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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카제 Aug 01. 2022

남의 일이 내 일이 되는 순간!

왜 절대 만나지 못할 거라 생각했을까?

"남의 일인 줄로 만 알았어요.
저에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아침 방송 출연자들 중 인생에 드라마틱한 불행을 겪은 사람들은 꼭 비슷한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연하다. 불행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런데 왜 우리는 모든 불행이 남의 것이라 생각할까? 모든 슬픔이 내 것이 아닐 거라 생각할까?


하지만 인생의 어느 날, 런 남의 일이 갑자기 내 삶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오는 때가 있다.

신발도 벗지 않고 진흙을 묻힌 채 거친 발자국을 그대로 남기며 삶을 마구 어지럽히는 그때,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불행은 나의 일이 되어버린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교만했다는 것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지금껏 운이 좋아 나를 피해 남의 일로만 남아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 순간 나와 비슷한 불행을 겪는 모든 이들과 연대의식이 생긴다. 그리고 그들에게 어느 순간 건넨 피상적 위로나 지나친 무신경함이 깊은 미안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나는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는 생략하기로 했다. 특히 병원에 와보니 내가 아닐 이유는 없었다.

암병동 복도에 자그마한 4살 아이가 휠체어에 탄 채 지나간다. 모자를 쓰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 아이의 아빠는 무심히 뒤에서 휠체어를 밀고 있다. 그들 부자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아무런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들 모두 묵묵히 자신들의 불행을 인정하고, 그 불행이 묻혀 온 삶의 얼룩을 온 힘을 다해 닦고 있는 듯했다. 나도 그렇다.  


이 불행 앞에서 더 많은 불행이 나에게 아직 오지 않았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걸레를 빨고, 구석구석 닦을 힘을 주신 것에도 감사한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삶의 불행을 열심히 닦고 있을 모두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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