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등원 준비(ft. 워킹맘 복직 준비)
최대한의 효율성과 동선으로 진행되던 5세 아침 등원 준비 루틴은 아래와 같다. 아이를 가능한 한 늦게까지 재우고 싶은 마음이 듬뿍 담겨 있다.
8:30 잠들어 있는 아이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며 잔잔한 뽀뽀를 퍼붓는다. 몸을 여기저기 마사지하며 잠옷을 벗긴다. 누워 있는 채로 외출복을 입힌다.
8:36 부엌에서 간단히 과일과 빵을 꺼내 아이를 부른다. 아이가 앉아서 비몽사몽 먹는 동안 머리를 요리조리 묶는다. 양갈래, 포니테일, 반묶음, 땋기, 그날그날 내키는 대로.
8:49 화장실로 이동하여 소변을 보게 한다. 앉아있는 상태로 양치를 해주고 일어나서 우르르 퉤를 하고 나면 세수를 퀵하게 시킨다.
8:58 현관 앞에 앉아 양말을 신기면서 얼굴에 로션을 발라주고 신발 신고 마스크 쓰고
9:01 현관문 나가서 엘베 타고 내려가서
9:05 셔틀버스 출발!
물론 흔히들 ’ 내가 내가 병‘이라고 부르는 시기부터 ‘나 혼자 할 수 있어!‘라면서 스스로 할 줄 알던 아이지만, 아침 등원 준비로 분주한 시간에는 갓 일어나 멍 때리고 있는 아이를 나의 기계 같은 손놀림으로 착착 준비시켜주곤 했었다.
등원 셔틀을 놓칠까 봐 걱정되기도 했고, 둘째 육아휴직을 하며 엄마랑 처음으로 같이 등원을 하게 된 첫째와 아침부터 실랑이 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 새로 생긴 동생과 엄마에게도 꽤나 적응을 했고, 6세라면 (이미 늦었지만) 이제 진짜 스스로 할 때가 되었으며, 무엇보다 몇 달 후 복직을 하면 내가 출근을 하면서 아이 등원을 동시에 시켜야 하므로 그때까지는 아이가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어야 한다.
당연스럽게 다 해주던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알아서 하라고 하면 아이도 당황할 것이기에 아침마다 스스로 하는 항목을 하나씩 야금야금 늘려가고 있다. 모든 항목을 스스로 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나면 두 개씩 붙여서 하게 하고, 그러다가 6월이 되면 그 모든 아침 루틴 전체를 순서대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오후에는 유치원 다녀와서 좀 쉬다가 저녁을 먹고 나면 숙제를 꺼내서 스스로 해두고, 엄마가 오면 함께 즐겁게 노는 것이 내 목표라는 말에 친구가 크게 비웃던 게 생각나는데 이 ‘스스로 등원 준비’ 목표 또한 과한 것일까ㅎㅎ
뭐 하나를 하라고 미션을 줄 때마다 아이는 자꾸 멍을 때리고 다른 것(주로 동생이나 장난감 등 그 순간 눈앞에 있는 것)에 주의를 뺏겨 한참 딴짓을 한다. 무언가 하라는 말을 했을 때 단 한 번도 한 번에 바로바로 하는 법이 없다. 하… 너그러운 마음으로 세상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기다려주고 싶지만 아침 등원 시간에는 마음이 바쁘고 실제 물리적인 시간도 충분치가 않다.
‘6살부터는 스스로 하는 거야’라는 계기 혹은 미명 하에 그간 누리던 편안함이 갑작스레 줄어들고 있다고 느낄 아이는 나름의 반항으로 일부러 더 굼뜨고 아기같이 행동을 한다. 시간만 많다면 나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하며 기다릴 수 있겠다만, 당장 10분 후 아침 셔틀버스가 올 때까지, 또 내가 복직을 할 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조바심에 나도 모르게 자꾸 짜증이 흘러나온다.
실은 새로운 원에 즐겁게 적응해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아이에게 자꾸만 조금 더 조금 더 하며 많은 걸 바라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복직 후에 내가 아니라 이모님이 혹여나 아이를 짜증스러워하실까 봐 두려워 어떻게든 나 스스로 아이를 준비시켜두려 하는 사명감에는 나의 불안감이 잔뜩 서려 있다.
둘째도 누워서 자는 습관을 만들어두고 나가고 싶은데 이모님이 자꾸 아기를 안거나 먹여 재우신다. 당장은 그게 편해도 장기적으로는 점점 더 무거워지는 아기가 스스로 누워 잠들지 못하면 이모님이 힘드실 텐데.. (이모님의 기분과 컨디션이 아이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다.)
워킹맘의 복직 준비는 내 맘대로 쉬이 되지 않는 장기 플랜이다. 결국은 또 다 잘 될 것을 안다. 그리 믿는다. 하지만 그걸 준비하는 매일의 일상은 때때로 애처롭고 때때로 비장하다.
흥 오빤 아무것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