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만들고, 영상도 만들고, 다음번엔 뭘 만들어볼까?
이전 글:
피그마(Figma)는 UX/UI 툴이지만, 난 그 용도 빼고는 다 써본 것 같다. 마케터와 디자이너가 소규모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피그마를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먼저 가장 많이 쓰는 분야는 Display Advertisement(DA, 디스플레이 광고). 광고 매체별로 광고 소재 포맷을 만들어놓고 프로젝트별로 복사해서 쓰기 좋다. 마이프차에서는 페이드(Paid) 광고를 구글, 메타, 네이버, 당근마켓에서 집행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새로 시작할 때마다 같은 페이지에서 이전 프로젝트에서 효율이 잘 나왔던 소재를 복사해 베리에이션 치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 피그마의 프레임(Frame)은 포토샵의 아트보드(Artboard)와 같은 역할인데, 아트워크가 포함된 아트보드를 복제하면 딜레이가 생기곤 하는 포토샵과 다르게 피그마는 즉시 복제가 잘 된다. 마이프차의 DA는 고객이 주로 모바일로 접하고 빠르게 넘기기 때문에 많은 레이어와 복잡한 아트워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때문에 피그마의 기능으로 거의 다 커버가 된다.
그로스쿨 때 진행한 8번의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도 랜딩 페이지를 전부 피그마로 만들었다. 크라우드 펀딩 특성상 일단 스토리를 올려두고 반응이 좀 있다 싶으면 고도화시키기 마련이라 중간중간 피그마로 빠르게 수정하면서 업그레이드시켰다. 프로모션 페이지나 제품 상세 페이지도 모두 피그마로 작업한다. 랜딩 페이지의 요소들을 활용해서 DA도 바로바로 만들 수 있어서 좋고!
마이프차에서도 이벤트 페이지를 기획할 때 적극 활용하고 있다. 프로덕트 팀의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와 소통할 때는 피그마의 Comment 기능을 활용한다. 텍스트로 슬랙에 어떤 섹션의 어느 부분에 피드백을 뭐라고 전달하고 싶은지 구구절절이 쓸 필요 없이, 정확하게 구역을 짚어 코멘트를 남길 수 있어 편리하다.
영상 쪽에서 의외로 활용도가 높다. 우선 썸네일을 만들 때 굉장히 편하다. 이전 회사 어피티에서 두 달간 카카오 '오늘의 숏' 숏폼 영상 외주를 맡아했는데, psd 파일로 썸네일 포맷을 받아서 작업을 해보니 너무 불편하더라(옛날엔 포토샵만 썼는데...). 아트보드가 많으니 여는 데 오래 걸리고, 복사할 때도 딜레이 되고, 저장에도 시간이 걸린다. 포토샵으로 두 개 작업 후 피그마로 그 포맷을 똑같이 옮겼다. 이후에는 훨씬 빠르게 썸네일을 뽑아낼 수 있었다.
작년에 영상 쪽 일을 하는 지인에게 피그마를 알려줬는데, 영상 자막을 피그마로 만들어 어도비 프리미어프로에 옮겨서 영상을 완성하더라. 프리미어프로에서는 텍스트를 타이핑하는 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오류가 나기도 잘 나기도 한다. 모션이나 이펙트를 주려면 딜레이가 조금씩 생겨 빡칠 때가 많다.
지인은 피그마에서 필요한 텍스트를 쭉 쳐서 자막을 만들어두고 프레임을 모두 선택 후 png로 뽑아 포지션과 스케일 등만 조정하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작업 시간이 훨씬 단축됐다고 굉장히 고마워했다.
이외에도 북디자인을 할 때 공동저자들에게 피그마 링크를 주고 직접 내지 파일에 원고를 작성하게 한 적도 있었다. 원고를 구글 스프레드시트나 노션 등으로 받으면 분량이 한눈에 보기 힘들고, 애매하게 페이지가 넘어가는 경우에는 내용을 꽤나 편집해야 했다. 피그마에 쓰게 하니 저자들이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게 분량을 맞춰 작성해 줬다. 글이나 이미지에 대한 고민이나 의견도 해당 부분에 코멘트로 남기고, 내가 바로바로 확인하고 해결할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나는 거의 모든 그래픽 작업을 피그마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웬만한 거 아니면 피그마로 해결하려고 한다.
피그마 3년 차, 확실히 보이는 장단점을 말해보자면,
다른 사람들과 동시 작업이 가능함.
ai나 psd 등의 작업 파일을 주고받을 필요 없이, 링크 하나면 공유가 가능함.
웹 기반이라 따로 저장할 필요가 없음(어도비 자주 튕기는 거 아시죠).
UI가 단순해서 초보자도 쉽게 쓸 수 있음.
빠름. 정말 빠름. 작업할 때나 내보낼 때나 빠름.
코멘트나 채팅이 가능해, 다른 팀과 협업이 쉬움.
유저들이 만들어둔 플러그인이 다양함.
레이어가 많은, 복잡한 아트워크가 불가능함.
디자인을 점점 쉽게만 하려고 함. 디자인 스킬을 올리고 싶다면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가 나음.
장/단점만 봐도 소규모 스타트업의 마케터가 피그마를 익혀야 할지 아닐지는 쉽게 결정할 수 있을 듯하다. UX/UI 뿐만 아니라 마케터 직군도 피그마를 많이 이용해서 다양한 활용 사례가 나왔으면 좋겠다. 어도비에 인수된 후로 피그마의 확장성은 무한대로 늘어나고 있으며, 성장 가능성도 무한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