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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통증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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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욱 Nov 24. 2023

이빨이 아파서

며칠 이빨이 아파 치과에 치료를 받은 적 있다. 손을 넣어 만져보니 흔들리고 있었는데, 토요일부터 시작한 왼쪽 아래 어금니 통증으로 눈알이 빠지는 착각까지 들었. 아스피린 2개로 버티려 했으나 고통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통증은 온몸으로 퍼 몸살 나기 직전 컨디션이 돼 버렸.


월요일 오전 진료 10분 전에 가서 기다렸다. 의사말에 따르면 4년 전 진료기록과 비교해서 잘 관리하고 있지만 통증이 생긴 어금니 포함 2개는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 했다. 진료를 마치고 간호사가 발치 전후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정신없이 늘어놓는 통에 하마터면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해주세요" 할 뻔했다. 일단은 통증을 제거할 진통제만 3일분 처방받고 2주 뒤 와서 뽑을지 말지 결정하겠다 하고 나왔다. 50년 나와 함께한 어금니 두 개를 뽑아내는 일인데 잠깐 아프다는 이유로 제거할 생각부터 하다니  참아낸 것 같았다. 진통제를 하루반 먹었고 3일 뒤부터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흔들리는 건 그대로지만 씹는 데는 크게 지장 없을 만큼 편해졌다.


 갑자기 왜 이빨이 흔들리고 아팠을까? 통증심리를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빨이 아프기 며칠 전부터 아이들에 대한 고민을 한 일이 생각났다. 해양대학교를 다니는 아들이 항해사가 되기 위해 해사과로 전과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몇 주 뒤 제출해야 할 서류에 약간의 착오가 있었고, 디자인학과 준비를 하던 고2 딸로부터 철학과 지원동기를 들어야만 했다. 동시에 터진 갑작스러운 두 사건으로 고민에 빠져 밤잠을 설치기까지 했는데 그때부터 통증이 시작되었고, 약간의 진통제와 아이들 문제가 순조롭게 마무리되면서 통증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우연인지 억지스러운 해석인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심리적 문제가 해결되면서 어찌 됐건 아팠던 것도, 통증이 사라진 것도 같이 일어난 사실이다.


원 예약도 취소를 했고, 의사소견대로 발치를 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나도 궁금하다. 일단 최대한 자연스러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잘 사용해 봐야겠다.


치과 다녀온 후 3주...

스스로 아프게 된 일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했고 원인이라 생각한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나 혼자 고민하고 걱정해서 벌어진 일이었을 뿐 아이들에게는 혼란스러울 것도, 걱정스러울 것도 없었다. 결국 나를 괴롭힌 통증은 스스로 만들어 낸 일들이었던 거다. 그리고 걱정했던 마음이 정리되고 없었던 일로 되면서 통증도 사라졌고, 병원에서 받아온 3일 치 약을 다 먹지도 않았지만 이제 통증이 말끔히 사라졌다. 예전처럼 밥을 먹을 수 있고, 걱정 없이 고기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흔들리던 이빨은 변함없이 흔들리지만 원래 이 정도 흔들렸던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빨을 일부러 흔들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빨은 흔들려도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닐까?' 


지금은 흔들린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지내고 있다. 

이 모든 과정과 황당한 일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내가 겪었던 해프닝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일까? 

'그럼 의사의 진료와 진단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3주 전 의사 말을 믿고 그렇게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파서 병원을 찾아갔던 그날 어금니 발치를 했을 것이고, 임플란트를 심는 절차에 따라 단계를 밟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내 방식대로 통증심리 접근 방식이 옳은지 판단하는 것은 개인적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통증이란 것이 나에게 생겼을 때 그것이 신체 어떤 부위, 어떤 형태로 생기든지 원인을 밝혀 내는 것이 우선임을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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