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많은 지역도 좋지만 조용히 새소리를 들으며, 넓은 들판을 보고 싶을 때면 종달리를 찾는다.
친구의 추천으로 ‘종달리엔 심야식당’을 알게 된 후로 나만의 필수 여행지가 되었다.
종달리엔의 메뉴 중 내 이목을 끈 것은 달고기였다.
처음엔 닭고기가 오타가 난 것일까 했던 달고기는 묻는 사람이 많았는지
'제주에서 잡히는 자연산 제주 생선입니다!'라는 안내 글이 있었다.
입이 떡 벌어졌다.
와 이게 뭐지? 하며 요리조리 탐색하는 사이에 “머리까지 드셔도 됩니다.”라는 말에 한 번 더 놀랐다.
통으로 튀긴 달고기의 살은 마치 가자미의 식감과 비슷했고 머리는 새우 머리 튀김을 먹을 때처럼 오독오독함이 살아있었다. 소스는 간장 소스인데 어딘가 시큼? 상큼? 한 맛이 달고기와 굉장히 잘 어우러졌다.
제주 오징어 참나물 무침은 상큼함이 일품이다.
밑에 한가득 있는 콩나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삭하고 존재감을 보였다. 참나물과 오징어는 한데 모여 서로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처럼 완벽한 콤비를 자랑했다. 이 음식의 가장 키포인트는 한라봉이 들어간 고추장 양념. 참나물과 콩나물 만으로는 살짝 부족했던 시너지는 한라봉 고추장 양념으로 청량감과 상큼함을 만들었다. 먹는 내내 입안에 즐거움이 가득했고, 상큼함에 입가심이 되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위에 올라간 한라봉이 상큼함을 준다.
계절 채소로는 당근과 감자가 들어갔다. 감자와 당근, 흑돼지의 조합이 심상치 않다. 튀겨내서 그런지 감자는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해 부드러웠고, 당근은 익혔을 때 나타나는 특유의 단맛이 입안을 즐겁게 한다. 흑돼지는 넓게 펴서 돌돌 말아 튀겼는지 고기로 입안을 한가득 채우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흑돼지와 채소들을 덮어주고 있는 파채는 싱그럽고 한라봉이 들어간 소스를 머금어 한층 더 상큼해져 입맛을 돋아준다.
달콤 짭짤한 소스에 뒤섞인 면은 윤기가 흐르고, 가츠오부시는 춤을 추는 것처럼 일렁였고, 마요네즈가 부드러움을 준다. 제주 흑돼지가 들어가서 일까 고소한 기름의 맛이 야끼소바를 더 돋보이게 한다. 계란 프라이의 노른자를 터뜨려 면과 함께 먹으니 부드러움에 부드러움을 더하고 고소함에 고소함을 더해 흥겨움을 준다.
내가 간 2월은 아직 겨울인지라 오뎅이 너무 반가웠다. 날이 풀려도 제법 쌀쌀했던 날씨로 굳어있던 몸이 오뎅으로 사르르 녹았다. 유부 당면 주머니는 부드러운 유부피 속을 당면이 가득 채워 오뎅 국물을 한껏 머금었다. 한입 베어 물면 국물이 팡하고 나오는 게 옅은 미소와 함께 이거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치쿠와는 탱탱함이 일품이었으며 겉면에 촉촉하게 스며든 국물이 쫄깃하게 만들어준다. 흰살생선 튀김은 톳, 당근, 양파가 들어가 달달하면서도 톳의 쫄깃함이 느껴져 다채로웠고 풍미가 가득하다.
음식을 다 먹고 어둑어둑해진 길을 따라가며 다음번에는 차 없이 하이볼과 함께 음식을 즐기면 참 완벽하겠다는 생각으로 다음을 기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