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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카제 Jul 18. 2022

[헤어질 결심 리뷰 1]
결심이 필요한 영화

마침내 영화를 봤고, 리뷰를 쓰기로 결심했다. 


마침내...

그 부사가 이리도 묵직하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다. 그것은 박해일의  또렷하면서 깊은 중저음 때문인지, 도달한 결과의 처연함 때문인지 알 수 없다.


박찬욱 감독이 6년 만에 들고 온 신작 '헤어질 결심',

개인적으로 세계적 거장이라 생각하지만 내가 그의 작품을 오롯이 본 것은 손에 꼽힌다. 뛰어난 미장센만큼이나 자극적이고 강렬한 이야기의 변주는 내가 소화하기에는 무척 불편했다.


이번 영화를 두고 박찬욱 감독은 관객이 스스로 다가와 주기를 원하는 영화라고 했다. 이 인터뷰를 읽고 그가 나와 같은 관객을 위해 만들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나는 관람을 결심했다. 그의 영화는 나에게 결심이 필요하다.


영화는 플롯 자체가 단순했으며, 이야기의 흐름도 다 예상가능한 범위 안에 있었다. 다만 박찬욱표 빼어난 미장센과 탁월한 연출력, 그리고 주연배우들의 연기와 깊은 매력이 그저그런 로맨스를 독특하고 아름다운 하나의 장르로 만들어 버렸다. 그랬다. 딱 그정도였다.

영화내내 감독이 의도했던 대로 나는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그리고 나에게는 둘의 서사에 공감하고 빠져들기에는 런닝타임이 너무 짧았다. 둘이 쌓아간 시간들과 감정선을 138분 안에 보여주기는 무리였을 것이기에, 이것 또한 이해한다. 그렇게 대면대면 이 영화와 헤어질 찰나였다.


그런데 연딩크래딧이 올라가며 정훈희와 송창식의 '안개'가 흘러나왔다. 그 슬픈 곡조는 영화관 전체를 휘감았다. 그때 갑자기 나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이유없는 슬픔이 차올랐다. 정말 당혹스러웠다.

지금도 생각한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두 노가수의 세월이 녹아들고 슬픔이 배어있는 목소리 때문이었는지, 먹먹한 이별과 그리움을 노래한 가사 때문이었는지, 떠나간 그녀의 처연한 사랑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나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이 영화의 유명한 대사처럼 나는 영화가 끝나고서야 마침내 영화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리뷰도 한참 미뤄졌다. 아마 그 알 수 없는 감상을 헤집고 따져보기 싫어던 듯하다. 안개처럼 뿌연 모호함 속에 한동안 있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안개가 걷히고,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좋은 작품을 보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진다. 그런 작품이 좋다. 만든이의 고민과 담고자 했던 여러 요소들, 그리고 그 함의가 고스란히 전달되어 내 안에서 증폭될 때 할 이야기가 폭발한다. 안개가 걷히니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욕심내지 말고 하나씩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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