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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단순 여행 에세이가 아니었다

by 윤슬

여행에세이를 정말 좋아한다.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을 작가의 시선으로 보면 행복하고 즐겁다.

가장 적은 돈으로 해외를 간접체험하는 느낌이랄까?


8월의 무지개 모임의 주제도서는 김영하 소설가의 '여행의 이유'이다.

이 책이 주제도서로 선정되고 나서 속으로 뜨끔했다.

독서는 개인취향이라고는 하지만 나름 유명인인 김영하 소설가의 책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여행책으로 유명한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도 읽지 않았다.

그래서인가 '여행의 이유'는 나에게 낯설고도 신기한 여행 산문서였다.

첫 챕터부터 '상하이'로 여행을 갔지만 쫓겨난 이야기로 시작한다. 여행책인데 여행지에서 구경도 못하고 되돌아오다니 참으로 신박했다.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올라 작가의 대학생 시절 학생운동 이야기가 나오더니, 결국은 본인이 쓰는 소설 속 나라로 떠났다는 뚱딴지같은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다.

물론 대학생 때 첫 해외여행지가 '중국'이기에 개연성이 없지는 않았다.


두 번째 챕터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는 정말 공감 가는 이야기였다.

호텔이 좋다는 작가의 고백에 나도 모르게 적극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집에 가득가득 차 있는 물건들을 볼 때면, 물질적 욕망을 전시하는 느낌이라 다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호텔을 생각한다. '집도 물건을 쌓아두지 않고 살면 호텔처럼 이리 깔끔할 텐데...'

오늘도 나는 미니멀을 꿈꾸는 멕시멈리스트다.


김영하 작가를 알게 된 건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 덕분이다.

워킹맘으로 앉아서 티브이를 진득하게 볼 시간이 없어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 정도인 것만 알지, 처음시작부터 끝까지 이 프로그램을 제대로 본 적은 없다. 그렇지만 '알아두는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에서 이 프로그램에 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같은 곳을 개개인이 여행하면서 하나의 도시를 여러 관점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완성된 형태의 여행은 그 도시를 직접 가본 출연자가 아닌, 집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는 시청자가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작과 언어를 통해 좀 더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여행이란 단어는 참 설렌다.

가족여행, 우정여행, 배낭여행, 신혼여행, 태교여행, 유럽여행 등.

집을 떠나 타지에서 머물고 경험하는 것은 다 같은데, 우리는 여행마다 그렇게 이름을 각각 붙여줬을까?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과 경험이 설렘이 매번 다르기 때문이다.

잠시 여행은 멈춰있지만, 내 인생의 여행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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