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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지인 Aug 13. 2023

어도비가 전부였다, 피그마를 만나기 전까지는

스타트업 마케터의 생존 툴 <피그마(Figma)>를 써야 하는 이유

피그마(Figma)를 처음 접한 건 2021년 초, 연플(그로스쿨)에서 일할 때였다. 그전까지 UX/UI 툴은 나랑 별 상관이 없는 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연플에서는 구성원 모두가 피그마를 조금이라도 사용하고 있었고, 덕분에 나도 반강제적으로 피그마를 쓰게 됐다.


어도비 툴은 다 다뤄봤기 때문에 피그마의 UI에 금방 적응했다. 심플하고 직관적인 UI를 접하며 가장 처음 했던 생각은 '미친듯이 쉽다'는 것. 아직까지 필요한 기능을 검색해서 이용하는 것 이외에 따로 강의나 책의 도움 없이 매일 사용하고 있다. 아주 기본적인 기능만 이용하기 때문에 피그마를 제대로 사용하는 UI 디자이너가 보면 우스울 정도일 거다.



디스플레이 광고 소재, 랜딩 페이지는 물론이고 SNS 이미지, 북디자인, 굿즈 디자인, 강의 자료, 영상 썸네일과 자막 등. 이러한 시각적인 작업물을 모두 피그마로 만들어냈고 나중에는 프로젝트 기획과 회고까지 피그마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다양한 업무에서 피그마를 활용하며 쌓은 노하우로 강의도 몇 번 했다. 매번 정방형 광고 소재 이미지를 만드는 실습을 진행했다. 내 강의를 들은 수강생들에게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후기가 있다.


저 같은 사람도 쉽고 빠르게
디자인을 할 수 있군요!

한 시간 강의, 한 시간 실습을 하며 비디자인 직군의 수강생들은 처음 접하는 툴로 광고 소재들을 뚝딱뚝딱 만들 수 있었다! 이후에 개인 작업이나 다른 사람의 협업으로 피그마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도 간간이 들려온다.


강의 후기 자랑 타임 ~_~


마이프차에 입사 후에도 마케팅팀 내에서 한 번, 퍼포먼스 TF 내에서 한 번 사내 교육을 진행했고 지금은 나와 협업하는 사람들이 모두 피그마를 조금은 쓸 줄 안다. 때문에 텍스트나 이미지를 함께 작업하기도 하고, 간단한 문구 수정 등도 마케팅팀 팀원들이 당연히 스스로 할 수 있게 됐다.


비개발, 비디자인 직군의 구성원까지 모두 피그마를 사용할 줄 알 때 가장 좋은 점은 의사소통과 실행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퍼포먼스 마케터가 디자이너에게 Google Display Network(GDN) 광고 소재 이미지를 요청한다고 해보자. 이전 소재와 포맷은 비슷하지만 이미지와 문구, 색상 등을 바꾸고 싶은 상황. 마케터는 기획과 집행만 하고, 디자이너가 어도비 포토샵으로 제작하고 있었다면 기존의 프로세스는 이렇다.



신규 광고 캠페인을
집행할 때


<어도비 툴로 작업하는 경우>


- 마케터: 기존 소재 효율 체크 후 다음 달에 집행할 신규 광고 캠페인을 기획하고자 함.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의뢰함. 이 과정에서 마케터가 생각하는 이미지를 전달한다. 신기한 게, 내가 본 마케터들은 거의 다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전달하더라(아마 비디자이너가 이미지를 구상할 때 가장 쓰기 편한 툴인 것 같음... 난 진짜 불편해서 못 쓰겠던데ㅠ). 소재 시안에 문구와 레퍼런스 이미지를 넣어 pptx 파일로 디자이너에게 전달한다.

- 디자이너: pptx 파일을 다운받아 열어 파워포인트에서 확인하고, 어도비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를 이용해 제작한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광고 소재 제작만을 위한 디자이너가 아니라면 보통 의뢰한 날부터 워킹데이로 3~5일 후에 받아볼 수 있다.

- 마케터: 디자이너에게 jpg나 png로 이미지를 받는다. 바로 집행할 수도 있지만 수정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의뢰한 날 이후로 소재 안의 수치가 바뀌었을 수도 있고, 이미지를 받아봤는데 생각과 다르게 완성되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디자이너: 1~2일을 거쳐 수정을 한다.

- 마케터: 다시 이미지를 받아 광고를 집행한다. 그런데 이 광고를 구글애즈 측에서 밤늦게 반려시켰다고 해보자. 대부분 간단한 사안이라 조금의 수정만 하면 되지만, 다음날 오전까지 기다렸다가 디자이너에게 다시 수정 요청을 해서 받아야 한다.

- 디자이너: 1~2일을 거쳐 수정을 한다.

- 마케터: 이미지를 다시 받아 광고를 집행한다. 이때쯤이면 처음 예상 집행 일자로부터 며칠이 미뤄진 상황이 대부분이다.

이 과정을 몇 번 더 반복하기도 한다.


위와 같은 상황에 피그마를 도입하면 프로세스가 확 줄어든다.



<피그마로 작업하는 경우>


- 디자이너: 광고 소재를 간단한 가이드와 함께 피그마에 만들어둔다.

- 마케터: 신규 광고 캠페인을 기획하고 디자이너가 만들어준 포맷에서 이미지와 문구를 수정해서 뽑아낸다. 반려되면 고쳐서 바로 집행한다.


필요하다면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가 한 번 개입해서 마무리를 예쁘게 해 줄 수도 있다.




시각디자인학과를 전공해 글, 이미지, 영상 콘텐츠를 만들다가 마케터로 오게 된 나는, 작은 스타트업들을 거치면서 어쩔 수 없이 디자인을 조금씩은 계속하고 있지만 퀄리티 있는 아트워크(artwork)를 만든 지는 오래됐다. 마케팅에 필요한 최소한의 디자인만 쫌쫌따리 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케팅 팀원들 또는 개발자, 디자이너와 소통하기 위해서 피그마를 쓰기 시작한 건 나에게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다. 비용이 무지막지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태 어도비에 속았다


처음 피그마를 접했을 때의 기분은 '여태 어도비에 속았다'는 것. 직관적인 UI, 빠른 실행, 동시 작업, 자동 저장은 어도비에서 경험할 수 없던 것들이다. 물론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로 할 수 있는 작업들이 훨씬 많지만 내 업무 범위에서는 '굳이' 쓸 필요가 없으니까.

다음 글에서는 피그마로 어떻게 작업하고 있는지를 조금 더 보여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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