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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독한 Apr 04. 2022

나의 눈은 피해자의 눈, 나의 손은 가해자의 손

기인이 쓴 성장 이야기

보통의 성장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주인공이 있었고, 시련이 닥쳤지만 이를 이겨내고 결국 성장했다!


이런 뻔한 스토리가 넘쳐나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열광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삶에 시련이 있고  안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이야기  주인공의 밝은 미래에 이입하며 자신에게도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한몫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성장 이야기를 특이한 시선으로 쓰면 어떻게 될까?



콘차와 리리오 그리고 피닉스

주인공 피닉스의 유년기는 현재 그가 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지 보여준다. 피닉스의 아버지는 서커스단의 단장을 어머니는 성전을 이끌고 있다. 


어머니 콘차는 강간을 당한 뒤 두 팔이 잘려 죽은 ‘리리오’라는 소녀의 피 웅덩이에 성전을 세워 그녀를 성녀로 모시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가톨릭 신부가 성전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파괴되고 그녀는 서커스단으로 돌아간다. 아버지 오르고는 부인이 있음에도 여성을 탐닉한다. 이를 본 콘차가 분노하지만 오르고의 최면으로 힘 없이 넘어가게 된다.


피닉스의 가슴에 독수리를 그린 오르고

서커스단의 코끼리는 붉은 피를 토해내며 죽어간다. 큰 관에 안치되어 긴 행렬을 이끌고 절벽에 다다라 쓰레기장에 떨어져 박살이 난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코끼리의 사체를 나눠가지며 장례는 마무리된다.


코끼리의 장례에 충격을 받은 피닉스는 눈물을 흘린다. 오르고는 그에게 남자가 되라며 자신의 가슴에 새겨진 독수리 문신을 피닉스의 가슴에도 새긴다. 의자에 앉혀 두 손을 묶고 입에는 나무를 물리면서. 그렇게 어린 피닉스는 아버지의 삐뚤어진 남성성을 물려받는다.


문신을 새기고 나와 마주한 알마. 그의 아픔을 이해한 알마는 그의 가슴 앞에 두 손을 모아 독수리 모양을 만들어 하늘로 날려 보낸다.

피닉스와 알마

남편 오르고의 서커스를 위해 콘차는 머리카락을 이용한 공중 묘기를 보이다 오르고의 외도 현장을 목격한 뒤 분노한다. 남편의 성기에 황산을 붓고 실성한 듯 웃던 콘차는 화가 난 오르고에게 두 팔을 잘리고 만다. 이는 그녀가 모시던 성녀 ‘리리오’와 겹쳐진다. 그렇게 잘려나간 두 팔은 마치 코끼리의 장례식(절벽으로 떨어트린 코끼리가 사람들에게 나눠 먹힌 것)처럼 닭들이 쪼아 먹는다. 이후 오르고는 자신의 서커스장을 바라보다 목을 그어 자살한다. 그의 시체 역시 들개들에게 먹힌다. 이 모든 일을 목격한 알마와 피닉스. 둘은 알마를 데려온, 아버지와 외도를 저지른 단원이 그녀를 데리고 도망치며 갑작스런 이별을 하게 된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그는 정신병원에서 다 같이 밖에 나갔다 자신의 아버지와 외도를 저지르던 단원을 발견하고 모든 걸 기억하고 분노한다. 그는 다시 돌아온 정신병원에서 자신의 상태가 괜찮음을 보이고 탈출한다. 밖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콘차를 향해 안개 낀 곳으로 함께 걸어 들어간다. 



피닉스를 그리워하는 알마

단원과 함께 사라진 엘마는 그녀의 거처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성매매를 하고 있었고, 거구의 남성이 들어와 그녀에게 돈을 받자 그를 엘마에게 안내한다. 엘마를 바라보던 거구의 남성은 잠에서 깬 엘마가 저항하자 덮치기 시작했고, 엘마는 유리병으로 그의 머리를 치고 도망친다. 


도망쳐 나와 노숙을 하고 돌아간 엘마는 하룻밤 사이 난도질당해 죽어있는 단원의 모습에 경악하며 슬퍼하고 피닉스를 그리워한다. 



공연을 하는 피닉스와 콘차

피닉스는 옛날처럼 공연을 한다. 

콘차와 그녀의 요물스러운 손


피닉스는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는 여성의 육체를 보고는 그녀의 공연이 끝난 후 만나기로 한다. 어릴 적 아버지의 삐뚤어진 남성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듯 그는 아버지와 같은 카우보이 복장으로 나타나 그녀를 맞이한다. 아버지가 칼 던지기를 하던 것처럼 그도 그녀에게 칼 던지기를 요구하며 최면을 건다. 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칼을 던지는 피닉스, 어머니 콘차가 나타나자 반사적으로 여성의 배에 칼을 던져버린다. 


배에 꽂힌 칼을 보고는 죄책감에 빠진 피닉스, 콘차는 여자가 멍청하다며 그에게 시체를 유기하라고 속삭인다. 

무덤에서 하얀 새가 날아간다.


피닉스는 그녀의 몸에 하얀 페인트를 칠하고 묻는다. 그러자 빛이 나고 하얀 새가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그의 가슴에 새겨진 새가 어느새 엘마의 새가 된 것처럼 보인다.


살인 후 악몽을 꾸는 피닉스, 어릴 적 서커스단의 코끼리가 피를 토하며 죽는 모습과 자신 또한 코끼리처럼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모습이다.


그의 삶은 일어나서 잠들기까지 어머니와 함께한다. 여자를 만나도 어머니의 명령에 따라 결국은 살인으로 끝나버린다. 마치 습관처럼. 



갈 곳을 잃은 알마는 피닉스를 찾고자 무작정 밖으로 나선다. 우연히 마주한 "콘차와 그녀의 요물스러운 손" 포스터를 보고 그의 집으로 찾아간다.

피닉스와 알마

알마가 피닉스를 찾아가는 사이 그는 자신이 죽인 또 한 명의 여자를 묻으러 간 곳으로 향한다. 그동안 자신이 죽여온 수많은 여성들이 되살아나 에워쌀 것만 같은 죄책감으로부터 집으로 도망친다. 그곳에서 예전 모습 그대로 분장한 알마를 만난다.

알마가 피닉스의 손을 잡고 도망치려 하자 그의 어머니 콘차가 나타나 피닉스의 손으로 피닉스의 사랑을 죽이려 한다. 피닉스는 알마가 아닌 콘차의 배에 칼을 꽂는다. 희미해지며 사라진 콘차.


알마는 피닉스가 망상에 빠져있음을 깨닫게 하고 그의 가슴 앞에 두 손을 모아 독수리 모양을 만들어 날려 보낸다. 망상과 삐뚤어진 남성성에서 벗어나라는 듯. 


피닉스는 마지막이 되어서야 자신의 손을 온전한 자신의 손임을 느끼며 끝이 난다.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성스러운 피>는 어릴 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성인 피닉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성폭행으로 태어난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불행한 유년시절을 겪었다. 외도와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와 "난 널 사랑할 수 없어"라는 말을 수없이도 한 어머니. 유년시절의 그의 슬픔과 고통이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듯하다. 이 영화에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도 보이는데 이는 어릴 적 어머니께 사랑받지 못한 그의 심경이 담긴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영화 끝에 다다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자신의 자유를 얻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슬픔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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