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빨이 아파 치과에서 치료를 받은 적 있다. 손을 넣어 만져보니 흔들리고 있었는데, 토요일부터 시작한 왼쪽 아래 어금니 통증으로 눈알이 빠지는 착각까지 들었다. 아스피린 2개로 버티려 했으나 고통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통증은 온몸으로 퍼져 몸살 나기 직전 컨디션이 돼 버렸다.
월요일 오전 진료 10분 전에 가서 기다렸다. 의사말에 따르면 4년 전 진료기록과 비교해서 잘 관리하고 있지만 통증이 생긴 어금니 포함 2개는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 했다. 진료를 마치고 간호사가 발치 전후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정신없이 늘어놓는 통에 하마터면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해주세요" 할 뻔했다. 일단은 통증을 제거할 진통제만 3일분 처방받고 2주 뒤 와서 뽑을지 말지 결정하겠다 하고 나왔다. 50년 나와 함께한 어금니 두 개를 뽑아내는 일인데 잠깐 아프다는 이유로 제거할 생각부터 하다니 잘 참아낸 것 같았다. 진통제를 하루반 먹었고 3일 뒤부터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흔들리는 건 그대로지만 씹는 데는 크게 지장 없을 만큼 편해졌다.
갑자기 왜 이빨이 흔들리고 아팠을까? 통증심리를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빨이 아프기 며칠 전부터 아이들에 대한 고민을 한 일이 생각났다. 해양대학교를 다니는 아들이 항해사가 되기 위해 해사과로 전과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몇 주 뒤 제출해야 할 서류에 약간의 착오가 있었고, 디자인학과 준비를 하던 고2 딸로부터 철학과 지원동기를 들어야만 했다. 동시에 터진 갑작스러운 두 사건으로 고민에 빠져 밤잠을 설치기까지 했는데 그때부터 통증이 시작되었고, 약간의 진통제와 아이들 문제가 순조롭게 마무리되면서 통증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우연인지 억지스러운 해석인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심리적 문제가 해결되면서 어찌 됐건 아팠던 것도, 통증이 사라진 것도 같이 일어난 사실이다.
병원 예약도 취소를 했고, 의사소견대로 발치를 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나도 궁금하다. 일단 최대한 자연스러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잘 사용해 봐야겠다.
치과 다녀온 후 3주...
스스로 아프게 된 일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했고 원인이라 생각한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나 혼자 고민하고 걱정해서 벌어진 일이었을 뿐 아이들에게는 혼란스러울 것도, 걱정스러울 것도 없었다. 결국 나를 괴롭힌 통증은 스스로 만들어 낸 일들이었던 거다. 그리고 걱정했던 마음이 정리되고 없었던 일로 되면서 통증도 사라졌고, 병원에서 받아온 3일 치 약을 다 먹지도 않았지만 이제 통증이 말끔히 사라졌다. 예전처럼 밥을 먹을 수 있고, 걱정 없이 고기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흔들리던 이빨은 변함없이 흔들리지만 원래 이 정도 흔들렸던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빨을 일부러 흔들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빨은 흔들려도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닐까?'
지금은 흔들린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지내고 있다.
이 모든 과정과 황당한 일들이 어느 날 갑자기 내가 겪었던 해프닝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일까?
'그럼 의사의 진료와 진단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3주 전 의사 말을 믿고 그렇게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파서 병원을 찾아갔던 그날 어금니 발치를 했을 것이고, 임플란트를 심는 절차에 따라 단계를 밟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내 방식대로 통증심리 접근 방식이 옳은지 판단하는 것은 개인적 차이가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통증이란 것이 나에게 생겼을 때 그것이 신체 어떤 부위, 어떤 형태로 생기든지 원인을 밝혀 내는 것이 우선임을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