가장 유력하다고 알려진 것은 스왑딜 형태의 계약이었다.


출처 : 네이버 스포츠


 발렌시아는 막시 고메즈 이외의 득점원이 필요했고 울버햄튼의 라파 미르를 노렸다. 울버햄튼은 발렌시아의 이강인과 곤살루 게데스에게 관심이 있었다. 라파 미르는 발렌시아뿐만 아니라 세비야에서도 관심이 있었기에 해당 딜에는 미르가 아닌 수비수 로망 사이스가 포함될 수 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한국 시간으로 8월 20일, 라파 미르의 세비야행이 공식 발표되며 거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미르가 세비야로 향한 가운데 발렌시아와 울버햄튼 사이의 거래가 계속될지 무산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렇다면 만일 이강인이 울버햄튼으로 향한다면 이강인의 자리는 있는지, 울버햄튼은 어떤 팀인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출처 : 네이버 스포츠


 울버햄튼의 축구는 국내 많은 팬들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가운데서 지탱해주는 힘 있고 헤더 능력이 있는 스트라이커, 침투와 속도에 장점이 있는 마무리 능력을 갖춘 양쪽 윙, 전방으로 때려놓거나 좌우 전환을 주로 가져가는 중원까지. 선 수비 후 역습 축구의 교본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팀이다. 3백을 주로 사용하면서 빠른 전환과 속도감 있는 공격을 보여주는데 지난 시즌 때때로 4백도 사용하면서 변화가 가능한 팀임을 보여줬다. 4백으로 나올 때는 주로 4-2-3-1 포메이션을 사용하고 3백으로 나올 때는 3-4-1-2와 3-4-3을 혼용해서 사용한다. 지난 시즌 주로 보여줬던 모습과 이번 시즌 1라운드, 레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것을 보면 3-4-3을 메인 포메이션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출처 : 네이버 스포츠


 이강인은 공격형 미드필더, 세컨드 스트라이커를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정확한 킥, 빠른 턴, 넓은 시야까지 울버햄튼이 추구하는 중원 자원이 갖춰야 하는 전환과 관련된 능력은 모두 갖고 있는 이강인이다. 특히나 주전 스트라이커인 라울 히메네스가 피지컬을 바탕으로 버텨주는 플레이를 통해 파이널 써드 지역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고 이 공간은 이강인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주전 스트라이커와의 궁합도 괜찮은 편이다. 울버햄튼이 3-4-1-2나 4-2-3-1을 들고 나왔을 경우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이강인을 투입할 수 있다. 그러나 3-4-3 포메이션에서는 위치가 애매해진다. 공격진 3명 중 좌우 측면 자원으로 투입하자면 이강인의 부족한 스피드가 드러날 수 있다. 물론 첼시의 마운트처럼 중앙 쪽으로 치고 들어오는 플레이 메이커 역할로 활용할 수 있겠으나 울버햄튼은 좌우 측면 자원의 공격적 침투가 필요한 팀이기 때문에 이러한 전술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출전하기에는 이강인의 부족한 수비 능력이 드러난다. 중앙 미드필더는 공격라인에 공을 공급하거나 직접 운반하면서 후방의 3백을 보호해야 하는데 이강인은 수비라인을 보호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따라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는 3-4-1-2나 4-2-3-1에선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겠으나 메인 포메이션이라 볼 수 있는 3-4-3에서는 우려할 부분이 존재한다. 현재 울버햄튼이 추구하는 축구와는 어울릴 수 있으나 사용하고 있는 전술에 마땅한 자리가 없다.


출처 : 네이버 스포츠


 미르가 세비야로 향했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스왑딜이 무산되어 발렌시아가 협상을 그만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강인에게 필요한 것은 주전들과 호흡하며 출전시간을 늘려나갈 수 있는 클럽이기에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고 플레이하는 전술을 메인으로 사용하지 않는 울버햄튼은 마냥 적합한 후보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해당 포지션을 포덴세, 깁스 화이트, 무티뉴, 때때로 네베스까지 소화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포지션 경쟁도 마냥 수월하진 않다. 더군다나 지금껏 이강인은 좋은 탈압박 능력과는 별개로 압박이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경기 템포를 늦추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압박이 거센 프리미어리그에서 잘 적응할지도 미지수이다. 개인적으로는 익숙한 스페인 무대의 다른 팀으로 이적해 기량을 더 꽃 피운 다음 타리그로 이적을 추진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출처 : 네이버 스포츠


 이적시장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미르가 세비야로 향하더라도 이강인의 거래가 계속될 수도 있는 것이다. 보르달라스 감독은 이강인은 발렌시아의 선수라 표현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답변으로 보인다. 이강인은 오는 1월 보스만 룰에 의해 다른 팀들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이강인 측에서 재계약을 거부하며 이적 의사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에 발렌시아 입장에서도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 이적료를 받고 이적시키는 게 합리적이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기에 아마 이강인도 빠르게 이적을 하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 현재 최고의 재능으로 불리는 이강인, 앞으로의 거취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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